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타블로의 학력이 허구다 아니다 논란이 일어 났었다. 비록 시간이 매우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건이면서, 동시에 우리사회의 여러 단면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한번 사건에 대해서 생각 해 보았다.
나는 정작 타블로나 에픽하이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 학력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 왜냐면, 이것은 전형적으로 논증적인 측면이 강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좋은 논쟁'이기 때문이다.
이 논란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유없이 타블로를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서, 뭔가 이 자체를 어떤 현상으로 두고서 한마디 하려는 입장들의 논자는 다음과 같다. 가수인 타블로의 학력이 이처럼 뜨거운 이슈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중심의 사고방식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타블로는 가수이기 때문에, 그의 학력은 그에대한 평가와 무관하다. 하지만 그의 학력 논란이 토록 뜨거운 이유를 보면, 사람들이 타블로를 그의 음악이 아니라, 그의 학력 때문에 좋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타블로 논란이 이런 종류의 문제에 해당하는 것일까? 타블로의 학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 학벌 구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그럴듯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우리나라 아니 쇼 엔터테인먼트가 발달된 어느 나라에서든 가수를 좋아하는 요소가 음악적 요소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가수가 노래 잘하는 것만으로 인기를 얻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현상이 그렇다는 말이다. 때문에 립싱크 논란이나 실력없는 아이돌에 대한 논란이 그들의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인기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불평으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예능감'이라고 하는 일종의 유머감가, 인간적 매력 등이 연예인들의 인기의 중요한 요소이고, 전통적으로 외모와 같은 것도 언제나 인기의 요소에 포함되었다면, 학력이 인기의 요소에 포함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를 단순하게 학벌의 어두운 측면으로만 진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파악하기로 이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Fact) 타블로의 인기는 상당부분 그의 학력, 그리고 이것이 알게 모르게 함축 또는 함의하고 있는 다른 매력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Fact) 타블로 스스로 방송에서 그의 학력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다.
논란은 이 사실들 중 하나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이논란을 촉발한 사람이 키보드 워리어이건, 정신분열증 환자이건 중요하지 않다. 논증은 언어적인 것이지 사람에 관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방송에서 했던 학력과 학찰 시절에 관한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경우, 일반적으로 학교를 다녔던 혹은 유학을 했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구심을 던지는 것은 학벌과도 무관하고, 비난과도 무관하다. 이는 논리적 일관성과 정합성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순수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물론 일상적으로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논란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거의 없겟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안되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대신 물어볼 수도 있는것이고, 개인이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도 있는것이며, 아니면 누군가가 조사를 해볼 수도 잇는 것이다. 아니면 그 문제에 대해 비슷하게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이 나쁜가?
내가 보기에 타블로의 학력 논란에서 타블로의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정당해 보인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들은 거의 티비 출현이나 인터뷰 내용 등의 구체적인 자료들, 사실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증거들을 토대로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 역시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설사 그들이 타블로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번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것들 말이다. (물론 이 담론에 포함된 모든 비판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그렇지 않는 요소들, 악의적이고, 인간적인 것들 역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문제는 이러한 의구심이 익명성에 기인한 군중 심리와 결합해 거대한 담론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것 역시 이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학벌 사회가 부조리한만큼 학벌 구조를 이용하는 자들 역시 부조리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기행위이며, 헤게모니와 관련되어 있을대, 어떤 거짓말을 '허풍'이라기 보다 '사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러한 부조리한 자로 의심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그럴듯한 근거와 함께 제기될 경우, 그 의심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범행 현장의 목격자가 신고를 햇지만, 그에게 알리바이를 묻는 경찰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블로에게 제기된 질문들은 그 자체로 타블로가 '범인'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알리바이를 제시함으로써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식적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타블로는 어떤 측면에서 단순한 이러한 '부재증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가 제시한 답변들은 역시나 또 다른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논란을 그만두지 않는 진영의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소송이 일반적인 미국에서,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타블로가 왜 이토록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응하는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사건의 진행이 이렇게 흘러가면, 사람들은 점점 더 타블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으며, 내가 보기에도 타블로를 향한 의심이 커지는 것 역시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진다.
결국 논리적 판단만을 하고싶은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논란을 점점 키우고 잇는 것은 몇몇 포기를 모르는 네티즌이라기 보다는 타블로이다. 사실 의구심을 던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을 결여하고, 사실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들을 추론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러한 식의 논쟁에서는 타블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소극적일수록, 대리전으로 갈수록 이논쟁에서 타블로가 차지하고 있는 유리한 지점이 바로 그 유리함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공격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의 학력 따위에는 관심없다. 학력이 어떤 사람의 지성을 증명하지도 않으며, 학벌 구조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가장 더럽고 어두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가 공인이건 아니건, 그가 가수이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타블로의 학력에 의구심을 제기한 사람이 인터넷 워리어이건 아니건 그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분명한 점은 이러저러한 기회에 타블로가 방송에서 했던 말들이 함께 고려될 경우에는 앞뒤가 맞지 않아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납득할만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그것을 더욱 의심하게 되는 것 역시 당연하다는 것이다.
타블로의 학력을 대신 인증해주고 대변하고 잇는 언론이나 매체들 말고, 이 사건을 중립적으로 접근하는 언론과 매체들이 취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내가 갖는 불만은 그들 역시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이 문제를 이용하여 자기 하고싶은 이야기만 하고 잇다는 것이다. 타블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립적'태도 역시 대단히 불쾌하고 얄미울 것이다. 어릴적부터 공부 잘하는 친구랑 놀기를 원하는 부모밑에서 공부잘해야하 한다고 가르치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 공부잘하는 애들을 부러워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우리들에게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타블로를 언급하는 것 역시 그들이 비판하고자 하는 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배후와 이면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직시이다.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 없으니 실체없는 이야기들과 음모론이 합리적 비판과 정당한 추론과 구분되지 않는 것 아닌가? 시원하게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는 타블로도 답답하고, 대신 나서서 이상한 의구심만 더 키우는 몇몇 매체들도 답답하고, 점잖은 양 본질은 피하면서 한 몫 거들어 상관없는 분석이나 해대는 언론들도 답답하다. 이 정도가 딱 우리 사회의 합리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