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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꼰에서 만난 사춘기 소년들, 요르담과 오스니엘과 사무엘!

김미애 |2011.05.12 17:01
조회 41 |추천 0

트리니다드에서 다시 하바나로 올라왔다.

이제는 혼자 있는 하바나가 다시 그럭저럭 어색하지 않아졌다.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관광의욕이 불끈! 솟는다.

하루종일 쿠바의 끝에서 끝까지 지도 한번 보지않고 발길 닿는대로 가고 싶은 골목으로

고 스트레잇 턴라잇 턴 레프트!

카피톨리오를 지나고, 올드하바나 까지 갔던 것 같다!

중간에 무슨 차이나타운 같은 곳도 지나쳤다!!

그런데 이제 슬슬 말레콘에나 가볼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무조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잉.

그리하여 방파제가 나오긴 나왔는데........여긴 아무리봐도 말레콘분위기가 아니다.

연인들이 키스하고 악사가 연주하고 아이들이 다이빙하는 그 말레콘이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아씨 어뜩하라고........

그냥 대충 그 방파제에 걸터 앉아 바닷물에 쓸려오는 페트병과 각종 잡다한 쓰레기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가 앉은 방파제쪽으로 두명의 앳되보이는 소년이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더니 나를 힐끔본다.

그러고는 다시 별일 없다는 듯, 무언가 자기 할일을 한다.

방파제 다리에 드러누워 다리밑을 꼼꼼히 살피며 뭐라뭐라 지들끼리 말을 주고 받는다.

나는 얘들이 지금 모하나......수질검사하나 싶었다.

그러더니 그 중 흰티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던 아이가 내게 다가와 뜬금없이 '뷰~티풀~'이런다.

옆에 있던 친구는 키득키득댄다.

나는 이때다 싶어 그 아이에게 다짜고짜 말레콘가려면 어떻게 해?! 라고 물었다. 뷰티풀은 상콤히 씹어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길을 알려주더니, 됬고, 그냥 자기들 따라오랜다 히히

그래서 엉덩이 털고 일어나 아이들을 따라갔다.

또하나의 인연이 늘었음을 예감했다.

 

서로 짧은 스페인어로 통성명과, 나이등을 물었다.

흰티셔츠의 캡모자를 쓴 일면 '뷰~티풀~' 아이는 요르담, 그 옆에서 키득대던 흑인 아이는 오스니엘.

둘다 열여섯, 사춘기다.

갑자기 어흥!소리를 내며 방파제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요르담을 미는척 겁주기도 하고, 셋이 같이 방파제에 올라 일자로 걷기도 하며 친목을 다졌다.

 

말레콘에 드디어 진입!했지만 어차피 말레콘에서 딱히 누굴 만날것도 아니엇으므로

계속 아이들을 따라 다니기로 했다.

아이들은 말레콘에서 이리저리 바삐 볼일을 보러 다녔다.

 

 

말레콘에는 낚시꾼들이 많다. 말레콘의 어떤지점에서는 낚시가 합법이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불법인듯 하다.

아이들을 따라다니는데, 이놈들이 말레콘의 낚시꾼들과는 죄다 안면이 있는 사이!

돌아다니면서 이사람 저사람 찾으며 그물망도 사고, 물고기밥??이라해야 하나, 미끼같은 것도 사고 하는것이다.

알고보니, 요 아이들, 적은 돈으로 투자해서 지들끼리 몰래 불법지점에서 물고기를 잡아다 팔아 근근히 용돈 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물의 길이를 가늠해보는 사진 속 아이들 모습!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해오는 마흔즈음 되어보이는 낚시꾼 아저씨.

손에는 저렇게 오늘 낚은 물고기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아가리 쫙 벌리고 일렬종대로 매달려 있는 물고기 모습을 보자니, 말레콘의 바닷바람에서 갑자기 생선 비린내가 나는듯 느껴진다. 낚시는 이 사람들의 하루일과의 한 부분인 듯 하다.

 

 

요르담에 멀리서 '오이 오이! 미라미라!!'

하길래 뛰쳐가서 말레콘 방파제 넘어로 쓰윽 넘겨다 보았더니,

살오른 물고기들이 요래 요래 많이 있다!!

우와~~ 함성 발사.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낚시꾼 아저씨는 의기양양하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오스니엘 단독샷!

장난기 많고 어떻게 보면 조금 까진 요르담에 비해, 말수는 적지만 의젓하고 개념있었던 아이 오스니엘.

요르담은 딱 고나이 또래 처럼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고 해대고, 애가 짖궂어가지고는, 하는 말의 절반은 센척과 거짓부렁인 딱 열여섯짜리 남자애다. 반면 오스니엘은 요르담이 짖궂은 농담을 칠때면 옆에서 한숨쉬며 조용히 고개를 젓는 그런 아이다. 하하. 무단횡단 할때도, 늘 나를 챙겨가며 길을 건너던 오스니엘!
맘에 들었어.

 

 

잠자리채 같은 그물망으로 물고기의 동태를 살피며 낚시질.

 

 

물고기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점프점프!

 

 

으잇샤! 하지만 이날 아이들이 건진건 옆으로 걷는 한입거리도 안될 작은 꽃게뿐......

꽃게에게 미안하다. 그날 그 꽃게는 여덜개의 팔이 잘린채로 몸뚱아리만 쓸쓸히 바다로 던져졌다...

 

하지만 한창 낚시에 매진하고 있을 때, 저어쪽에서 교통정리 하던 경찰님에게 딱 걸려부렀다.

다행히 아직 아이들이라 그런지 훈계하는 수준에서 끝났지만, 그 후에도 계속 우리를 힐끔 힐끔 감시하는 경찰의 시선에 조금 불편했다. 아이들은 또, 눈치껏 그 경찰이 사라지길 기다려보며 계속 그 주변에서 자리를 뜨지않고 논다.

끈질긴 녀석들...한번 지대로 벌금을 물어야 정신차리지ㅋㅋㅋ

 

셋이 일렬로 앉아있다가 내가 가방에서 슬며시 담배를 꺼냈다.

그러자 요르담의 눈이 그야말로 반.짝.반.짝 해진다.

한대 달라는 말은 없었지만 눈빛에서 흡연 애호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지못해 내가 한까치를 꺼내며 건내주자, 좋아라~한다.

하지만 건내주면서도 마음이 찝찝했다. 얘네, 이제 16살인 애들한테, 담배 줘도 되는거야?

하는 내 양심에 자꾸 거슬려, 물어보았다.

너네 16살아니니?! -맞아!

담배피면 안되는 거 아니니?! -괜찮아! 쿠바에서는 16살부터 담배 살 수 있어.

ㄹ.

너무 오픈마인드 아닌감..허긴, 우리나라 학생들도 어른들 몰래 몰래 십대때부터 흡연하긴 하니까..

그래서 오스니엘에게도 한대필래? 하고 권했더니만, 자기는 담배 안핀단다.

된놈이여.

답배갑을 보니 한 네다섯개피 남았길래, 담배갑 채로 요르담에게 가지라고 주었다.

짜식 엄마미소 짓는다ㅋㅋㅋ

 

슬슬 해도 지고 배도 고파 집으로 가고자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이 집이 어디냐고 묻길래 대충 위치를 알려주었더니 바래다 주겠단다.

하지만 올드하바나부터 내 숙소까지 가까운 거리는 절대 아니었고, 또 돌아가는 길에도 이 골목 저골목 누비고픈 마음이었기에 계속 됬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강경하다.

말도 안통하니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여차저차 일단 말레콘 길을 쭈욱 같이 걸었다.

중간에 만난 또다른 낚시꾼 무리. 요르담과 오스니엘을 아는 듯 반갑게 인사한다.

그 중 한분이 유창한 영어로 내게 말을 걸길래! 아싸 가오리!

아이들에게 내 말좀 통역해달라고 부탁ㅋㅋㅋㅋ

바로 집에안가고 밥도 먹고 더 구경하다 갈거니까 안데려다 줘도 된다고 전해달라고 해서

겨우겨우 서로 알아먹고 이쯤에서 빠이빠이 하기로했다.

아이들이 내일도 또 올거냐고 묻는다.

내일은 하바나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알겠다고 했다.

내일 세시에 아까 거기 처음만난 방파제 앞!

이제야 나를 보내주는 아이들! 아스타 루에고~!!

 

다. 음. 날.

또 여기저기 걷고 헤메고 구경하다가 약속시간인 세시를 넘겨 버렸다.

흐걱...좀 늦은 것도 아니고 무려 한시간이나 늦은 네시에 방파제 앞에 도착했다.

한시간이나 늦었는데 아이들이 있을까...싶은 마음에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역시나...

없다.

알싸하게 부서지는 파도만이 나를 반긴다.

이 허탈감은 뭐지..

에잇. 고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파도에 밀려와 출렁이는 잡다한 쓰레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 십오분쯤 흘렀을까?

등뒤에서 익숙한 두 목소리가 들린다. 홱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요르담과 오스니엘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섰다.

하긴 애들도 내가 바람맞힌줄 알고 있었을 거 아녀..

반갑게 허그!!

 

 

요르담&오스니엘

 

 

요르담&오스니엘&사무엘

 

아이들은 오늘도 물고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오늘은 한명이 더 늘었다. 막내 사무엘! 13살이었던가..?

고놈참 귀엽게 생겼다. 귀요미!

그날 길거리에서 산 구아바 한개를 꺼내 먼저 요르담에게 권했다.

먹어!

됬어.

요르담 패스,

오스니엘, 먹어!

아니야 괜찮아.

오스니엘 패스!

그래서 막내 사무엘에게

이거 먹을래?!

......(쭈뼛쭈뼛)

괜찮아 자, 받어!! (그냥 던짐)

헤헤.

뜻모를 웃음으로 받아든 구아바를 맛잇게 잘도 먹는 사무엘 이 귀요미.

흐뭇한 엄마미소로 쳐다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물어볼 땐 안먹겠다던 이것들이 막내 사무엘의 구아바를 뺏어먹기 시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줄때 먹을 것이지.

 

그러던 와중, 요르담이 갑자기 옴브레 옴브레 한다.

옴브레가 ..뭐야? 당췌 무슨얘긴지, 뭔가 계속 말하면서 물어보는데 뭔말이야????

어제, 옴브레, ~했어? 라고 하는거 같은데 어제밖에 몬알아 먹겟단 말이다.

그러자 내 종이와 펜을 뺏어가 그림을 그린다.

ㅎ ㅏ!

어제 아이들과 헤어지고나서 밤에 말레콘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 한 쿠바노와 말레콘에서 밤 아홉시 정각이면 터지는 폭죽을 보기위해 콜라와 럼을 사서 쿠바 리브레를 같이 만들어 먹었었는데, 요 놈들이 그걸 다 봤었던것이다 뜨아.

그 시간까지 집에는 안가고 왜 훔쳐보고 난리!! ㅋㅋ

 

어제 그 쿠바노의 복장 그대로 그 남자얼굴을 그리더니 내얼굴을 그리곤 서로 뽀뽀 하는 모습을 그린다.

어제 그 남자랑 뽀뽀했냐는 거다....ㅡㅡ

자기가 다 봤댄다.

보긴 뭘봐 임마........

옆에서 사무엘과 오스니엘도 킥킥댄다.

하여튼, 요르담 짖궂은 건 알아줘야 된다.

뭐 설명을 하고 싶어도 스페인어가 되야 하지... 그래서 그냥 노!노!만 해대다가 알게뭐야, 니들알아서 생각해라~~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나를 기억하라고 나눠준 폴라로이드 사진 두방!

 

 

내 안경을 써본 요르담. 포즈봐라. 하여튼 근자감 하나는 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요르담...정말 쿠바 청소년 답다.

근거 없이 들이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길거리 지나가면서 작업거는 쿠바노들은 이해하겠는데, 너같은 꼬꼬마가 무슨.......으익.

특유의 발음으로 자꾸만 뷰우~~리풀~ 하는데 웃겨 돌아가시겠다.

아는 영어라곤 그것 뿐! ㅎㅎ

귀엽다 귀여워~

 

 

요녀석들과 노는건 재밌었지만, 아무래도 외국인인 나를 상대로 이득좀 보려는 것도 없잔아 있었다.

첫째로, 내가 담배 한갑을 준뒤로, 담배를 또 사달라는 요르담.

그때 준 건 서너까치 남아있길래 내가 줄수있는게 그것 밖에 없어서 준거였고..

내가 왜 너에게 담배를 사주어야 하는지 알수가 없군!

그리고, 마니(땅콩) 장수가 지나가길래 너희 땅콩 좋아하니?라고 한번 물었더니 바로 마니장수를 세워 땅콩을 얻어먹은 요르담! ㅋㅋㅋㅋㅋㅋ이건 뭐, 이해한다. 별로 비싼것도 아니고, 나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

결국, 어차피 나도 담배가 다 떨어졌고 해서 나눠필겸 담배 사러 간 매점에서 뜬금없이 냉동실에 있는 1쿡짜리 아이스크림을 오스니엘것까지 두개를 달라고 주문하는 요르담!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막내 사무엘을 보니 사주고 싶어져서 결국 담배한갑과 아이스크림 세개를 사주었다.

 

▲ 바닷바람을 피해 일렬로 서서 아이스크림 삼매경 하는 아이들 사진이 바로 저것.

 

요르담의 뻔뻔함과 낯두꺼움은 좀 짱이었다.

그리고 가장 셌던 것은, 마지막날 정말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굿바이 하려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일쿡이었나, 얼마였나. 몇 쿡만 달라고 한다.

아무 이유없이.

허허.......이때는 정말 내가 애들 버릇을 잘못 들였나?싶은 생각에

왜?라고 물어봤더니

그냥 저냥, 말을 흐리며 물고기 잡을 것도 사고, 간식도 사먹게. 라고 한다.

단칼에 싫어. 내가 왜 너희에게 돈을 줘야되? 라고 햇더니

천하의요르담 얼굴에 민망함이 서린다.

아아, 이 얼굴을 보니 또 미안해지네.

 

아이들이 정말로 나쁜마음으로 나를 물주삼아 갖고 놀려한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나쁘게만 보기에는 그동안 요구한것들은 정말... 얼마 안되는 싸구려 것들, 정말 그나이때 아이들이 그냥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일 뿐이었으므로..

본성은 다들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아이들의 자존심과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너무 다 퍼주면 그게 또 당연한 줄 알게 될까봐.

 

말없이 지갑을 꺼내 잔돈들을 뒤졌다.

그러자 아이들 얼굴이 조금 밝아진다.

아이들이 원한 액수에는 못미치지만, 지폐는 놔두고 계산할때 거슬러 받은 잔돈들만 탈탈 털어보니 그래도

어느정도 되길래 그것만 주겠다고 했다.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게 느껴졌다.

 

이제 진짜, 진짜, 진짜로 내일 정오면 하바나를 떠나 자메이카로 간다.

오스니엘이 진한 여운을 남기면 자꾸만 물어본다. 언제 간다구? 몇시? 그럼 또 언제 쿠바에 와?

이미 서너차례 다 물어본 것들이지만 나도 계속해서 똑같이 처음 물어본 것처럼 대답해준다.

언제 다시 올진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다시 쿠바에 온다면 너희들을 만나러 세시쯤 그 방파제 앞으로 갈거야! 걱정마~

 

 

굳바이 사춘기 소년들! 다음에 볼때 쯤엔 다들 어른이 되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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