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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동생

얼둥아기 |2003.12.15 15:42
조회 2,109 |추천 0

시동생과 함께 살기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되어 가네요...

 

울시동생...

형이나 형수보다 회사도 가깝고, 먼저 퇴근하니까

항상 우리보다 최소 2시간은 먼저

집에 도착해 있습니다.

 

울시동생...

먼저 도착해서는 이것저것 합니다.

어느날은 청소기를 다 돌려놓고

어느날은 빨래를 해놓고

어느날은 욕실청소를 해놓죠...

음식만 할 줄 몰라서 않하는데 

요즘은 밥도 곧잘 해놓습니다.

게다가 보리차 끓이기는 거의 전담하다시피합니다.

 

그런데...

꼭 해놓고 퇴근하고 들어서는 저한테

"형수 제가 보리차 끓여 놨어요"

"형수 제가 밥해놨어요"

"형수 제가 욕실청소 했어요"

하고 말을 합니다. 보면 아는데...

"그래, 수고했네. 잘했어"

해주면 씩 웃고는 텔레비봅니다.

 

첨에는 별생각없이 넘겼는데...

어느날인가 집에서 함께 술을 먹는데

"형수 제가 오늘은 밥도 해놓고, 보리차도 끓여놨어요"

이 소리를 거짓말 않하고 다섯번도 넘고 하더군요.

그때마다 저는 잘했다 칭찬해주고...

 

그제서야 알겠더라구요...

결혼해서보니 남편만 어린애가 아니구나...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남자는 다 어린애다 하더니

시동생도 어린애구나...

 

울신랑 대학1학년, 울시동생 고등학교 1학년때

울시부모님이 직업을 바꾸셨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니는 자식을 할머니께 맡기고

시골로 농사짓으러 내려가셨죠...

 

울신랑은 다 컸지만...

울시동생은 사춘기였는데...

울시할머니는 빨래, 청소만 해주셨답니다.

김치며, 음식은 시어머니가 해주시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

게다가 편애가 심해서 울신랑만 이뻐라하고...

 

울시동생...

그래서 김치만 있으면 밥먹고,

도시락도 자기가 직접 쌉니다.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칭찬받고 싶어하는구나...

알 수 있을거 같았습니다.

 

형만 편애하는 할머니랑 살다가

이제는 형의 부인이랑 함께사니까

잘보이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기분...

가슴이 아프게 이해가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시동생이 얘기하기 전에 먼저

"보리차 끓여놨네? 내가 오늘 할려고 했는데... 애썼다"

"빨래 했어? 고생했네"

하면서 먼저 칭찬해 줍니다.

울시동생 멋적어 한마디하지요

"제가 먹을려고 끓였어요."

"세탁기 돌리는건데요 뭘..."

 

사람이란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거

결혼해서 참 많이 느낍니다.

 

울시동생...

그냥 술먹고 같은말 반복하는게 술버릇일수도 있습니다.

"형수 나 잘했죠? 잘했죠? 네?"

하는게 그냥 공치사 좋아하는 성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련님이 사춘기 힘들었다고 한적 없습니다.

위의 내용 자세히 얘기해준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시어머니, 신랑, 시동생한테 들은 단편적인 얘기 조합해서

혼자 쭈욱 엮어보니 시동생이 힘들었겠다 싶어서

안타깝다 생각했습니다.

 

울시동생 그러는거...

안타깝다 여기니 귀엽게 보이지만...

"잘했죠?"라고 매번 묻는거...

"가사일이 나혼자 일인가 꼭 내일 해주는것처럼 공치사는..."

이라고 생각하면 울시동생이 미워 보일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님 글도 다 읽었습니다.

속옷빨아주고, 님이 없을때 님 방에 드나드는 시아버님...

그 글만 읽었을때는

시부가 참 이상하다...

이분도 골치 꾀나 썩겠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며느리한테 칭찬받고 싶어하는 시부라면...

님도 조금은 시각을 바꿔서 어여삐 여겨주셨으면 싶네요...

 

울시동생... 한번은 술마시고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꼭 술마시면 형수~~~ 하면서 전화합니다.)

빨래할때 형수 속옷만 빼놓고 빠는게 좀 미안했다고

그런데 형수 속옷까지 건드리면 형수가 자기한테 넘 미안해할거 같아서

그래서 빼놓고 했다고...

그러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별걸 다 걱정한다 싶어 우스우면서도

형수도 남이라 눈치보고 사는거 같아 안쓰럽더군요.

나만 시동생 눈치보며 사는거 아니구나...

우리서로 눈치보느라 스트레스 받는구나...

 

시부님이 속옷빨아 주시는것도

어찌보면 울시동생 맘같지 않았을지요...

이거 빼놓고하면 섭섭해하지 않을까?

 

제가 잘하고 있다는거 아닙니다.

님이 잘못하신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꾸 칭찬받고 싶어하는 마음

조금은 며느리 눈치도 보는 마음...

님이 조금만 좋은 시각으로 봐주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많이 칭찬해주시고...

"아버님, 잘해주셔서 저 참 좋은데요. 속옷빨래는 쫌 그렇네요. 그건 놔두세요"

이렇게 방실방실 얘기해주시면...

시부도 편하고 님도 조금은 맘편하지 않을까요?

 

저는 신랑한테 그럽니다.

"나는 공주병이라서 다 나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시부모님도 다 나 이뻐하고 도련님도 나 무지 좋아하는구나라고... 푸하하하하"

그게 님도 맘이 편하실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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