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비롯해 모든 카드란 카드는 뒷면에 마그네틱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란 서울시 지하철 표에도 뒷면에 마그네틱 선이 있죠. 같은 마그네틱 선은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컴퓨터 디스켓이란 것도 자석의 성질을 이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디스켓은 마그네틱 선이 아니라 마그네틱 판인 셈이죠. 더 넓은 크기인 대신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마그네틱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 걸까요?
신용카드 자석이나 전자제품 근처에 두지 말라는 얘길 그렇게 들어왔으면서도 ‘왜' 그런지는 잘 몰랐던 사람들이 더 많을 거에요. 마그네틱 선 안에 있는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이 자석에 의해서인데, 다른 자석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배열을 흐트러뜨리면서 정보가 지워지는 것입니다.
마그네틱 선에는 자석의 N극과 S극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배열시키면서 정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석을 이용한 자기인식방식은 정보의 기록과 삭제가 간편하다는 장점과 함께,전자제품이나 다른 자석에 의해 배열이 달라져 정보가 지워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마그네틱 손상이 되어 재발급을 받는 불편함을 치러야 해요.
예전에 ‘세상의 이런 일이’에 스스로 자석인간이라며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며칠도 안되어서 마그네틱 손상이 된다며 제보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허망하게도 그가 허리띠에 달고 있던 핸드폰 케이스의 자석 똑딱이 단추가 하필이면 재킷을 입고 지갑을 안주머니에 넣으면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되었던 것을 카메라가 발견하며 해프닝으로 끝났었지요. 이처럼 가방이나 지갑의 자석으로 된 똑딱이 단추가 지갑이나 가방 안에 있는 카드를 넣고 뺄 때 자성을 미치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가전제품 근처에 신용카드를 둘 때도 자성을 미칠 수 있어요.
마그네틱 선의 자석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자성을 갖는 산화철 가루를 마그네틱 선위에 떨어뜨리면 됩니다. 산화철이 마그네틱 선의 자석 배열에 따라 들러붙게 돼요. 다만 이러다가 마그네틱 손상될 수 있으니 굳이 눈으로 확인하려 들지는 말고, 그냥 알고만 있으세요.^^
고액의 연회비를 가진 VVIP 카드나 연회비 면제되는 카드나 혜택과 디자인은 달라도, 카드의 크기와 마그네틱 만은 모두 평등합니다. 신용카드는 ISO 국제규격에 따라 제작되기 때문에 모든 카드의 규격은 동일해요. 모두 가로 8.5cm, 세로 5.4cm 입니다. 마그네틱도 모든 카드 뒷면 상단 0.5cm 아래 위치하는데, 가로 8.5cm, 세로 1.3cm 짜리 마그네틱 선이 카드 위에 입혀져 있어요. 마그네틱 선 안에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회원정보, 개별고객관리를 위한 카드사의 관리정보가 기록되죠. 마그네틱 선에 저장 가능한 정보는 226바이트, 즉 226 문자에 불과합니다. 트위터가 140자이니 트윗 메시지 두 개도 채 못채우는 셈이네요.
아무리 VVIP 카드라고 해도 마그네틱 선의 정보량만큼은 동일합니다. 그러고보면 카드에서 가장 평등한 존재면서, 뒷면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데다 화려하지 않은 단색으로만 이뤄져 있어 티나진 않지만 묵묵히 카드를 지켜주던게 바로 마그네틱 선입니다. 226바이트라는 작은 정보량에도 수십년간 든든히 신용카드를 지켜줬으며, 금융산업을 지금처럼 키운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게 여간 대견하지가 않네요~
하나의 단색 선으로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마그네틱 선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3개의 트랙으로 구분되어있습니다. 첫번째 트랙은 76바이트 용량으로 백화점 전용으로 사용합니다. 일반 신용카드 업무와 상관없이 개별 백화점 등에서 발급하는 카드를 읽는데 사용하는 트랙이죠. 두번째 트랙은 37바이트의 용량으로 카드결제, 현금서비스 이용 등 신용카드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트랙입니다.
직불카드도 신용카드의 일종이기에 두번째 트랙에 정보가 담겨요. 세번째 트랙은107바이트의 용량으로 은행계좌와 관련한 업무에 사용됩니다.은행 입출금 카드와 직불카드, 혹은 신용카드를 겸용해서 사용하는 카드는 두번째, 세번째 트랙을 사용하는 것이고, 은행입출금 카드만 되는 것은 세번째 트랙만 사용하는 것이죠. 통신사카드처럼 신용카드나 은행업무와 무관한 카드는 첫번째 트랙만 사용하고, 항공사 제휴카드이면서 은행과 신용카드 겸용인 경우라면 세가지 트랙 모두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처럼 작은 마그네틱 선 안에도 구분이 되어있고, 규칙에 따라서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마그네틱 선 안에 비밀번호도 기록했었다고 합니다. 이 정보가 유출되어서 고객 예금이 유출된 사례가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한 이후로 이제는 마그네틱 선에는 비밀번호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적은 용량을 잘 쪼개서 참 많은 역할을 하는, 작지만 매운 고추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12년 9월부터는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카드로는 은행 자동화기기(CD/ATM)에서 현금 인출이나 계좌 이체 등을 못하게 됩니다. 이미 2010년 9월을 기점으로 은행에선 마그네틱 카드 발급을 중지하게 되고, 기존 카드 사용자는 이후 순차적으로 바꿔야 해요. 안전성과 정보량 확대를 위해서는 마그네틱과의 결별을 해야겠지만 수십년간 신용카드 뒷면의 강렬한 인상을 책임져줬던 마그네틱 선이 사라지면 꽤나 섭섭하긴 할거에요. 자성 때문에 마그네틱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법 복제나 정보유출에 따른 금융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담아내는 정보의 양도 시대에 너무 작긴 해도 60년 신용카드 역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카드 뒷면을 든든히 지켜주던 녀석이었던지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랴. 떠날 것은 말없이 보내줘야겠죠? 한결같이 카드 소재로 자리를 굳건히 해줬던 PVC 카드와의 작별과 함께, 마그네틱 선과도 작별이 다가온 것입니다. 카드를 가장 카드답게 보여주던 가장 익숙한 두가지와의 작별하지만, 앞으로 더 멋진 카드가 대신 우릴 맞아줄 거에요. 무엇이든 헤어짐이 있으면 또다른 만남도 있는 것이니까. 미리 인사를 전해볼까요. 잘가라, 고마웠다! 마그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