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J H - 16
모르겠어.
그냥 다 모르겠어. 내가 널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이 조금 투명하게 다가와.
내 지난날의 각오를 네가 망치는 거 같아서 나는 정말로 기분이 나빠.
왜 그게 너인지, 왜 그렇게 했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 난 2년을 집에서 쉬었어. 몸이 아팠기 때문인데,
그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고, 사람은 믿지 않겠다고, 혼자이고 싶다고.
그렇게 많은 날을 그 따위 각오로 허송세월을 보냈지.
참으로 힘들어, 각오를 실현한다는 것은. 사람은 늘 바뀌는데 나는 혼란을 느껴, 불변하고 싶다고.
그래, 몸이 괜찮아져서 학교를 갔지. 전학을 간 거였어. 집단이 있는 곳은 항상 무서운 법이야. 나는 공포를 느꼈고, 역시 불안해했지. 아 주 많이 불안해했어.
새로운 상황에, 낯설어진 상황에 더 이상 익숙해지지 않았어.
힘들었어.
그런 나를 넌 도와주었고, 그 도움에 보답할 것이 없었던 나는 그 곳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내보였어.
진실 된 웃음 이였어.
이내 나는 너로 인해 조금 용기를 갖게 돼었어.
정말로 그 점에 있어서 감사하고 있어.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른 부수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네 도움이 가장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야.
그래, 감사함뿐 만이라면 좋았던 거야.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어.
그 날 이후로 너를 찾는 내 모습을 나는 느끼고 있었고, 자책했어.
난 죄 많은 사람이라고, 내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혼자이여야 한다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그런데 그런 각오는 나의 행복감에 의해 정말로 먼 곳으로 밀려났어.
하루하루 너를 찾는 내 모습이 보이고, 하루하루 너를 느끼는 내 모습이 보이고.
그저 너만을 바라보는 인형같이 되어 버리는 게
나는 정말로 싫었다고.
그런 인형 같은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스스로 노력하여야 했어.
항상 너를 찾는 내 마음을 억눌러야했고, 조금은 조급하게 행동해야할 필요가 있었어.
첫 날.
내가 너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받았었던 그 날, 내가 처음으로 진실 된 웃음을 내보였었던 날.
그 날의 네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는 거야.
더 이상 보이지 않았었어….
의아해했고, 이내 현재의 너를 바라보느라, 내 자신을 억누르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런 새에 문득 느끼게 된 것은, 네가 조금 더 특별해졌다는 사실이야.
왜지? 넌 내가 온 첫 날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어.
그 후로 2일인가 그 쯤 후에 모습을 나타내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그렇게만 알고 있어.
관심이 갔었어. 죽음이란 단어에 많이 민감한 나니까.
어떤 애일까,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게 끝.
내가 학교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자부하면서 위선자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도 몰라.
너에게는 나와 만난 것이 첫 날 이였을 그 날에 넌 나에게 도움을 주고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줬어.
그리곤 웃음으로 답했고.
지금 글을 쓰며, 그 날을 회상해. 그리고 웃음이 나와. 정말로 너무 좋았어.
정말로 너무나도 좋았어.
눈물도 나와, 불안해하던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것이.
서러움이 눈물이 돼서 정말로 희열을 느꼈어.
시간이 흘러,
3월 13일은 일요일 이였어. 지금도 생생해.
이혼한 아버지가 우리 전부를 데리고 함께 밥 먹으로 가잔 소리를 꺼냈기 때문이야.
다음 날은 화이트데이였고.
난 가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지 처음 알았어.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웃을 수 도 있구나. 막상 즐거워졌지.
늘 불화였던 우리 가족이 이렇게나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나는 행복을 느꼈어. 그 행복 속에 너를 생각했어.
돌아오는 길에 여동생이 얘기를 꺼냈어. 다음 날은 화이트데이니까 선물내놔라고.
문득 그 때 생각이 났던 거야.
‘너에게 사탕을 주어야겠다.’
차를 세우고 근처에 있는 파리바게트로 갔어. 그런데 사탕이 하나 같이 너무 비싼 거야.
파리바게트가 그렇게 비싼지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어.
홀로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있어서 나는 일찍 돈에 대한 개념이 있었어.
선뜻 이거 사겠다, 그렇게 얘기하지 못하겠는 거야.
그런데 아버지는 사라고, 괜찮다고 말씀하시면서 하나 골라주었지.
1만 원짜리, 롤리팝사탕을.
그렇게 구매하고, 가게를 나오면서 상상했어.
어떤 방법으로 너에게 말을 걸어야할 지.
어떤 방법으로 너에게 주어야할 지.
어떤 모습으로 너를 대하여야 할 지.
모든 것은 설렘이 되었고, 모든 것이 기쁨이 되었어.
자, 3월14일. 화이트데이가 찾아왔어.
나는 현재 아버지와는 따로 살고 있어.
어머니가 돌봐주고 계시지. 어머니가 모난 분은 아니 여서 사랑으로 돌봐주시고 계셔.
우리 어머니는 다정하신 분이야.
어머니에게는 보여주지 못한 사탕을 가방에 슬쩍 넣으며 상상했어.
너와의 일이 무사히 끝내 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두는 일이였지.
그 날을 회상해.
킥킥, 미치겠어, 정말. 정말로 미치겠어.
아, 진짜 즐거워, 너무나 즐거워, 진짜 그럴 줄은 몰랐는데, 그걸로 운명이라고 확신했어.
이제 모든 것은 확실해졌어.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사랑이란 말은 쓰지 않겠어. 경우의 수 인걸까.
사실 학교수업은 1교시부터 6교시까지잖아.
쉬는 시간은 10분이고, 그 사이에 내가 너를 데리고 가서 사탕을 쥐어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였고, 만약 기회가 나서 준다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네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도 있다는 생각 이었어.
지금이나 예나 넌 무척이나 조용하고 예쁘고, 착하니까.
그렇기에 너도 상처를 많이 받았으며, 상황에 난처함을 엄청 받는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는 알고 있었고.
배려라고 생각했어, 아무도 없는 시간에 너와 말을 하며, 사탕을 준다는 것은.
그렇게 3교시 쉬는 시간이 온 거야.
오늘은 화이트데이. 화이트데이는 초콜릿을 받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 주는 날 인거잖아?
너는 교실에서 서성이는 나에게 수줍게 다가와서 손을 건넸지.
난 무슨 일인가 했어.
정말로, 세상만사 모든 것이 희망이 되던 그 날 이였어.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우리는 눈을 마주쳤고 너는 손을 내밀었어.
나는 손을 내밀었고, 너는 나에게 사탕을 주었어.
조그마한 사탕이야.
씩 웃었어. 지난 2년간 쌓아온 게 있다면 개성적인 몸짓과 표정인데.
씩 웃는 게 나왔어.
씩 웃었어, 정말로 기뻐서.
씩 웃었어, 나도 오늘 사탕을 준비했는데 하며.
씩 웃었지, 너를 보며.
너는 내가 사탕을 받아든 것을 보고 말도 없이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갔어.
나도 씩 웃으며 다음 수업 준비하러 복도 사물함 쪽으로 갔고.
어떻게 수업을 끝냈는지도 모르겠어. 정말 생각이 안 나네.
그렇게 방과 후가 찾아왔어. 그런데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거야.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런 차질.
새 학기 이었고, 학기 초였고.
그렇기 때문에 교내 게시판을 꾸며야 했던 거야.
교내 게시판은 여자애들이 담당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결론은 여자애들은 다 학교에 있는 거잖아.
내가 제일 우려 했던 게 여자애 들이였는데.
여자애들에 의한 근거 없는 소문 이였는데.
나는 망설였어. 너에게 사탕을 주어야할 지, 누가 보면?
나는 망설였지. 너에게 사탕을 주지 말아야 할 지, 그렇게 되면 내 마음과 너의 성의는?
막상 주게 되면 혹시 곤란해질까 싶었지.
너는 여자애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다니는 애였으니까. 혼자 생활하는 애였으니까.
따돌림일까.
전후 상황도 모르는 내게 판단은 어려운 거였어.
교실에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이 촉박했던 나로서는 급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어.
너의 어깨를 뒤에서 손가락으로 두 번 쳤어.
너는 뒤돌아보았고, 나는 잠시만 따라오라고 했지.
반에 있는 여자애들의 시선을 피하고 나는 되게 웃기게도, 조심스레 문을 열고 주변을 살폈어.
아무도 없어. 속으로 쾌재를 질렀지.
사물함 쪽으로 가서 너를 뒤돌아보았지.
네가 보여.
“잠시만 ^_^”
가방을 뒤적거려 찾은 사탕봉지와 그 안에 담겨있는 편지.
너에게 주었어.
너에게 주었어.
너에게 주었어!
너를 바라보며 나는 내밀었어.
너는 무슨 표정일까, 그 표정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며 나는 어리석게도 단어를 찾고 있네.
좋아하고 있어, 너의 그 몸짓, 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그 날의 너의 행동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
네가 내가 준 사탕을 쥐고 고개를 떨구며 수줍게 웃는 모습을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이 서서히 이 생활도 익숙해지는 느낌이야.
무서웠던 모든 것들도 조금을 닳아 없어지고 있고.
너의 대한 나의 마음도 조금씩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성난 짐승처럼 그렇게 다가가지 않는 내 자신을,
나는 너무나 좋아해.
그 이후로 너와의 그만큼의 에피소드란 건 없었지.
서로 어색해서 일까, 나도 그 이후로 너에 대한 마음이 급격하게 불어나서 조금 망설였던 건 사실이야.
단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사탕을 주고 나서 갑자기 멘토,멘티가 되었다는 것.
나는 신청하지도 않았었는데 네가 멘토가 되고 나는 멘티가 되었다는 것.
네가 가르치고, 내가 배우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있었던 우리가 짝지가 되었다는 사실.
짝지가 되고 나서도 잡담 한 번 안하고, 정말 거의 한마디도 안하고 묵묵히 수업만 열심히 들었던 우리지만.
그래도 좋았어.
때론 정말로 부끄럽고 낯 뜨거웠지만.
한 달 후 짝지가 바뀌었고, 우리의 접점은 그나마 멘토,멘티였고, 나는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
내가 너무나 신경 쓰는 바람에 결국 몇 번인가 잘 안할 때 도 있었고.
넌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몰라.
접점을 살리려 나는 정말로 애를 썼어. 마침 국사시간에 군정의 폐단에 대해 조사하고 연기
하는 게 있었는데, 내가 조장신청 했어. 너와 같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예측을 했지. 이제 팀원을 뽑으라고 할 거다. 그럼 나는 널 선택하면 되는 거야.
선생님이 그러셔, 하고 싶은 애들 뽑으라고.
좋아, 난 내 차례가 오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네 이름을 불렀어.
그리고 수치심에 물들었어. 얼굴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
이런 땀나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그런 희생 속 너는 곤란해 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부추겼지.
‘웬만하면 해라.’
넌 결국 하게 되었고, 나는 속으로 미안해했어.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원하는 사람 1명을 선택하는 거였으니까.
아무래도 곤란했겠지.
다른 애들은 자발적으로 신청했고,
마지못해 오는 팀원들은 우리 팀으로 왔어.
나는 이끌 자신이 있었고, 팀원이 친하지는 않지만 착했거든.
이끌 수 있었어.
나는 그 날부터 시나리오 구성 하느라 애를 먹었고,
주말에 구상했던 것을 실체화 했어.
그것을 토대로 너희는 연습을 했고.
나는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어.
나의 각오를 실현하기 위해서야.
다른 건 없었어. 있었다면 너와 접점이 생기게 하기 위해서, 네가 날 신뢰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것.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은 따라오게 돼 있어, 실수를 해도 무엇이든지.
‘실수가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내 영어책에 어느 새 쓰여 있던 나의 말 이였어.
나는 알아, 나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렇게 연극을 했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도 못했지만.
재밌게 했었던 것 같아.
그 날 이후로 어색했었던 너와 조금이지만 얘기도 나눌 수 있었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너의 어머니를 통해서 너한테 내가 잘한다는 것을 들었으니까.
그것으로 나는 만족 했었으니까.
웃을 수 있게 됐어.
사실 연극하기 전에 멘토,멘티 문제로 선생님과 얘기했었어.
내가 아픈 몸이다 보니까 강당조례 때 슬쩍 빠져서 선생님과 상담을 좀 했지.
그 중 나오게 된 게 그 얘기. 너와 잘해보고 싶은데 어렵다고, 실질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말을 못 걸겠다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 아주 심각하게 말이야.
사실 모든 것은 아닐 거야. 나는 너에게 조금이나마 질투를 느끼고 있었어.
내가 실현하고자 했던 그 각오를, 내가 실현하지 못했던 그 각오를.
너는 실현하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나는 네가 미웠고.
그 때문에 나는 너와 멀어지려 했어.
더더욱 신경 쓰게 됐지만.
선생님은 미리 너와 얘기하신 모양이야. 너는 멘토,멘티 계속 같이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어.
선생님한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기뻤어.
내색하진 않았지만 안심했어.
그리곤 나도 계속 하겠다고, 네가 그렇다면 나도 하겠다고 대답했지.
그러자 선생님은
“네가 정 어색하면 생각해 볼 문제야. 이대로 가다간 서로 안 좋아질 수 있는 거고,
서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어떻게 될 진 모르겠다. 상처받은 사람끼리 잘해낼 지는 네 숙제야.”
네가 상처를 받은 아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나게 해. 너의 그런 모습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돼.
방금 깜짝 놀랐어. 글을 쓰는데 문이 열린 거야, 누가 보나 싶어, 뭔가 훔친 어린애마냥. 그렇게 놀랐었어.
바람 때문 인거잖아.
어쨌든 그런 소리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해야 했어. 많은 기회를 잡아야 했고.
조금은 조급하지만, 조금은 천천히.
그런 마음으로 기회를 엿 본거야.
그리고 찾아온 게 연극하는 것.
조금은 성공했을 지도 모르는 그 연극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나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
그 순간에 나의 자질을 말이야.
나는 그 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너와의 수업을 기다렸고.
너는 나와의 수업을 저번처럼 빼먹지 않았어.
물론 빼먹으려고 했었던 건 아니 엇을 거야.
순전히 나 때문 이였을지도 모르겠어.
나는 우울증이 있으니까 불안하거든.
그래서 조금 힘들었을 거야,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나의 행동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넘어 거기까지 갔어.
나는 내 숙제를 내 손으로 풀었고.
나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어. 여기서 더 무엇을 바라냐 라고 생각했어.
그래, 그거면 됐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도 나는 너의 대한 관심을 줄이지 않았어.
그냥 그대로였어.
그렇게 때문에 조금 배려 같은 것도 해줄 수 있었던 거야.
언젠가 이런 적이 있어.
자세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금요일 1교시는 음악이야.
음악실은 5층에 있으며 우리학년은 3층에 있지.
나의 금요일 일과는 먼저 음악실에 올라가는 일이야.
사람에 치이지 않고 혼자 쉬는 일이야.
나는 평소대로 제일 먼저 준비 해두었던 음악책과 음악공책, 필통을 가지고 올라갔어.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음악실로 가는 계단이 서로 다른 두 군데가 있어.
나는 조금 음악실과 먼 쪽으로 갔지.
음악실 앞 복도에 도착했어.
음악실로 가는 또 다른 계단에서 네가 올라오고 있어.
나는 집단을 무서워해서 주위를 수시로 살펴.
그런 습관 때문에 너를 발견할 수 있었나 봐. 기척을 잘 느끼거든.
그거에 감사해야겠어.
네가 올라오는 것을 느껴.
몸을 뒤로 돌려 음악실 문 앞에서 뒤에 있는 너와 마주쳤어.
다시 몸을 돌려 문을 열어.
음악실로 들어가.
그리고 안에서 문을 잡아주었어.
음악실은 소음이 심하니까 문이 두껍거든. 흔히 뮤지컬공연장의 문이라고 생각되는 크기와 무게.
내가 뒤에 있는데 닫으면 무시하는 거 같아서 나는 안에서 잡아주었어.
이내 네가 당황하는 모습으로 잠시 주춤해.
무언가 말하려다 슬쩍 들어오지.
아무 말 않고 들어와 준 거에 감사해.
내가 이래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믿음 속에 나는 할 수 있었던 거야.
너에 대한 배려를. 너의 대한 관심의 표출을.
그리고 어제 똑같은 방법으로 보답 받았어.
1교시 시작하기 전 인 쉬는 시간에 너는 나와 못 다한 공부를 하려 했고, 나는 조금 당황했어.
나는 조금 이의를 제기했어.
“지금하려고?”
너는 말했는데, “점심시간에는 보고서 써야 하니까 시간이 안 될 테고 쉬는 시간에 하자.”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음악실 가야 하잖아.”
“5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음악실 가는데 5분도 안 걸려.”
다급해졌어. 다급해진 만큼 사고가 안돌아가는 거야.
머리카락을 긁다시피 하며 “아…미치겠네.”반 쯤 스스로 하는 억양이야.
해선 안 될 말이었어. 조금 큰 소리로 말했었고.
행동이 빨라졌어. 서둘러 사물함으로 가 음악책과 음악공책을 준비했지.
그리고 왔어.
“정 안되면 음악실 먼저 가서 해도 되고.”나의 말을 들었을 네가 말해.
나는 “그럼 음악실가서 하자.”
그렇게 너와 같이 계단을 올라가.
사정이 있어서 천천히 올라가는 내게 너는 신경써주는 몸짓을 보였어.
나는 느꼈고, 좋았지.
너는 먼저 올라갔어.
뒤늦게 내가 올라가.
너는 문을 열어.
나는 그걸 보고 있어.
너는 문을 잡고 버티느라 낑낑대.
나는 생각해. ‘아…….’
피식.
너는 기다리고 있어.
나는 가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네게 나는 도착했어.
먼저 들어가.
뒤늦게 들어와.
너를 따라가.
네가 말해.
“네 자리에서 하자.”
그렇게 음악수업이 끝나.
그리고 쉬는 시간에 너와 공부를 하지.
어느 때보다도 말을 많이 한 거 같아.
기분도 좋았고 설명도 명쾌했어.
수학문제 풀어주는데 웃고 말하고 하는 게 뭔가 꿈을 꾸고 있나. 하는 기분.
우리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
좋은 느낌.
쉬는 시간에 나는 짬을 내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미술작품을 꺼내.
너는 내 미술작품을 보더니 나는 빨강색보다 파란색이 더 예뻐.
나는 깜짝 놀라서 “정말?”이라고 바보같이 되물었고.
너는“아, 내가 보기엔 그게 예쁘다는 거야.”망설이며 말해.
나는 네가 그런 얘기를 꺼내주는 게 너무 좋았어.
정말로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점심시간이 왔어.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밥을 먹고 교실에 앉아서 제 할 일을 해.
그리고 여느 때와는 다르게 교실에 사람이 없고 2층 교내 밴드 부 같은 곳에서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불러.
노래를 너무 잘 불러. 누군지 보고 싶을 정도야. 덕분에 내 귀가 즐거워졌지.
그리고 2명이 교실에서 서로 잡고 도망치고 다녀.
한참 내 주변에서 책상밀고 기 싸움이 시작 돼.
잡으려고 혈안이야.
나는 모든 신경을 주위에 곤 두 세우고 있었고.
금방 걔네들은 다른 데로 가.
어지럽혀진 내 주위의 책상을 두고.
그리고 아마 보고서내러 갔었던 네가 들어와.
나는 네가 오는 걸 보고 고개를 돌려.
넌 나를 보며 “이게 뭐야?”웃으며 물어.
나는 “왜 술래잡기를 교실에서 하는지 모르겠어.”라며 우스 갯 소리로 대답하지.
속으로 생각해.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재밌어.’
너는 책상에 앉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밖에서 들려오는 노래의 감상을 너에게 말했고.
너는 대답해주었어.
“저기서 부르는 노래, 잘 부르지 않아?”
“어디? 아, 밴드 부 같은데서 부르는구나.”
“누가 부르지? 정말 잘 부른다.”
너는 우리 반에서 생각나는 사람을 말했고 나도 어느 정도 공감했어.
“아, 걘가? 오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
말이 끊겨. 나는 안절부절 해.
그러나 너는 이 때 까지 와는 다르게 말을 이어줘.
“오늘 미술작품 내는 날이잖아. 다 못하면 남아서 해야겠네.”
“아, 진짜 어떡하지, 남아서 해야겠다.”
침묵.
내가 뒤돌아 말을 걸어.
“다했어?”
“아…응.”
“아…."
조금 아쉬움을 느끼고 나는 그걸로 끝을 내. 더 얘기하고 싶지만 난 잡담을 잘 못해서 그냥 끝을 내.
서로 할 일을 하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청소시간이 끝나고 종례가 끝나.
너를 의식하며 일어서서 가방을 싸.
너를 의식하며.
네가 알아 챌 지는 모르겠지만 너를 의식해.
나의 뒷자리에 앉은 네게.
내가 가방 싸는 모습을 본 너는 나에게 물었어.
신기했어. 네가 말을 걸어준 적이
내가 혼자 있었던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나, 공부할 때 뿐 이였던 것 같아서.
남 들 다 있는데서 그렇게 물어봐줄 진 몰랐어.
그렇지만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말 걸어 주기를.
“미술은 포기하게?”
“아…아니, 도서실 있잖아? 거기서 하려고.”
“도서실 문 닫잖아.”
“아마 5시까지는 할 거야.”
그러곤 나는 걸음을 옮겨.
3걸음 걷다 문득 인사해줘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인사해주지 못했어.
지금까지 그게 아쉬움으로 남아.
‘주말 잘 보내’라고 인사해주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였을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은 주말이야.
나는 너와의 이야기를 쓰고 있고.
나는 널 좋아해.
나는 널 알아가고 있어.
너는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는 별로 초라하니까.
너는 되게 잘하니까 성공하고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을 거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래서 더욱 다가가기 두려워.
내가 너에게 말해도 너는 아마 당황스러워 할 테고.
사귀더라도 나는 이별을 걱정해야 할 테고.
네가 싫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
쓸 때 없는 걱정이지.
너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짝사랑일까?
아니, 나는 사랑하는 게 아니야.
내가 했었던 사랑은 이렇지 않았었거든.
지금의 나는 이성적일까?
어렸을 때와는 다른 그런 사고방식.
그렇게 때문에 다른 걸까?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방학 끝나면 네 생일이 와.
나는 너에게 선물을 줄 거고,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
조금은 정성이 담긴 선물.
그렇게 나는 살아가는 추억을 쌓고 싶어.
그렇게라도 비겁하게 너와의 추억을 쌓고 싶어.
나는 네가 너무 좋아.
너의 모든 것이 너무 좋은 거 있지.
Lil Eddie의 Statue가 너무 듣기 좋아.
Adele의 Make you feel my love가 생각나.
가사가 정말로 좋아. 내가 너에게 전하는 마음 같은 거야.
내일 나는 교회에 가.
너는 내일 나와 같은 시간에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