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현실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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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덥고, 친구들이 불러도 나가지 않고 뒹굴거리다가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창밖은 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물묻은 손을 털다가 거실 소파 위에 놓여있는 프린트를 발견했다. 아차! 프린트!
난 아주 우수한 학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는 학생도 아니었기 때문에, 혹여나 난감해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A를 생각하며 프린트를 챙겨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해는 지긴 했으나 밖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아직 덜 깬 잠이 하품으로 몰려와서 한번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마치 백수처럼 어슬렁거리며 A의 집으로 향했다.
역시 낮에 보았던 스뎅으로 된 대문은 닫혀있는 듯 했다. 다시 잡고 흔들어서 큰 소리를 내보려고 슥 밀었는데 이게 웬일? 닫혀있는게 아니라 닫힌 듯 보였던 것이다. 주인이 없으면 문을 이렇게 해놨을리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A의 집 대문을 넘었다. 일단 집의 외부 구조는 꽤 단조로운 모양이었다.
대문을 넘으니 오른쪽엔 작은 마당이 있고 왼쪽에는 시멘트가 깔려있었다. 내 앞 쪽으로는 낮은 계단이 있었고..그 바로 앞에 현관문, 마당 한켠에는 나무를 옮겨심을 때 쓰는 듯 삽과 호미같은 쓰임새 좋은 농기구,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된 빨간 지붕의 큰 개집 두개. 개를 키우나보다. 아니면 키워봤던건지.
나는 바로 낮은 계단을 두칸씩 밟고 올라가 현관문 앞에 섰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노크는 무슨, A녀석이 자고있을 것 같아서 작은 소리로 A를 부르며 문고리를 누르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내다본 집 안은 바깥보다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등지고 있는 밖의 빛이 스며들어가서 현관만 아주 흐릿하게 비출 뿐.. 소리도 뭣도 없었다. 왠지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다시금 녀석을 불렀으나 집 안에서 소리가 울리지도 않고 먹혀버린다. 들어가고 싶은 생각마저도 안든다.
여기에는 A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
"으어어..으어..."
마치 동물이 앓는 소리같았다. 나는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들고있던 프린트를 놓치고 으아악!! 꼴사나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쳐나왔다. A에게 직접 전해주지 못한게 찜찜했지만 어쨌든 전해줬으니까 이제 된거라고 혼자 믿었다. 반드시 녀석이 봤을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A의 집 현관에서 일어난 일은 잊고 여름방학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학교로 돌아가게 되니 무기력해지고 뭘 했나 싶었지만.. 학교에 갔더니 친구녀석들이 시커멓게 탄 피부를 자랑하며 여행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나도 지지않으려고 다른 친구녀석들과 다녀온 여행 이야기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댔다. A는 역시 방학 전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학식은 수업 없이 금방 끝났고 나는 A에게 말을 걸어보려 친구들을 먼저 보냈다. A는 가장 늦게 교실에서 나왔다.
"A. 집 앞에 프린트 떨어진거 봤어?"
"어? 어.."
"선생님한테 부탁받았거든. 제대로 전해줬어야 하는데 니가 없는 것 같아서 집 안에 들어가려다가.."
프린트가 마당에 흩어져있던 것은 내가 가지런히 놓아두고 왔지만 돌로 눌러놓질 않아서 바람에 날아갔다고 둘러댔다. 그제서야 잊고있던게 떠올랐다. 만나면 물어봐야지 했던 말이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뭐였을까? A의 표정이 싸하게 바뀌는 것 같았다. 착각이겠지.
"집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그런데 무슨 소리였어? 사람이야? 아니면 너였냐?"
"아니.."
"응?"
"그건 개야. 우리집 개..나이가 많아서 잘 걷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해서 사람소리가 나서 짖으려고 했나봐"
"아~마당에 있던 개집? 그 개집 주인이 집 안에 있었구나!"
겨우 늙은 개의 앓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친 내가 쪽팔렸다. 아무튼 A에게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았고
나의 궁금증도 풀렸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A는 또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시간이 지나자 A의 존재는 잊혀졌었다. 하지만 나도는 소문도 몇개 있었다.
A네 가족이 야반도주를 했다는 둥, A가 죽어서 집에 있는데 아무도 발견을 못하는게 아니냐는 둥
선생님도 이제 A의 무단결석을 포기한 듯 하였다. 처음에는 나에게 한번 가보라며 부탁했지만
솔직히 그 집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서 거절했기 때문에 누구도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역시 그때 현관에서 본 어두운 집안은 좀 찜찜했다.
그리고 2주정도 지났을 때였다. 선생님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아침 조회에 나섰다.
친구들도 다들 왜저러냐며 쑥덕거렸다. 선생님은 몇분동안 멍하니 있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반 A가 앞으로 학교를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고 말았다. 나는 궁금했지만 여기서 질문을 하면 내게 시선이 집중될테니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A의 집을 아니까..
학교가 끝나자마자 길을 좀 돌아서 A의 집으로 갔다. 조금 낡았지만 번쩍이던 스뎅으로 만들어진 대문 앞에는 '수사 중 출입 금지' 라는 노란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됐다. 난 그 테이프 아래로 슬쩍 몸을 숙여 마당으로 진입했다. 시멘트로 된 마당이 시커먼 자국들이 낭자했다.
집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안났다. 현관문도 닫혀있고 계단 입구에서부터 출입금지 테이프로 난도를 해놨기 때문도 있었다. 나는 흙이 깔린 마당 쪽으로 갔다.
경찰이 가져가지 않은 플라스틱 개집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작은 호미..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시멘트 위에 뿌려진 기분나쁜 자국들은 뭐지? 나는 플라스틱 개집으로 다가섰다. 내려다보니 개집의 뒷쪽과 맞닿아있는 담벼락, 그 틈새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긴장이 탁 풀리면서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며 오만 것을 다 썩히는 더러운 냄새때문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곧장 손으로 코를 가리고 개집을 끌어당겨서 벽과 조금 떨어뜨려보았다.
꿈틀거리는건 흙이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무언가를 덮은 흙이었다..
나는 차마 내 손이나 발로 파 볼 생각이 들지않았다. 곧장 봤던 호미를 집고 천천히 끝부분을 그 위로 가져다 댔다. 슥슥..방금 전까지 내 사방에서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없어지고 호미로 땅을 걷어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꿈틀거리는 흙을 서서히 걷어내자 희끄무리한 물체가 보였다. 그것들은 서로 엉키고 섥인 모양으로 끈적한 거품까지 만들어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구더기였다.
벌레는 무섭지 않았다. 나는 구더기까지 걷어내기 시작했다. 터지면 더러우니까 조심히 걷어냈다.
차마 뭔가 튀어나올까봐 개집을 전부 치우고 하진 못했다. 치워진 개집 옆에서 겁에 질린 채 계속해서 파보았다. 더위에 짜증이 난 내가 한번에 파버리겠다는 용기를 갖고 확 호미를 매다 꽂았다. 그때 호미의 날에 뭔가 뭉글하고 걸렸다. 드디어 지독한 냄새의 정체를 알아낸다는 생각에 환희는 잠시, 호미 끝에 걸려나온 물건에 나는 경악했다.
그건 머리카락 이었다. 하지만 호미에 걸쳐진 부분, 즉 내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구더기가 후두둑거리며 쏟아졌다. 머리카락에 저렇게 구더기가 생길 수 있을까? 무수한 생각을 하다가 등골부터 소름이 빠르게 퍼지는걸 느꼈다. 이건 머리카락이 아니라 두피다..! 나는 들고있던 호미를 흙바닥에 내팽개쳐버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바로 그때 대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A와 마주쳤다. 공포에 다리가 묶였다.
하지만 A는 놀란 기색도 없이 눈을 동그랗게 한번 떴다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는다. 그래, 이건 저녀석 짓이구나...이성이 아닌 본능이 판단했다. 도망가야한다. A의 가려진 오른손에서 번쩍이는 뭔가가 보였다. 칼이다. 칼. 난 칼에 대적할 무기도 없는데 녀석은 무기를 가졌다.
여전히 대치상황을 유지한 채로 A는 여유롭게 웃기만 하고 있었다. 내 눈은 사방으로 돌아가고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매미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담벼락을 넘을까? 호미를 다시 잡을까? 흙을 뿌릴까?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행할 수 있는게 없었다. A가 마음먹고 달려오기라도 하면 나는 3초도 안되서 잡힐 거리였다. 무서웠다. 다리가 풀릴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려고 이를 악물었다.
"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이상하게 영화에서 보던 줄이 쳐져있길래 너한테 뭔일 있나해서 들어와봤어, 너 괜찮니?"
"응 난 괜찮아. 그런데 니가 찾아줬구나"
"뭘 말하는거야?"
"마지막 증거"
표정이 바뀌더니 A가 달려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칼을 쥔 손으로 팔을 뻗었지만 칼날에 손등이 베이고 피가 터졌다. 흙바닥에서 힘을 주니 중심이 잡히지 않고 자꾸만 발이 미끌어지는 것 같았다. 으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A는 나를 찌르려고 하고 있다. 땀이 뻘뻘 흐르는 나와 달리 녀석은 아주 의연하게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칼에 손등과 오른쪽 팔이 베였다. 오른쪽 팔이 베이는 순간에 악!하고 다른 손으로 감쌌다. 그게 실수였다. A는 바로 내 앞에 서서 나를 곧 찌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 죽었구나...싶었다.
눈을 마주치고 최대한 피해보려고 바짝 긴장해 있었다. 깊게 베인 상처는 아프지도 않고 막고있는 손에 미지근하고 미끌거리는 느낌만 들었다. A가 들고있던 칼을 고쳐잡는다. 위에서 내리찍을 심산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A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지는걸 보았다. A의 시선을 따라서 보고싶었지만 아직 칼을 쥔 상태.
나는 안도와 공포로 인해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A가 등지고있던 담벼락 쪽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넘어와서 A를 덮치고 포박했다. 그 순간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뒤에서 A를 겨냥하였던 경찰이 나에게 달려와서 괜찮냐며 부축해줬다. 나는 살았다..
생각보다 팔의 상처는 깊어서 100바늘을 넘게 꿰매고 깁스까지 하였다. 꾸준히 통원치료를 하라는 말과 함께 나는 병원에서 나왔다. 경찰서에서 들은 사건의 진상은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A는 도주한 상태였다고 한다. 도주한 이유는 친족 살해 등 죄목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내가 발견한 그 두피라고 느낀 것은 정말로 사람의 머릿가죽이었다. A는 자기 부모와 조부에게 약을 먹이고 장애로 만들어놓고서 그들을 때리고 괴롭히며 즐거워 했다고 한다. 결국 도가 지나쳐 조부를 죽였고 조부의 사체를 갈아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강제로 먹였다고. 그게 바로 여름방학 때의 일이라고 한다. 즉, 내가 들은 그 이상한 소리는 A의 부모님 중 한명이 낸 소리라는 것..
그리고나서 개학식 이후에는 아버지를 죽였고 가죽을 벗겨서...그나마 살아남았고 피해가 덜했던 어머니가 A가 나간 틈에 가까스로 탈출해서 신고를 하여 A를 검거하기로 하였으나 A는 어머니가 도망간걸 보고 바로 도주.. 그리고 경찰들이 증거를 수집하는걸 어디선가 지켜봤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확증인 땅에 묻힌 두피..그걸 찾으러 왔다가 나와 마주친 것이라고.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A가 검거되고 나서 학교는 한창 떠들썩하다가 또 언제나와 같이 사그라 들었고 A의 어머니는 보호소에서 보호해주며 잘 살고 계신다고 전해들었을 뿐..그 후 A에 대한 것은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나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A의 사건을 잊지 못했다. 그 이상한 소리가 뭐였냐는 질문에 늙은 개였다는 A.
그렇기 때문에 나도 지금 여러마리의 개들을 키우고 있다. 작은 녀석도 있고, 큰 녀석도 있고..
곧 아기를 낳을 임신한 녀석도 있다.
오늘은 녀석들의 몸보신을 위해 특별한 고깃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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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의 A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