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다섯 남자사람입니다.
날도 후덥지근하고 잉여력 팽창하는 방학기간에 하릴 없어서 급 글을 쓰게 됐네요.
먼저 이 글을 읽으시는 톡커님들에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드리고자
간단한 설명부터 드려야겠네요.
먼저 저는 전투경찰로 군복무를 대신했습니다. 비록 제가 근무했던 전경대는
제가 제대(복무전환해제)하고나서 반 년 정도 뒤에 해체되었지만 (현재도 전의경 축소가 시행 중)
그 때 겪었었던 많은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전의경 힘내라!)
전의경들은 각종 데모, 시위나 시설, 교통, 방범 등 많은 사회적인 부분에 있어서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일반 군인들처럼 '병'이나 '군'이라는 글자가 뒤에 붙지 않고 '경'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경찰의 업무를 돕고 있죠. 대표적으로 학생분들, 대학로나 학교 근처, 또는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2~4인 1조로 경찰복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 경찰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일반
성인 분들은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역 근처에서, 서울 사시는 분들은 광화문 쪽에서 많이 보셨을 거에요.
바로 그 청년들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전의경들입니다.
뭐 전의경 소개하는게 목적은 아니니까 일단 패스.
이 전의경들도 일반 군인들과 같이 자신의 내무반이 있는 부대가 있죠. 그 부대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
나올 때 타고 나오는 것이 경찰버스입니다. 이번편에선 이 경찰버스에 대한 이야기라 소개를 먼저
해드려야 겠어요.
본래 경찰버스 말고 다른 말로 부르는데(기x마라고 하는데... 근데 이게 경찰들 음어라서
밝히지 못함. 3급 기밀이라고 알고 있음), 흔히들 '닭장차, 닭장버스'라고 하죠. 예전에 시위 문화가
격했을 때엔 경찰버스에 철망을 달고 다녀서 그런 악명이 붙었다죠.
하여간 이 경찰버스로 대원들을 태우고 왔다갔다 합니다.
바로, 그 와중에 생겨난 일입니다.
(편하게 음슴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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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은 전투경찰대로 갔음. 2009년 7월 즈음에 수경(병장)이 됐음.
군생활 햇수로 3년째 달았음 ㅠㅠ 3139기 전경출신들 성공해라 ㅠㅠ 나 아직 졸업 못한 대학생임 ㅠ
내 동기들 알겠지만 기수가 꼬여서 내 위로 엄청 많았음. 일주일 고참도 고참임. 소대에서만 내 위로
한 8~9명 있던 것으로 기억함. 중대로 따지면 한 스물 다섯명 됨. 그래서 뻘짓 못함 ㅋㅋ
나님 근무 열심히 하는 착한 수경이었음.
한번은 당직을 서는데, 내가 밤 10시부터 새벽 2신가 3시까지 근무였던 것으로 기억 함.
새벽이라 하품을 300번 정도 하면서 슬슬 돌고 있는데, 어디선가 '통, 통, 통'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임.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님의 귀엔 분명 그것은 농구공을 스펀지가 2% 포함된 바닥재에 튕기는
소리였음. 이 늦은 시간에 어떤 개념이 부재중인 넘이 공놀이를 하나 싶어서, 공 튀기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을 돌렸음. 소리를 따라가다보니, 부대 건물 밖, 경찰버스를 세워놓는 곳까지
가게 됐음.
순간 소름이 돋았음.
이 시간에 버스에 있을 수 있는 건 전역을 한 달 남겨둔 고참도 못할 짓임. (차라리 잠을 자고 말지.)
그래서 도대체 어떤 놈인가 싶어, 공소리가 나오는 2소대 전용 경찰버스 문을 열고 들어갔음.
우리 부대 구조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음.
연병장을 주차장 겸용으로 쓰고 있어서 경찰버스들이 저렇게 소대별로 위치함.
분명히 문 열기 전까지 들리던 공 소리가, 버스 안으로 딱 들어가자마자 소리가 뚝 끊기는 거임.
당시 시간이 근무가 끝나가기 전이라 너무 졸렸던 것도 있었고, 그래서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서
그냥 버스에 내리고 문을 닫았음. 닫고도 한참동안 소리가 들리지 않길래 정말 잘못들은 줄 알고
다시 부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근무를 서려던 찰나,
'통, 통, 통, 또그르르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달려갔음. 당연히 2소대 버스로 향했음. 이번엔, 버스 앞에
도착하자마자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하고 멈췄음. 부대 출구 앞에 초소에서 위경(일반 군대에서
초소 지키는 군인과 같은 근무)이 날 보더니 왜 그러시냐고 물었음.
"날치 수갬(수경님), 뭔 일 있습니까?"
난 허겁지겁 물었음.
"야, 여기 기x마 쪽에서 공 튀기는 소리 못 들었냐?"
"잘 못들었슴다?"
"아 공튀기는 소리 못 들었냐고."
"예씀다 못들었슴다."
부대 건물 보다야 연병장 바로 옆 초소에서 근무 서고 있던 위경이 더 잘 들렸을 거라서, 계속 물어봤지만
그 위경은 자꾸 모르쇠를 외쳤음. 처음엔 이 놈이 개념 부재중인가 싶어서(나랑 친해서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음.) 위경초소 안이랑 뒤쪽을 살펴보았지만 농구공은 커녕 탁구공 골프공 하나도 나오지
않았음. 결코 튀길만한 물건은 한 개도 없었음.
정말 이상하다 싶어서 2소대 버스를 자꾸 쳐다보게 되었는데, 어느덧 교대 시간이 다 되어서 내 바로
밑에 상경(상병) 짬밥 후임이 나왔음. 나님과 같은 3소대 대원임.
"날치 수갬. 교대하러 왔슴다."
"야 야, 저 2소대 기x마(경찰버스)에서 뭔 소리 안들리냐?"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그 후임 얼굴이 싹 굳으면서
"농구공 튀기는 소리 말임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끼침.
이자식 어떻게 알았지 하고 바로 물어봤음.
"너도 들리지? 아까부터 계속 들리더라니까. 근데 문 열고 들어가보면 아무것도 없어."
그 후임은 위경소에서 날 데리고 부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주는 거임.
"외가쪽이 무당일 해서 저도 어느 정도 끼가 좀 있슴다. 날치 수갬도 좀 그런 끼가 있어서 들은 것
같지 말입니다. 저 귀신 볼 줄 압니다."
말로만 듣던 '귀신 볼 줄 아는 후임'이었음. 왜 그런걸 1년을 넘게 같이 살면서 얘길 안했냐고
물어보니까,
"거 사람들 흔히 하는 얘기로, 귀신 얘기 하면 귀신이 자기 얘기 하는구나, 싶어서 옆에 온다고
하지 않슴까. 어차피 말해도 믿어줄 사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거 물어 보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말 안하고 있던 겁니다.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님다."
"그래? 그럼 저 버스 안에 있는 것도 귀신이야?"
"소리 낮추셔야됨다. 저도 일주일 전에 당직 근무 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검다. 안그래도
오늘 당직 설 때 그 귀신이랑 얘기해보려고 했슴다. 원래 귀신이랑 말 섞으면 안되는데
해 끼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얘기 좀 해보려고 말임다."
얘가 원래 지 동기들 중에서 장난이 제일 심하고, 사교성이 높아서 말도 잘하는 놈인데
1년 넘게 같이 살면서 본 것 중에 표정이 완전 제일 심각한 거임. 심각 of Best Top 이였음.
나님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남자사람임. 어릴 적에 귀신 본 적도 있는지라 (톡 되면 2편에...)
그 말에 혹해서 나도 따라가기로 함. 따라오지 말라는 거 한사코 따라가겠다고 해서 따라감.
아까 아무것도 모르고 버스 문 열때랑, 무슨 사정인지 알고 나서 문 열 때랑 느낌이 완전 다른거임
ㅎㄷㄷ... 진짜 바지 흥건해질 뻔 함. 찌린내 Po진동wer 시켜서 하수구 쥐들 이사할 기세였음.
와중에 이 후임놈이 그렇게 떨 거면서 뭐 하러 따라왔냐고 핀잔줌. (나중에 이 일로 좀 갈굼 ㅋㅋ)
"저기 있슴다. 가서 얘기좀 하다 오겠슴다."
이놈이 날 뒷문에 버려두고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운전석 쪽으로 감. 그러더니 운전석 바로 뒤쪽
자리에 앉아서 한참동안 혼자 중얼중얼 얘기를 함. 실제로 한 3분 정도 얘기 한 것 같은데
그 시간이 30시간은 되는 것 같았음. 등골도 좀 오싹해짐.
얘기를 마쳤는지, 후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숨을 푹 쉬고 나한테 다가오는 거임.
지금 생각하면 좀 쪽팔린데,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서 버스에서 자동 하차했음 ㅋㅋㅋㅋㅋㅋ
"왜, 뭐라디?"
후임은 다시 한숨을 푹 쉬더니 얘기를 해줬음.
"지박령 비슷한 거 같은데, 경찰 버스에 치였답니다. 찻길 옆에서 농구공 튀기다가 찻길로 공이
빠졌는데 그거 주우러 가다가. 그 때가 언제였고, 어디서 그랬느냐 물어봤더니 자긴 잘 모르겠고,
이 버스랑 똑같이 생겼길래 붙어서 왔답니다. 한 예닐곱 살 되어보이는 데..."
"이상하네, 차량반장님(버스 운전하는 간부 직원분.)이 사고 내셨으면 차청(당시 우리 부대의
버스 담당 대원.)이 항상 따라다녀서 알 거 아냐. 2소대 차청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아?"
우리 부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항상 차청이라는 임무를 받은 대원은 차량반장님이
버스 끌고 나갈 때마다 따라가게 되어있었음. 군부대의 운전병 비슷한 임무임.
"그게 중요한 게 아님다. 얘가 한이 서려있슴다. 공 튀기다가 죽어서 공 까지 가지고 다니는데,
자기 치여서 죽은 거 복수하려고 여기 붙어있답니다. 굿이라도 해야겠는데 말입니다?"
"복수한다고?"
일이 좀 심각해짐을 느꼈음. 귀신이 한 때문에 붙어있는 거면 굉장히 위험한 거란 것을 어깨너머로
들어서 잘 알고 있었음. 근데 상황이 굉장히 안좋았음. 나와 이 후임이 당직 근무를 끝내면, 바로
아침이 되어서 버스들이 대원들을 데리고 방범인가 교통 때문에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음.
나랑 이 후임은 당직 때문에 근무 잔류가 되는 경우였음.
"어떡하냐, 괜히 건드려서 불씨 키운거 아닌가?"
"모르겠슴다. 어찌됐건 지금 2소대 버스 굉장히 위험함다."
"그렇다고 이걸 반장님들께 말씀드리기도 뭐하잖아."
"제가 아침까지 당직 서니까 말씀드려보겠슴다. 일단 들어가서 주무십쇼. 늦었슴다."
난 괜히 불안한 마음때문에 가만있을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음. 그래서 그냥 소대
내무실로 들어가서 억지로 잠을 청했음.
내가 눈을 뜬 건 오전 10시쯤이었음. 당직 섰다고 고참들도 일조점호 때 날 당직 잔류로 빼줘서
안깨운 것 같았음. 비몽사몽하다가 후다닥 일어나 그 후임부터 찾았음. 다른 후임들한테
막 물어봐서 걔 어딨냐 어딨냐 하면서 찾았는데 화장실에서 배 벅벅 긁으면서 나오고 있었음.
"야 어떻게 됐어?"
그 후임, 나 보자마자 또 한숨 푹 쉬었음.
"헛소리 집어치라며 뒤통수 한 대 맞고 쫓겨났슴다. 이젠 별 일 없기만 기다려야지 말임다."
"허, 어떡하냐. 2소대 차청한테 물어봤어?"
"예씀다. 그런 사고 난 적 없답니다."
"아, 이거 귀신 잘못씌였네..."
이제 근무 나갔다 오는 것만 기다려야 했음. 그래서 부대 내에서 무전기 하나 켜놓고
대원들이 근무 도중 날아오는 무전들에 귀 아주 그냥 쫑긋 기울이면서 듣고 있었음.
오후 2시쯤 됐던 것 같음. 갑자기 데모가 터졌다는 전달이 내려왔음. 그래서 영내에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까지 싹 다 기동복으로 갈아입고 시위현장에 출동했음. 소대별로 다 나눠타서 진압복
입고 방패 차고 아주 난리가 났었음.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나는 2소대 걱정하고 있었음. 진짜 뭔 일 벌어지긴 벌어지나보다 싶었음.
근데 아뿔싸, 일이 터진거임.
위에서 그린 그림 참고하면 좋겠음. 연병장 바로 밑 출구쪽으로 버스들이 1소대부터
2소대, 3소대 순으로 쭉 빠져나가야 되는데 2소대 버스가 갑자기 내려가다가 우측으로 꺾어져서
버스가 전복된 거임.
나님 3소대였고 버스 운전석 바로 뒷 뒷자리 앉아있어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봄. 우리 소대가
똑똑히 지켜봤고, 부대 연병장이 출구 끝자락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서 버스들이
나가는 길은 내리막길임. 그래서 버스가 갑자기 전복 되자마자 앞으로 굴러떨어진거임.
"야, 야! 빨리 1소대 무전 날려서 멈추라 해!"
우리 소대 내무반장이 소리치고 소대장이랑 차랑반장님 난리나서 버스에서 내리고 진짜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음. 출동 나가다가 단체초상 치르게 생긴거임. 잠깐 잊고 있었다가,
지난 새벽의 귀신 얘기가 떠오른거임.
복수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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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음. 약간 부상 입은 대원들만 있었음. 나중에 2소대 차청이
차량반장님께 들은 얘긴데, 갑자기 어디서 농구공같은 게 얼굴로 날아들어서 깜짝 놀래
운전대 꺾었다가, 그러다가 중심 잃어서 확 꺾었는데 버스가 전복 될 줄은 몰랐다고
하셨다 함. 상식적으로, 그 큰 버스가 경사가 좀 비탈졌다 해도 분명 느릿느릿한 속도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복된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됨. 놀랍게도 이 사건은
당시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사건과 맞물려서 크게 대두되지 않고 뉴스나 신문에도
나오지 않음. 그래서 신빙성은 없지만... 이 사건 우리 부대 사람들밖에 모를 듯;;
나중에 내가 내무반장하고, 그 자리를 바로 이 후임한테 넘겨줬는데 나중에 나 전역하기 전날
이 후임이랑 또 이 얘기를 꺼냈음. 그 때는 이미 2소대 버스를 교체해 놓은 시기임.
"그 사건 있고 나서 며칠 뒤에 꿈에 그 귀신 나왔는데, '미안해 형아'하면서 가더라고.
(이 후임이랑 나님이랑 동갑임. 지금은 친구먹음.) 아무래도 이 버스가 아니었던 걸 알고
애들 많이 안다치게 했나봐."
근데 난 그 얘기 듣고 더 식겁했음. 그럼 자기가 죽은 길로 돌아가서, 또 경찰 버스 보이면
거기에 달라붙을 거란 얘긴가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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