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 이건 생물과 교수님이 내주신 레포트임을 밝힙니다~ㅋㅋ-
-이 소설에 포인트는 두 남녀가 살짝 미친것 같은거에 있습니다ㅋㅋㅋ-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탁.
수연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띵한 것이 어제 과음한 게 문제가 됐나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마시는 건데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 때문에 그냥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것이 후회가 들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뭉그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의 반 가사상태로 출근준비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쌀쌀한 새벽공기에 가뜩이나 추운 날씨가 살을 에이는듯했다. 서둘러 정류장에 도착하여 마침 도착한 버스를 타고 수연은 일터로 향했다. 알뜰살뜰 돈 모아 겨우 장만한 자그마한 카페. 이곳이 수연의 일터이다. 차근차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돈을 모아가며 장만한 카페는 수연의 자부심이었다. 커피원두를 볶은 향기가 카페에 가득 퍼질 때에야 지끈거리는 두통이 가라앉은 듯 느긋해져갔다. 오늘은 달콤한 카페모카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딸랑- 소리와 함께 오늘도 그 남자가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드릴까요?"
"에스프레소 한잔 부탁합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언제나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러 오는 이 남자. 딱딱 끊어지는 무뚝뚝한 말투가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줬다. 거의 같은 시간 때에 항상 오는 걸 보면 정말 부지런한 샐러리맨인가 보다. 하얀 와이셔츠와 단정히 맨 넥타이가 남자다운 외모와 더불어 딱딱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남자의 과묵한 모습에 오늘도 한마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구나 싶어 괜히 웃음이 났다.
민준은 언제나와 같이 커피 한잔과 함께 신문을 보고 있었다. 힐긋 수연을 보니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다. 정말 둔해도 어떻게 저렇게 둔할 수 있을까. 매일 이곳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하는지…….이정도로 관심을 표현했으면 당연히 눈치 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무뚝뚝한 모습으로 커피만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좋아한다 눈치 채는 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민준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 생각에는 매일 이곳에 들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표현이라고 생각에서였다. 매일 와도 모른다면 직접 말하는 수밖에. 민준은 읽던 신문을 접고 수연에게 다가갔다. 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준의 모습에 수연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걸 더 시키려나 하고 생각하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된다면 저와 저녁 어떻습니까?"
"저...저요??"
"여기 당신 말고 다른 사람 있습니까?"
"아..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왜요?"
"할 말이 있습니다."
"무슨 할말이...."
"그건 저녁 먹으면서 말하죠."
"아..예에..."
"그럼 저녁에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민준은 카페를 떠났다. 혼란스러운 수연만 남겨 놓은 채…….
'뭐야? 뭐지?! 이건 뭐야 도대체?! 저 사람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나를 보자는 거야~ 매일 와서 커피만 마시고 나랑 대화라고는 커피주문밖에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왜 저러는 거야~!!!'
저녁 7시. 수연은 카페의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11시까지 하지만 카페에서 계속 끝날 시간만을 기다리는 민준을 보자니 수연은 괜히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일찍 닫힌 카페의 모습은 낯선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왠지 이상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민준을 따라 나섰다. 민준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차가 있는 곳을 안내하고는 가만히 조수석 문을 열었다. 무심한 듯 보이는 민준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아서 수연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수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민준은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가는지도 말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 민준의 모습에 수연은 안절부절못했다.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예약해둔 식당이 있습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면 그곳으로 가죠."
자신에게는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가는 모습에 기분이 상했지만 이미 따라나선 길 할 수 없다 생각했다. 수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준은 말없이 운전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차는 한 식당 앞 주차장에 세워졌다. 그리고 수연은 민준을 따라서 조용히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지만 잘 모르는 메뉴에 괜히 아는 척해서 맛없는 걸 먹고 싶지 않아 수연은 민준에게 주문을 맡겼다. 그러나 주문 이후에 민준은 또 말이 없었다. 어지간히 과묵한 남자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건 자신을 너무 무시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어 수연은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했는데, 뭔가요?"
"그건 식사 후에 말합시다."
"아..예.."
'답답하네! 궁금하니까 지금 물어보는거지! 자기가 할 말 있다고 끌고와 놓고! 내가 지금 밥이 넘어가겠어! 친하지도 않는 사람이 저녁먹자고 끌고 왔는데! 에효~ 됐어~ 밥 먹고 말하겠다잖아~ 신경쓰지 말자.'
음식이 나왔지만 민준이 침묵을 지키며 밥을 먹자 수연도 민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밥을 먹었다. 긴장해서 일까 수연은 음식물이 입안에서 식도로 넘어가면서 후두덮개가 아래로 내려오고 조임근이 이완되는 느낌까지 세세하게 느껴졌다. 다시 후두덮개가 올라가고 후두가 내려와서 음식을 무사히 위까지 넘기는 게 너무 힘든 일로 느껴졌다. 음식을 넘기는 연동운동이 이렇게 힘든 일 일 줄은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래도 내 튼튼한 위에서는 열심히 위액을 분비하여 잘 소화시키리라 믿었다. 분명 내 위는 내가 먹은 음식이 들어가자마자 가스트린의 분비에 의해 위액을 마구 분비할 것이다. 그럼 위의 내용물은 위벽 근육의 교반작용에 의해 잘 섞여가며 잘 소화될 것이다. 내 친구처럼 날문조임근이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소화는 언제나 잘되었다. 그렇게 식사를 다하고 후식을 다 먹은 후에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내 작은창자의 원주상피로 둘러싸인 곳이 점액과 소화액을 분비하고 영양분을 흡수할 때까지 그는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보다.
‘으~ 제발 말 좀 해라~ 사람 불러놓고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은 입에 맞으셨습니까?”
갑자기 물어보는 민준의 물음에 수연은 깜짝 놀랐다. 순간 별거 아닌 질문에 좌심실이 강하게 수축하여 대동맥을 통해 머리와 가슴 팔다리 온몸에 피가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에 퍼진 혈액이 대정맥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할 동안 수연은 아무 말도 없었다. 순간 자신이 멍한걸 깨닫고 수연은 조금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맛있었어요. 그런데 절 보자는 이유가…….”
“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묻고 싶었습니다.”
민준은 수연의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이번엔 별거 아닌 질문이 아니었다. 연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가 나에게 물어왔던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수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 잠깐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저 손님 중 하나이기에 달리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에 숨이 멈춘 듯하다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수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위해 최대한 가슴우리를 확장시켰다. 그에 따라 가로막과 갈비사이근이 수축되었지만 천천히 숨을 내쉬기 위해 가슴우리를 작게 하여 곧 가로막과 갈비사이근은 이완되었다. 사실 호흡은 교뇌와 연수에 위치한 호흡조절중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수연이 굳이 가슴우리를 확장시키고 수축시킬 필요는 없으나 지금 수연에게는 뇌에게 갈 산소가 절실히 필요하였다. 그렇게 들이쉰 숨은 허파꽈리에서 허파꽈리 모세혈관으로 확산하면서 허파동맥에서 허파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 좌심방 좌심실을 거쳐 뇌로 산소를 보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 대답할 여유가 생겼다.
“죄송하지만, 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수연이 딱 부러지게 말하자 민준은 거칠게 들리던 방실 판막과 반월판막의 열고 닫침의 소리가 순간 멈춘 듯하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 보세요”
대담한 그의 말에 수연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이렇듯 대쉬하는 그를 보자 자신이 쉬워보였나 생각이 들어 울컥하였다 그래서 더욱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싫어요. 새삼스레 당신을 생각할 이유가 제겐 없네요.”
순간 잠깐의 스트레스로 민준의 시상하부에서 신경신호가 척수를 따라 부신속질에 도착하였다. 그래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로 민준의 대동맥 수축기 압력이 120을 웃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수축기압력과 이완기 압력이 120의 80에서 벗어나 본적 없던 자신의 혈압을 수연은 한마디로 변화시켜 버린 것이다. 하지만 민준은 이번에도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왜 싫은 겁니까?”
담담히 물어보는 그의 말에 수연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 그래서 식사가 끝난 후부터 콩팥의 사구체가 보우만 주머니로 여과되고 긴 헨레 고리를 지나면서 물, 염류, 아미노산 등의 재흡수와 불필요한 염료 요소 등의 분비가 일어나 오줌이 세관과 집합관을 거쳐 요관, 방광, 요도를 통해 외부로 배출하기 원하는 것을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금방 오줌이 마려운걸 보니 시상하부의 신경분비세포에서 뇌하수체 후엽으로 호르몬을 분비시키지 않았나보다 항이뇨 호르몬이 나왔다면 이렇게 빨리 화장실을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잠깐 든 딴생각을 뒤로하고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만요. 화장실 좀 다녀오고 대답할게요.”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던 수연은 눈물을 흘리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한 여자에 의해서 가볍게 미쳐졌다. 그래서 중심을 잡기위해 뻗은 그녀의 손이 살짝 따끔하였다. 가만히 손을 보니 화장실문 옆모서리에 글키면서 상처가 났나보다. 얼마 안지나 살짝 부종에 의해 상처가 부어오른 것을 보니 이미 식세포(대식세포와 호중성백혈구)가 박테리아와 세포조각을 청소했나보다. 게다가 금방 피가 멈추는 것을 보니 혈소판이 노출된 결합조직에 부착하여 혈소판 마개를 형성하였고, 피브린 성분의 실들로 이루어진 혈병이 혈구세포를 잡아준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쳐다보고 다시 민준이 기다리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미뤄뒀던 대답을 하기위해 입을 열었다.
“전 지금 누구와 연애하는 것에 관심 없어요. 그래서 당신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시는 게 조금 불쾌하네요.”
그러자 무표정한 얼굴로 민준이 말했다.
“내가 언제 연애를 하자고 했습니까?”
민준의 말에 수연은 순간 열이 올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전모세혈관의 조임근이 이완했나보다. 그래서 주관을 활발히 돌아다니는 혈액의 모습이 여실히 보여주는 그녀의 창피함에 수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럼 제가 더 이상 여기 앉아서 대화할 이유가 없겠네요.”
그 말만을 하고 그녀는 나가버렸다. 갑자기 그녀가 나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민준은 멍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있다 그녀를 따라가야겠단 생각에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그러나 이미 수연은 택시를 잡고 민준의 눈앞에서 떠나간 후였다.
집으로 들어온 수연은 뒤숭숭한 마음에 내일 출근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당장 부모님에 계시는 대전에 내려가기 위해 간단히 짐을 싸고 카페에는 개인사정에 의해 당분간 쉰다는 종이를 붙여놓고 지하철을 탔다. 대전에 내려가자 갑자기 온 딸의 방문에 부모님은 놀라셨지만 그냥 쉬려고 왔다는 수연의 말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쉬도록 해주셨다. 언제나 자신을 마냥 믿어주시는 부모님 때문에 잠시 눈물이 고였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내고 자신의 어린동생을 보기위해 진우의 방에 들어갔다. 그녀의 동생 진우는 수연과 나이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진우를 보았을 때 진우는 홍역에 걸려있었다. 수연은 이미 어렸을 적 홍역에 걸려 홍역에 대한 기억세포가 남아있어 설령 다시 홍역에 대해 노출된다고 해도 빠르게 많은 항체를 만들어 낼 것이므로 개의치 않고 진우를 안았다. 오랜만에 안아보는 진우의 온기에 가슴이 순간 뭉클하였다. 분명 진우도 항원제시세포에 의해 활성화된 보조 T세포가 뼈속질에서 계속 성숙한 B림프구, B세포를 자극하여 항체를 생성하게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진우도 홍역을 이겨내면서 한걸음 더 자랄 것이다. 아픈만큼 성숙해 지는 거니까. 어서 동생 진우가 자란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우울하던 수연의 마음이 잠시 가벼워졌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푹 쉬다가자는 마음으로 수연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부모님 곁에서 지냈다. 하지만 그것도 일주일이 지나자 슬슬 카페가 걱정되었다. 쉬는 것도 좋지만 자신은 돈을 벌어야했다. 수연의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고 계셔서 인슐린을 사는 돈이 모이니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대게 정상인의 사람은 당의 항상성을 유지위해 혈당이 낮아지면 이자의 알파세포가 글루카곤을 분비해서 간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시킨다. 그래서 혈당량이 조절점까지 올라간다. 또, 식후 혈당이 증가해도 이자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여 체세포의 포도당 흡수를 증가 시키고 간에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시켜 혈당을 낮춰준다. 그러나 수연의 아버지는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지만 치료를 안 하면 탈수, 실명, 심장혈관계 질환과 신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치료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처음 그녀의 아버지는 인슐린 값이 조금씩 부담이 되자 치료를 그만둔다고 하셨다. 그러나 수연은 친구 아버지가 고집을 부리셔서 당뇨병 치료를 하지 않아 콩팥이 망가져 결국 콩팥 투석을 하게 된 것을 알아 그녀의 아버지를 열심히 설득하여 치료를 받으시게 하였다. 이런 상황이니 수연은 돈을 벌어야 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평소처럼 카페의 문을 열었다. 역시나 같은 시간에 민준이 찾아왔다. 그는 이번에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용건만을 말했다.
“그날 말도없이 나가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일주일동안 어딜 갔었던 겁니까? 그리고 전에 말했다 시피 지금 당장 연애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와 만나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도 과묵한 남자가 한 번에 길게 얘기하니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수연은 그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 그래서 결국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말았다.
“알았어요. 그럼 당신 말대로 우린 서로 모르니 얘기하면서 서로 알아보죠. 언제가 좋겠어요?”
“오늘. 퇴근 후 술 한 잔 어떻습니까?”
“알겠어요. 그럼 퇴근 후에 이리로 오세요.”
“그럼, 이만.”
민준은 간단한 말과 함께 카페를 나섰다. 그날 수연은 하루 종일 두근거렸다. 만나면 무슨 이야길 할지 어디를 갈지도 정하지 못했지만 그와 만난다는 사실에 괜히 설렜다. 한번 만나서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그의 말은 들은 순간부터 호감을 느낀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자신의 설레는 것을 보면 이미 예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끌렸나보다. 그렇게 그의 퇴근시간만을 기다리던 수연은 민준이 오자 오늘도 카페 문을 일찍 닫고 이번에는 그녀가 그를 데리고 술집을 갔다.
수연이 민준을 이끈 술집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그녀도 즐겨가는 술집인데 카페처럼 방마다로 나뉘어있어서 조명도 술집에 흐르는 노랫소리도 조절할 수 있어서 그녀는 이곳으로 선택했다. 무엇을 시킬지 그에게 묻자 그가 가벼운 과일 칵테일을 시켰다. 그녀도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키고 의아한 듯 그에게 물었다.
“독한 양주를 즐겨 드실 것 같은데 의외시네요”
“예전에는 양주를 주로 마셨으나 요즘은 가볍게 마시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실 민준이 가벼운 과일 칵테일을 선택한 이유는 독한 양주로 인해 혹사당한 간을 조금이나마 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간의 기능은 주로 아미노산을 분해한 후, 요소를 합성하여 질소노폐물을 배설할 수 있도록 하지만 또 다른 기능이 독소대사이기 때문이다. 간은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 등과 같은 독소를 오줌으로 배출할 수 있는 비활성 물질로 전환시킨다. 하지만 간에 정화기능이 있다고 해서 간이 처리하는 알코올과 같은 독소에 의해 간이 손상되는 것을 보호하지는 못한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일부 물질은 알코올보다도 더 독성이 강하여 간세포의 손상과 죽음 및 조직의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간은 간세포의 다양한 대사 장치로 지방소화를 위한 쓸개즙 합성, 필수적인 단백질 합성, 혈액응고와 삼투균형 유지에 중요한 혈장단백질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혈중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장기이다. 그래서 민준은 건강을 위해 술을 끊어야 하지만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약한 알코올 맛이 느껴지는 칵테일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문득 대화가 끊어짐을 느낀 민준은 무엇이든 화제를 꺼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안주로 나온 연어 샐러드를 보고 생각나는 말을 꺼냈다.
“당신은 연어가 얼마나 능력 있는 어류인지 아십니까?”
“산란할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요?”
“물론 그 이유지만 그렇기 위해 연어의 몸이 다른 물고기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물고기의 몸 자체도 최대한의 산소를 얻기 위해 아가미사의 라멜라를 지나는 물의 방향과 라멜라 안의 모세혈관이 흐르는 방향이 다릅니다. 이것을 역류교환이라고 하는 데 확산에 의한 산소호흡이라 농도차이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효율적인 물고기들 사이에서도 연어가 신기한 이유는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어류는 주위 용질의 농도 변화에 내성이 없습니다. 때문에 민물고기인 농어가 민물에서만 살 수 있고, 바닷물고기인 대구가 바다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죠. 민물고기는 민물에서 아가미를 통해 소금을 흡수하고 콩팥으로부터 희석된 오줌의 형태로 다량의 물을 배설하지만 바닷물고기는 바다에서 아가미를 통해 소금을 배설하고 콩팥으로부터 농축된 오줌의 형태로 과량의 이온과 소량의 물을 배설합니다. 그러나 연어는 바다와 민물 사이를 옮겨 다닐 수 있으니 능력이 있다고 표현 할 수밖에요.”
“그렇군요. 재밌는 얘기를 하시네요. 연어가 민물과 바디사이를 오가는 것이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지는 이제야 알았네요.
“가볍게 술 한 잔 하려고 와서 재미없는 얘기만 한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군요.
“아니에요. 또 다른 동물에 관한 재밌는 얘기는 없나요?”
“흠... 이런 얘기가 즐거우시다면 하나다 새의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죠. 사람은 높은 산을 올라갈 때 위로 올라갈수록 산소가 부족함을 느껴 정말 높은 산은 산소호흡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새는 그런 것이 필요 없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음... 새의 몸이 사람보다 작기 때문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그것도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보다 정확한 이유는 새의 기체교환 방식이 사람과 다르게 부족한 산소에 효과적으로 적응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허파꽈리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의 방향이 다르지만 조류는 허파를 통해서 한 방향으로 공기가 흐르며 허파 외에 여러 개의 커다란 기낭이 있습니다. 이 기낭은 직접적으로 기체교환의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허파를 통해 공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뒷기낭으로 들어온 신선한공기가 한 방향으로 앞기낭을 통해 더러운 공기를 나가게 하므로 허파에 잔기량이 없어 허파안의 산소농도가 포유류보다 높은 것입니다. 그래서 새는 사람보다 약 5%정도 더 많은 산소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신기하네요. 그 작은 몸이 사람보다 더 많은 산소를 얻을 수 있다니 동물이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은 편견이었네요.”
“얘기를 하다 보니 아무것도 먹질 못했군요. 드시죠.
“네.”
수연의 대답 후 두 사람은 술과 안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연은 안주를 먹던 중 문득 혹시 과량으로 칼슘을 섭취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매일 한 알씩 먹던 칼슘 영양제를 오늘은 감기약과 착각하여 두 알을 먹은 일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내 혈중 칼슘의 농도가 증가하면 갑상샘으로 부터 칼시토닌이 방출되어 뼈의 칼슘 저장을 촉진하고 콩팥에서 칼슘을 흡수하여 혈중 칼슘이 감소할 것이라 믿고 그냥 안주를 먹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둘은 술을 마셨다. 그러나 술을 잘 안마시던 수연은 또 괜한 걱정이 들었다. 술 때문에 대사가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그러나 이것저것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또 자신의 몸을 믿었다. 시상하부로부터 방출호르몬이 분비하여 뇌하수체 전엽의 내분비세포를 자극하고 그래서 뇌하수체호르몬 중 갑상샘 자극 호르몬(TSH)이 나와 갑상샘을 자극하여 티록신을 분비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각자의 생각과 잠깐의 대화들로 이어지던 술자리는 늦은 저녁이 돼서야 끝났다.
그날 함께 술을 마신 후 급속도로 두 사람은 가까워 졌지만 민준은 회사 일에 바빠질수록 수연에게 소홀해져갔고 그런 민준의 모습에 수연은 서운함을 느꼈다. 그래서 친구이상 연인 이하였던 어정쩡한 그들의 관계는 수연이 더 많은 공부를 위해 해외로 떠나면서 끝이 났다. 민준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문든 수연이 생각났고 수연도 연어요리를 먹을 때마다 민준이 생각났지만 둘 다 먼저 연락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를 차츰 잊어갔다.
몇 년 후, 수연은 카페를 확장하여 많은 직원을 부리는 사장이 되었다. 그녀는 성공을 거머쥐고 매일 행복했지만 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져만 갔다. 그래서일지 하루는 이제 직원들이 있어 굳이 아침 일찍 가지 않아도 되는 카페를 수연은 일찍 출근했다. 아무도 없는 카페의 문을 열고 처음 자그마한 카페에서의 그때처럼 커피원두를 볶고 향긋한 냄새가 카페를 감돌 때 딸랑거리며 카페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