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강동구에 사는 평범한 20대 남정네입니다
원래 제가 글을 재밌게 쓰는 걸 좋아하고 그런 글을 즐겨 읽는데
지금 쓰려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목격담이기 때문에
'음슴체' 대신 '다나까'?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엄숙해 지거든요
음 그러니까 그날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 둔 날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학교 선도부였고 저희 학교는 졸업식 전날에 축제를 하기 때문에
선도부원들은 모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스탭이었죠;
다른애들은 먼저 갈수도 있었지만 저희는 뒷정리까지 다하고나서야 교문을 나섰습니다
축제가 끝나니 11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저와 제 베프는 이제 학교를 졸업한다는 후련함과 왠지모를 아쉬움을 남기고서
학교를 빠져 나와 지하철을 탔습니다
똥줄을 태우다가 간신히 막차를 타고(그때는 막차 연장되기 전입니다)
몇몇 빈자리가 보였지만 "우린 젊잖아"라고 박카스 CF를 따라하면서
선 채로 친구와 장난을 쳤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친구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자꾸 저희 앞에 있던 어떤 아저씨를 눈짓으로 가리키는 겁니다
발그림이지만 그 때 상황을 그려 보겠습니다
그림에는 아저씨 얼굴이 잘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굴 정면이 의자에 거의 맞닿아 있어서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아저씨가 한국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그냥 한눈에 봤을 땐 술 많이 먹고 취한 한국 아저씨처럼 보였습니다
친구가 자꾸 저보고 저사람 죽은 거 같다고 깨워보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친구가 오바하는 거 같아서 "설마~ 술 취했나보지" 이러고 말았습니다
제 친구놈은 저를 밥먹듯이 원격조종하는 놈인데 몇번 말해도 제가 안 깨우니까
지도 금새 딴 짓하고 암튼 그렇게 두 정거장 정도를 더 갔나 봅니다
갑자기 아저씨가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둘 다 아 다행이다.. 주무시나보다 이러고 있는데
코 고는 소리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보통 코골이보다 많이 늘어지면서 소리가 불규칙하고 암튼 느낌이 안 좋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컥! 하면서 코를 안 고는 겁니다
느낌이 정말 안 좋아서 제가 아저씨 어깨를 붙잡고 막 흔들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계속 불렀는데 아무 대답도 안하더라고요
일단 몸을 똑바로 세워야겠다 싶어서 상체를 끌어당기니까
입에서 침이 줄줄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은 감았는데 한쪽눈은 반쯤 뜬 상태였어요
눈이 새빨갛게 충혈됐었는데 동공도 풀리고 숨소리는 안 들렸습니다
뺨을 몇번 때렸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제가 아저씨 안 쓰러지게 잡고서 끙끙대고 있으니까
옆에 앉아서 무슨 일인지 보고 있던 엉아가
다음역에서 같이 부축해서 내리자고 하더군요
그 엉아랑 둘이서 부축하니까 아저씨 다리가
무슨 꼭두각시 인형처럼 달랑달랑 흔들거리고
맞은편에 있던 여자들은 그거보고 꺅꺅 소리지르고 암튼 정신 없었습니다
다음역이 동대문 운동장이었는데
환승역이라 그런지 그때까지도 사람들 많았고
저희가 승강장 중간에 있는 긴 의자에 아저씨를 눕히니까
사람들이 어디서 그렇게 몰려나왔는지 갑자기 바글바글해지더군요
제가 볼 때는 그 아저씨 중동사람 같았습니다
아니면 뭐 피부색 좀 어두운 이탈리아나 그리스 사람 같기도 했고요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 오지랖이라고 해야할지 정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남의 불행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 처음봤습니다
손 딸 줄 안다는 아주머니는 와서 손따주고 있고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은 또 그거해주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와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거 다 해주려고 하더라고요
외국인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공익요원 한 명이 나중에 뒤늦게 왔는데 그 사람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얼굴 완전 똥씹은 표정에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는 데..
꼭 자기가 할 일 생길까봐 피하는 느낌이라 보기 안 좋았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는 할 줄 모른다고 인공호흡할 줄 알면 해주라니까
더 멀리 피하면서 뭐라고 궁시렁거리고;;
원래 공익요원은 그런거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군대에 가 봐서 본인 근무 시간에 안 좋은 일 생기면 어떤 기분인지 알지만
이건 사람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잖아요
공익요원을 전체를 욕하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 개인의 태도가 정말 안 좋았습니다
엄연히 자기 근무 시간에 일어난 일인데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
고등학생이 봐도 좀 그렇더라고요
나중에 119가 와서 아저씨 웃통 벗기고
무슨 전기쇼크 주는 장비로 계속 가슴에 갖다대면서
이것저것 조치를 취하더군요
근데 마지막에 간이침대에 눕힐 때 분명히 들었습니다
안되겠다고 끝났다고.
그때부터 119 대원들이 긴급상황이 아니고
무슨 장례식장 직원들처럼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사람 죽는 게 이렇게 쉽구나
처음 목격한 거라서 그런지 그냥 머릿속이 멍해지더라고요
저랑 제 친구 그때 역무실에 가서 무슨 진술서 같은 거 썼습니다
같이 부축했던 대학생 엉아도 썼고요
생각보다 많이 물어보진 않아서 금방 끝났지만
그 날 저희 차 끊기고 갈 데 없어서 찜질방에서 잤습니다
다음날 졸업식에도 늦었던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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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 목격담의 전부입니다
사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날 이후로 저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사람이 얼마나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몸으로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부축했던 형 말로는 제가 타기 세 정거장 전에 자기발로 당당하게 들어왔다던데
몇분 뒤에 같은 문으로 시체가 되어 실려 나갔으니까요
아무런 사고도 없었는데요
지금은 건강할지 몰라도 정말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십대였던 저도 몸이 움츠러 들더군요
사실 이 일은 제 마음에 약간 짐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 외국인의 죽음이 저랑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그때 친구가 깨우라고 했을 때 바로 깨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요
아마 그랬으면 그 아저씨 살았겠죠
나중엔 친구가 밉더라고요 왜 지가 하지않고 나한테 시켜서 이런 죄책감을 남겼을까 하고
지금 사람 많이 보는 곳에 이렇게 쓰는 것도
그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해서입니다
부디 먼 타국에 와서 급사한 그 외국인 아저씨를 위해서
톡커님들이 복을 빌어 주세요
그래야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네요
혹시 10대 청소년 중에 이거 보시는 분 있으면
부모님한테 꼭 잘해 드리세요
저도 그 날 그 생각 했거든요
그 아저씨도 자식들이 있을텐데 말이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