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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 백수의 하루

힘내 |2011.05.10 04:09
조회 145,110 |추천 233

 

 

알람을 껐다, 또다시.

7시로 맞춘 알람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끄고 끄다가 9시가 넘어서야 몸을 일으켰다.

‘아, 오늘도 딱히 할 일이 없다.’

어쨌든 씻고, 책상 앞에 앉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할 일이야 많다. 책꽂이의 읽지 않은 책을 읽는다던가, 관심이 조금은 덜 갔던 회사의 자소서를 작성해 본다던가.

아무튼, 뭐라도 해야 하는 백수의 하루는 오늘도 밝아왔다.

 

참~집중이 안 된다.

고3 수능을 준비할 때, 대체 내가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싶다.

이 와중에 배는 또 시간만 되면 고파온다.

‘밥 먹을 자격이나 있나?’

‘내 주제에 밥은 무슨.’

백수 생활 3개월만 넘어도 이런 생각은 머릿속에 2초 이상 머물지 않는다.

냉장고를 뒤적뒤적.

꼴에 맛있는 거 찾기는……

어찌됐든 주섬주섬 한끼를 해결했다.

 

믹스커피 한잔 타놓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얼마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소중한 시간.

 

문득 고개를 드니 12시가 갓 넘었다. 늦은 아침식사로 밥을 먹기도 좀 뭐 하다.

잡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의 회사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선남선녀로 가득한 밝고 열정적인 사무실을 상상해본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당당하고 진지하게 무언가를 토론하는 나의 모습도 흐릿하게나마 떠오른다. 내 미래 가족의 화목한 모습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

 

 정신이 들었다.

책상 앞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취업 정보를 적은 메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 무의미하다. 구질구질한 내 처지. 마음을 굳게 먹고 책으로 눈을 돌리기엔, 내 꼴이 너무 서럽다. 그렇다고 눈물을 흘리기엔,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하다.

 

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밥숟가락을 들었다.

싼 반찬 듬뿍, 비싼 반찬 조금. 밥 먹는 것조차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고, 입에 들어가는 한 젓가락 반찬의 가격도 머릿속에서 계산해야 하는 초라함. 인간이라면 들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욕적인 기분들을, 애써 꾹꾹 눌러 모르는 척, 무시해야만 버틸 수 있는 매일의 점심.

 

다시 책상에 앉았다.

힘을 내자!

이런 나도 참, 긍정적인 인간이다. 자소서마다 있는 성격의 장단점 항목. 나의 장점은 정말 이런 긍정마인드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금방 마음 다잡고 힘내자고 외치는 자세, 이거야말로 기업에서 좋아할만한 덕목 아니던가. 그러나, 아무리 써봐도 알아주지 않는, 도대체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는,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나의 자소서.

 

  오늘 마감이라는 모 기업의 자소서가 생각났다. 며칠씩 투자했던 자소서들이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내 자소서에는 점점 Ctrl+C, Ctrl+V가 늘었다. 그러면 안 되는걸 알면서도, 오늘도 기존 자소서 항목에서 비슷한 내용을 그대로 붙여 최종지원을 클릭했다.

 오늘 결과를 발표하는 또 다른 기업. 예전에는 아침부터 결과발표날을 기다렸던 적도 있다. 그러나 불합격 통보를 받고 받고 또 받으니, 이제는 부정, 분노를 거쳐 체념의 경지에 이르렀다.

 

 역시나, 불합격.

 

 잠시나마 꿈꾸었던 밝은 미래와, 부모님과, 일가친척과 잘된 친구들을 애써, 애써 잊고, 다시 공부. 다시 찾아오는 집중의 시간.

그리고 금방 찾아오는 이 양심도 없는 배고픔.

비관적인 이 처지를 애써 외면하며, 그래도 살아보겠노라 밥숟갈을 입에 밀어 넣는다.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본다. 쉴 새 없이 딴 생각이 들지만, 이제 그 정도엔 휘둘리지 않는, 나는야 고수백수.

 

 오늘이 갔다.

좌절이라는 마음의 짐을,

한사코 거절하는데도,

오늘도 기어코 내 품에 안겨주고 갔다.  

 

누웠다.

이 좌절감을 안고.

 

우는 것도 사치다.

 

이 한 몸 불사를 각오를 하고도 갈 곳을 찾지 못해 오늘도 이 한 뼘의 방을 지키고 있는 나는,

 

백수다.

 

 

 

 

 

 

 

 

 

 

 

+_+_+_+_+_+_+_+

 

 

가족, 친구, 누구에게도 푸념하기도 마땅치 않아서

하소연 하고 싶어 올린 글인데, 

톡이 됐네요. 신기합니다...ㅎ

 

 

 

 

 

 

 

 

 

바닥부터 시작하란 말에 대해서요..

 

20대후반, 여자.

서울중상위대 인문계

토익850 토익스피킹 레벨6 + 제2외국어(고급)

운전, 컴퓨터, 한자, 자격증 기타 (해외체류,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저라는 상품에 달린 꼬리표는 저렇습니다.

대기업 중견기업을 가기엔 뭔가 부족하고,

바닥부터 시작하기엔.....

'그래도 바닥부터!'라고 하시면.....

제가 아직 욕심을 못버린거겠지요.

 

학창시절, 알바로 어설픈 돈 맛에 취해서

취업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결과,

이렇다할 저만의 스펙을 하나도 만들지 못한 것이

매력없는 이력서&자소서의 원인이라고....저는 나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감각과 지식을 늘려볼 생각으로 집에 주둔하며 공부 한다고

이 궁상을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불규칙적으로)통역, 번역 알바하면서 밥값은 벌고 있어요...

 

,,변명을 해봐도 어쨋든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ㅎ

 

아무튼,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래서 톡에다 글 올리나봐요...ㅎㅎ

 

취업합시다. 화이팅 !

 

 

추천수233
반대수56
베플장민식|2011.05.12 11:14
진정한 백수는 9시 넘어서가 아니라 1시 넘어서 일어난다. 넌 아직 애송이야
베플요시키 |2011.05.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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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사루비아 |2011.05.12 09:43
훗날 '나 그랬드랬었지' 추억하면서 현재에 만족할 날이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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