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이 뇌수막염을 앓던 훈련병에게 어처구니없는 처방을 내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예비역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사망한 훈련병의 가족 및 지인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을 감히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본 필자는 군대를 만기전역했다. 물론 순탄치 만은 않았다. 원래부터 몸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병으로 인해 군 복무중에도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어야 했다. 덕분에 신병교육대 시절부터 의무실, 군병원과 각별한 사이였다. 자대 내 의무실은 내 생활관 드나들 듯 했고 지방 군병원에도 심심치 않게 다녀왔다. 심지어는 수도통합병원에까지 한 두달에 한 번씩 출석 도장을 찍을 정도였다. 당연히 의가사 전역 권유도 몇 번인가 받긴 했으나 끝내 고집을 피워 만기 채우고 전역을 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민폐 병사였다.
어쨌거나, 이런 덕분에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자랑은 아니지만 필자는 군병원에 다녀본 경험이 꽤 되기 때문에 의무실 돌아가는 체계를 조금은 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은, 부디 약을 처방한 의무병이나 의무관을 탓하지 말자는 것이다.
문제는 군 의무 체제이다.
우선 군 보안에 유의하면서 병사 특기 분류를 살펴보자. 행정병과 운전병 지원에 대해서는 기밀이랄 것도 없으니 예로 들어 보겠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보면 행정병이나 운전병 지원 카테고리가 있다. 절차를 통해 지원한 지원자들 중 적합한 경력이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내가 만나본 의무병들에게 물어보니 의무병의 경우엔 주로 대학교 학과 등을 본단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의무병들이 썩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다. 군대의 의무병은 간부, 간호장교의 조수나 다름없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수발을 들며 악마를 퇴치하기는 하지만 사실 별 능력은 없는 샤이아 라보프와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어떤 의학적 지식이 있는 병사는 몇 없다. 대부분은 그저 대학 전공이 간호학이라, 한의학이라, 심지어 물리치료사나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만 갖고 있어도 의무병으로 뽑는다.
자, 그럼 대학교에서 수박 겉햝기 식으로 배운, 혹은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병사가 환자를 본다고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환자가 발열 증세를 호소한다. 그럼 해열제를 처방한다. 환자가 두통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 두통약을 처방한다. 처방이 끝났다. 그리고 나서 환자에게 뭐라고 말할까. 침대에 누워있다가 계속 아프면 말하라. 이것이 병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뇌수막염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지 진단을 할 수도 없고 어쩌면 뇌수막염이 뭔지도 모를 수 있다. 연대급 부대의 의무대에는 의무관이 있다. 간부급이긴 하다. 하지만 전문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는 쉽사리 말할 수 없겠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환자의 반응을 토대로 군병원에 보낼 정도로 증세가 심한지, 혹은 그냥 누워서 쉬게 하다가 약봉투 들려서 내보낼지 판단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입대 전에 지병 이름을 알고 있었고 확실한 진단서가 있었기에 의무대에서 약 한 봉투를 저승행 티켓삼아 받아들고 누워있지 않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절대 의무병이 멍청하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다. 의무관 잘못도 아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체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의무대에서 타이레놀을 처방한 것이 우습다는 식의 반응들도 보이고 있다. 정말 의무대만 불쌍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훈련소 의무대에서 과연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처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야간행군이라는 상황적 배경이 그저 피로탓이다, 감기다 판단이 흐려지도록 유도했던 걸까. 환자는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때 신속히 처방을 요구했어야 했고 의무대에서는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없다면 당장에 해당 군병원에 후송보냈어야 했다.
아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지시가 군 당국에서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의무대 선에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장교의 확인이 요구될 것이다. 군병원의 의료시설은 절대 사병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장교들의 의학적 수준도 탁월하며 치료하고자 하는 열의도 대단히 감동적이다. 이는 내가 직접 확인한 바이니 장담할 수 있다.
병사를 사망하게 만든 것은 의무병도, 당직 의무관도 아니고 군병원 의료수준이 돌팔이여서도 아니다.
야속한 군 의무 체제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사람을 탓하지 말자.
.. 군사 보안때문에 간부 직위나 계급 등은 전부 생략하고 뉴스 기사에 나온 명칭을 따다 썼고요.
간부에 대한 설명도 대폭 축소했습니다. 의무대와 군병원의 의료수준이 어떻다 정도만 간략하게 썼고요.
그거 알아도 북한이나 기타 위험요인들이 어쩔 수 있는거 없잖아요.
'어라, 의무대 수준이 별로라네? 전쟁나면 우리가 이기겠다!' 이러는거 아니잖아요.
나랏님아, 나 잡아가지 마세요. ㅠ 네이트에 글 처음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