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끽] 세계일주 127일차 - 케냐, 나이로비 생활기
케냐에 도착했다.
‘세계일주 시즌2’ 랄까?
유럽대륙을 떠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새로운 자전거 여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전에 케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아프리카에서만 할 수 있고 진짜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는 사파리와 커피 등의 투어와
유럽을 떠나며 처분했던 자전거를 다시 세팅하는 것
그리고 영어공부다.
앗, 여행 중 갑자기 왠 영어공부인가?
나도 여행정보를 수집하며 알게 된 것인데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어학연수에 대한
인프라가 꽤 잘 갖추어져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주변국에서는 영어공부를 위해 제법 많은 학생들이 케냐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본 학생들만 해도 수단, 에티오피아, 르완다. 콩고, 터키 등으로 다양했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한적 있지만 나는 정말 영어를 못한다.
솔직히 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나의 영어실력을 잘 아는 한 친구는 내게
‘솔직히 니는 우리나라 유치원생 수준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행 중 만난 사람이나 나의 여행을 본 사람들은
“그래도 이렇게 여행 다니시면 의사소통은 된다는 거잖아요.“
라고들 하신다
물론 의사소통이 되니까 여행을 지속할 수 있겠지?
솔직히 나 역시 신기하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정말로, 해외 여행하는데 있어 언어는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여행은 몇몇 단어와 나의 생각을 전하고 말겠다는 뻔뻔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좋은여행’을 하는 것은 어렵다.
부끄럽지만 이 글을 적는 이유는 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관한 문의를 하는데 그때
자신의 영어실력을 한탄하며 스스로 여행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있는 것을 보아서다.
기회가 왔는데 발목을 잡는 손길이 오직 영어라면, 그냥 떠나도 괜찮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지금 이대로도 여행을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나는 더 ‘좋은 여행’을 하고 싶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땐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도움도 받고 싶고,
멋진 유적지에서는 팜플랫도 잘 읽고 이해하며 관람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 중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더 깊은 정을 나누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
그래서 잠시 나이로비에 머물며 영어공부를 하다가 다시 여행을 이어갈 생각이다.
긴 시간동안 머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기본은 탄탄히 해두고 다시 여행을 다니며
보충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게 나의 생각이다.
나이로비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조아케냐커피투어'의 사장님께서 내가 나이로비에 머무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데
사파리나 커피투어 등 각종 투어부터 내가 찾던 학원까지 모두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
더 좋은건 음식 솜씨가 끝내 주신다는거 ㅎ
아프리카에서 콩국수를 먹게 될줄은 몰랐는데 정말 맛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나는 나이로비에 터를 잡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원을 다니는 동안 머물 숙소를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이것 역시 꽃님이네(케냐커피투어)에서 현아를 만나며 다행히 쉽게 해결되었다.
현아는 대학졸업반이었는데 그전에 아프리카에서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공부하기 위해
케냐로 건너온 상태여서 학원과 학원근처의 적당한 숙소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다니게된 학원인 ACK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케냐인들은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안다.
지나가는 꼬맹이도 나보다 잘한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케냐근처 국가의 외국인들이었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특히 수단과 르완다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스피킹 수업 중,
수단에서 온 알리가 자기네 술탄은 아내가 50명에 자녀가 100명이라고 하자
선생님과 친구들이 뻥치지 말라며 소리치고 있다..;;
이곳은 내가 머물게 된 숙소 ‘flora hostel'
가격대비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다 :)
여기는 호스텔의 식당
보통 로컬식당은 이렇게 우갈리(옥수수 가루로 반죽한 것)나 밥과 함께
곁들여 먹을 간단한 고기와 야채로 된 요리인데
호스텔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식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밥을 먹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필립과, 쿠피도 그중 하나다.
필립과 쿠피는 가나에서 왔는데 눈이 아픈 필립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로 쿠피가 함께 왔다고 했다.
눈이 안좋은 필립은 잘 외출할 수 없었기에 가든에 가보면 언제나 그들이 있었고
우리는 제법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필립과 쿠피는 독실한 기독교여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종교가 없는 내게 전도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그들은 굉장히 친절했고 내 여행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다. :)
필립이 눈 수술을 마치고 가나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저녁에 그들의 방에서 놀았는데
나는 필립의 눈이 무사히 회복되길 바란다며 장명루를 만들어 주었고 필립과 쿠피 모두 좋아했다.
“오~ 이건 미신이지만 정말 멋지고 러브리한 제스쳐야”
“ㅋㅋ 그냥 내 마음을 담아 준거라고 생각해, 니가 어서 건강해 지기를 바래.”
짠~!
이건 경보기다. 왠 경보기인가~!?
노동의 대가랄까?;;; ㅋ
이 푸근한 아저씨는 케나다에서 온 멜.
멜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센쓰가 넘쳐서 모두가 좋아 했는데
인권운동가로 일하며 케냐를 거쳐 에디오피아로 가는 중이었다.
그곳에 이 경보기를 가져가는데 경보기 천개의 포장을 까서 가방에 넣는걸 도와 줬더니
우리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아프리카를 달리다 야생동물을 만나면 던져줘야겠다 ㅎ
숙소에는 한국인도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다.
바로 현아와 진하.
현아는 위에 잠깐 등장 했었는데 영어를 보충하고 스와힐리어를 배우기 위해 왔고
한주에 두 번씩 꽃님이네(케냐커피투어)에 가서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첼로를 가르쳐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하는 6개월째 여행 중이었는데 처음엔 언니와 둘이서 함께 다니다가
언니가 돌아간 후에도 혼자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처럼 케냐에 잠시 머물며 영어공부를 하는 중!
그리고 가운데 있는 아이는 ‘프리다’
무척 똑똑하고 친절한 케냐 소녀다. :)
한번은 헤어스타일을 좀 바꿔 볼까 싶은 마음에 프리다를 따라 미장원에 간적이 있는데
미용사의 말에 마음을 접었다.
“넌 지금 가장 잘 어울리는 최고의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 _+”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머리를 좋아 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사실 이 말보다 자신없어 하는 듯한 모습에 여기서는 안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그냥 앉아서 프리다가 머리하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처음에 레게를 하고 있던 프리다는 레게를 풀고 스트레이트를 시도했다.
한참을 앉아서 머리하는걸 구경하자니 이러다 프리다의 머리가
다 뽑혀 버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법은 단순하고 과격(?) 했는데
꼬불꼬불한 프리다의 머리를 오직 빗과 드라이어기 만으로
약 1시간 동안 빗질을 하며 빳빳하게 펴지도록 만들었다.;;
머리를 한 후 잼배를 사고 싶어 했던 진하를 위해
프리다가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ㅋ
같은 숙소에 머무는 현아, 진하와
이 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내카메라를 가지고 셀카를 찍으며 노는 걸 좋아했다.
현아와 진하는 무척 귀엽고 재미있었는데 나는 아이들의 개그를 따라가지 못해
힘겨웠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죄수 컨셉으로 뒤에 배경을 만들고 사진을 찍으려 했던, 사진이다 ㅋ
놀고 있으면 프리다도 등장한다 :) ㅋ
한번은 다함께 토이마켓이라 불리는 시장에 가기로 했다.
나이로비의 교통은 대게 복잡했는데 이집트처럼 도로 사정에 비해 차가 많이 다녔고
역시나 교통질서를 지키는 순간 사고가 날듯 무질서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꽤 잘되어있다.
대중교통은 보통 버스와 마타투라 불리는 봉고차로 이루어져있는데 이건 버스고
이건 마타투다.
토이마켓으로 가기위해 마타투 탑승~!
마타투나 버스에는 항상 버스번호판을 든 문지기(?)가 있고
그들에게 돈을 주면 되는데 보통 2~30실링으로(300원 정도) 무척 싸다.
토이마켓 도착!
혹시 이름만 듣고 장난감 가게로 오해한 사람은 없겠지? ㅎ
그저 로컬 시장이다. :)
케냐의 로컬시장은 대부분 중고제품을 깨끗이 세탁해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런 재미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이건 3학년 3반 7번 정재훈 학생의 유희왕 가방이다 ㅋㅋㅋ
모두 중고품이지만 옷도 많이 팔고 있었고
서점도 있다.
시장은 어디나 다 똑같은가 보다 이곳도 한구이나 여느 나라처럼
좀더 싸게 사려하는 손님들과 좀더 많이 받으려 하는 장사꾼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는 그런 곳이다.
이날 시장을 둘러보고 돌아 나오던 길에 왠 아주머니께서
내 옆으로 다가와 소곤거리고는 훅 가셨다.
“누가 니 가방 지퍼를 열려고 했어, 조심해.”
나는 정말 깜짝 놀라 가방을 앞으로 맷는데
그동안 자전거 여행을 해오며 소매치기등의 위험을 느꼈던 적이 전혀 없었기에
조심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만난 여행자에게는 이런말이 돌고 있었다.
‘가방을 뒤로 매면 그 가방은 니것이 아니고
가방은 옆으로 매면 반만 니것이고
가방을 앞으로 매야만 전부 니꺼라고‘
아프리카는 조금 다른 의미로 더 위험했다.
하지만 나를 노렸던 소매치기는 친절한 아주머니에 의해 실패했고
분명 아프리카 역시 나쁜놈보다 착한사람들이 훨씬 많은 그런 사람사는 곳이다.
그래도 소수의 나쁜X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순 없기에
나는 카메라도 최대한 꺼내지 않았고 더 신경쓰며 조심히 지냈다.
나는 주말에 한번씩 꽃님이네(케냐커피투어)로 가서 인터넷을 했지만
주중에 인터넷이 필요하거나 할 땐 사이버 카페를 찾아다니며 인터넷을 이용했다.
사이버 카페는 우리나라 PC방 같은 곳이었는데 비슷한 듯 하지만 사실 엄청 다르다ㅎ
이곳은 내가 찾은 숙소근방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았던 카페,
하지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단 세대뿐이고 속도도 무진장 느리다.
한국의 PC방 처럼 이곳으로 게임을 하러 오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다.
대부분 비즈니스로 볼일을 보러 오거나 프린터나 팩스를 이용했고
학생들도 와서는 간단히 이메일 확인정도만 하는 것 같았다.
사이버카페의 여사장 샬롯,
내가본 케냐 여성중에 가장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와이파이가 잘 잡히는 좋은 카페를 찾아낸 뒤론 더 이상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숙소에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가끔씩 맥주나 술도 마신다.
하루는 멜이 가져온 AMARULA를 마셨는데 아프리카에서만 나는 열매로
만든 것이라 했는데 초콜릿도 들어간 듯 달고 맛있었다 + _+ㅎ
이날은 현아, 진하와 한 포커게임에서 진 벌칙으로 내가 멜과 프리다에게
영어로 한국 전례동화인 흥부놀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참으로 유익한 벌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곧이어 멜과 프리다는 아프리카의 낙태현실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멀뚱멀뚱 눈만 뜨고는
‘아!그래!?’
라는 듯한 포스를 풍기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어공부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혹시 나처럼 아프리카도 겨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이 또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적도 아래로 계절이 우리나라와 반대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이번 세계일주를 준비하며 나름 세계에 대한 상식을 한번 키워 보겠다고
‘세계지도100배 즐기기’라는 책을 읽다 알게 되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확실히 알겠다.
아프리카는 지금 여름인 한국과 반대로 겨울이다.
내가 있는 케냐는 겨울이라 해봐야 한국의 봄이나 가을 정도의 날씨밖엔 안되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추워진다.
그리고 비도 자주 내리고 있는데 다행히 비는 밤에만 쫙~! 쏟아지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나이로비에서의 생활이 꽤 익숙해졌다.
이곳에서 7월을 다 보낼 예정인데 그동안 사파리와 커피투어도 하고
킬리만자로도 등반할 계획이다.
이 투어와 등반을 모두 하려면 정말 큰 돈이 들어가는데
다행히 케냐커피투어 사장님과 동국산악회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되었다. :)
그리고 사파리를 바로 다음주에 떠나기로 했다.
지금이 세랭게티의 들소들이 마사이마라로 대이동을 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아, 세랭게티, 마사이마라.
지금 내가 이 단어들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역시 나는 세계일주가 끝나야지만 내가 세계일주를 했다는걸 믿을 수 있으려나 보다.
아무튼, 다음 이야기의 주제는 ‘동물의 왕국’이겠구나 :)
청춘만끽! 500일간의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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