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요?
물론 잘 지내겠죠 아니 잘 지내야되요
오빠 좋아한지 벌써 이년 좀 되가네요
어린 나인데도 일찍이 이렇게 오빠때문에 끙끙대서 너무 힘들어요
오빠는 아마 내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죠
괜찮아요 쭉 그렇게 살아줘요
오빠 어디가서 고개 숙이지 말구요 아 이젠 그럴일도 없겠지만
그때처럼 누가 때리고 오빠 왕따시킨다고 해서 기죽지 말아요
나처럼 오빠 좋아하고 응원하고 오빠때문에 밤에 엄마몰래 베개 축축히 적시는 바보도 있으니까
학교에서 외톨이가 세상에서도 외톨이는 아니에요
이년전에 눈가에 누렇게 멍 든채 고개 숙이고 가는 오빠 얼굴보고 그때 처음 좋아했어요
그때 학교 후문 산책로에서 그때 오빠보고 좋아했어요
아마 모를거에요 그때 오빠 뒤에 내가 있었던거
학교에선 그렇게 묵묵히 견디고 냉혈인간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니
왜이렇게 집에 가는길엔 고개 푹 숙이고 울고 그래요
내 마음이 더 찢어졌었잖아요 그때
오빠 그때 졸업하기 전에요 3학년들 소극장갔던 날 오빠 서랍장 정리한거 그거 나에요
흙 발자국 가득한 체육복 빨아서 각 맞춰 개논거 그거 나구요 책상에 가득한 침자국
울면서 닦은것두 나구요 누군가 다 찢어놓은 교과서 스카치테이프로 다 붙여놓은거
그거 다 나에요 이거 다 나에요 그때 감기가 유행이라서 감기약이랑 편지 놓고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편지 놓고 갈려니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누가 오빠 놀리는 줄 알까봐서요
오빠가 또 상처받고 혼자 숨어서 울까봐 그게 무서워서 못그랬어요 감기약만 놓고 왔는데
그거 먹었을까 모르겠네요 쓰레기통에 버렸어도 괜찮아요 이미 내 마음은 다칠만큼 다쳤으니까요
오빠 졸업하고 오빠 고등학교어디갔는지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침에 학교 앞을 사복으로 지나가는 오빠 모습보고 그럴 수가 없었어요
키도 엄청 컸더라구요 허여멀건 창백했던 얼굴은 그대로구요
근데 좀 낯설었어요 내가 그때 좋아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
그냥 발랑 까진 양아치 한명이 내 앞에 지나가더라구요
나 살 엄청뺏어요 오빠 졸업하고 나서
13키로나 뺐어요 오빠가 나중에 길지나다 스치기라도 할 때 조금이라도 돌아보라고 그렇게 독하게 뺐어요
그런데 오빠는 나 통통했을때 모습밖에 모를거아니에요 지나치다 눈 마주친적이라도 있잖아요 우리
그때는 그냥 사람으로 봐줬었잖아요 사람대사람으로 그렇게 봐줬었잖아요
근데 왜 지난주에 내 몸 그렇게 훑었어요? 갑자기 나한테 왜 번호 물어봤어요?
원래 그런사람이었어요? 나 통통하고 평범하고 보잘것없을땐 있는줄도 모르고 눈에도 안들어왔는데
이제 좀 마르고 예뻐지고 그러니까 그냥 툭툭 건드려보고 싶어졌어요?
사실 그러라고 살 뺀거에요
나 좋아하라고 길 지나다니다가 나 보고 혹 해서 번호나 물어보고 얼굴이라도 자주 봤으면 좋겠어서
툭툭 건드려나 봐줬음 좋겠다고 생각해서 얼굴이라도 제대로 마주보면 마음 덜 아플것같아서
그래서 살 뺀거 맞아요 그런데 막상 그러니까 왜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내 마음 다 쏟아부어서 좋아했던 그시절엔 나 거들떠도 안보더니 이제서야 거들떠봐주니까
왜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은 어디갔을까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이거 봤으면 좋겠어요 그때 번호 안준거 잘한거라고 생각해요난
정말 좋아했었어요 예전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렇게 좋아 했던 사람 좋아 할 사람 없을꺼에요
그런데 오빠 얼굴보다 몸매보다 중요한건 사람 마음이에요
더 예쁘고 중요한건 사람 마음이에요 그거 하나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 줘서 독한 맘 먹을 수 있게 해줘서
어린나이에 다 알아버렸어요 아 예쁘면 끝이구나라는걸
고마워요 행복해야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