초록·노랑·파랑·빨강…. 신호등 색깔이 아니다. 올봄 남자의 구두를 물들이는 건 이렇게 뜻밖에도 신선한 원색이다. 기본색은 어느덧 검정에서 갈색으로 옮겨갔고, 무광 가죽이나 에나멜 구두 두 가지에만 머물렀던 남자 구두는 어느덧 스웨이드, 실크, 광택을 가볍게만 살린 페이턴트 소재로까지 다채로운 행보를 시도하고 있다.
◆갈색의 변주
우리나라 남자들이 오랫동안 기피해 온 갈색 구두. 그러나 외국에선 이미 기본 중의 기본이다. 커스텀멜로우 디자인실 신지윤 대리는 "갈색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했다. 매년 갈색은 조금씩 밝아지는 추세. 특히 2011년엔 해바라기 꽃잎처럼 윤기 있는 노랑이 적당히 섞인 맑은 갈색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층 젊고 활력이 넘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빛깔이다. 빨강을 살짝 가미한 갈색도 많다. 부르고뉴 산(産) 와인처럼 기운차고 정열적인 느낌. 유연한 남자, 열린 남자, 대화를 좋아하는 남자를 표현하는 빛깔이다.
◆원색을 섞는다, 봄을 채색한다
남자 구두엔 한 가지 색깔만 쓴다는 고정관념도 깨진 지 오래다. 올봄엔 좀 더 대담해진다. 검정과 빨강, 흰색과 갈색, 초록과 크림, 파랑과 빨강을 한데 섞은 구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자 정장화를 정장 바지 차림에만 신는 게 아닌, 청바지나 면바지 차림에도 신는 게 유행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같은 '섞어 입기(mix and match)'가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다양한 색채가 혼재돼 쓰인다는 얘기다. 단순히 소재를 섞어 색을 다르게 하는 걸 넘어 실 색깔을 독특하게 하는 것도 인기다. 최근 에스콰이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한 남성복 디자이너 홍승완씨는 "염색을 하기 전 뽑아내는 가죽은 본래 연한 분홍색인데 이 가죽을 얇게 잘라서 실처럼 구두 바느질에 사용해서 귀여운 매력을 더하거나, 어두운 파랑이나 검정 구두에 선명한 흰색 실을 써서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 봄은 색채가 살아나는 계절. 남자 구두도 알록달록 봄꽃 마냥 다채로운 색깔을 입었다. /촬영협조=스탁턴ㆍ잘란 스리위자야ㆍ알프레드 사전트 by 일 치르코, 타임옴므ㆍ로크ㆍ커스텀멜로우, 장소협찬=플라자 호텔 '플라자 스위트'
◆성큼성큼 걷는 남자의 구두 밑창
밑창도 달라진다. 프라다가 2011년 봄·여름 밀라노 컬렉션에서 내놓은 '크리퍼(Creeper)'는 가죽 구두에 무지개떡처럼 거대한 밑창을 붙인 것. 한층 더 역동적인 매력을 주는 신발이다. 흰색 스웨이드 구두에 새빨간 고무 밑창, 일반 정장 구두에 골프화처럼 징을 박은 밑창을 붙이는 경우도 많다. 남자 구두에도 파격과 실험이 시작된 것. 소재도 독특한 게 많다. 데님과 캔버스 천을 가죽과 섞은 것, 무늬를 찍어 일부러 구두가 오래 신은 것처럼 주름지게 보이도록 한 경우도 있다. 안감에 꽃무늬가 들어간 것을 쓴 구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환한 캐주얼 구두엔 바지도 짧게
구두만 최신 유행으로 바꾸면 어색하다. 바지와의 조화도 신경쓰자. 정장 바지엔 끈 묶는 구두가 기본이다. 발등 부분에 벨트와 버클 장식이 있는 몽크 스트랩(Monk strap) 구두도 정장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캐주얼 차림엔 구두도 좀 더 편해진다. 끈 없이 한 번에 신고 벗을 수 있는 로퍼가 대표적. 청바지와 구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술 장식이 달린 태슬(tassel) 로퍼는 청바지에 신어도 자연스럽다.
바지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 바지가 너무 길면 구두가 가려지고, 발목 부근에서 주름이 져서 볼품없다. 복사뼈가 드러나는 짧은 양말을 신는 것도 금물이다. 충분히 긴 양말을 신어서 다리를 꼬거나 굽힐 때도 정강이의 맨살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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