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 이름은 정간지(어느 사기꾼의 변명) 11회

DogBottleS... |2011.07.23 12:38
조회 76 |추천 0

 요즘 내 첫번째 사업도 안정기에 접어 들었고 채팅 사이트도 여러 곳을 돌며 돈으 모으고 있었지. 근데 우리 주유소 큰형님 일주일째 알바 무단 결근을 하네. 안그래도 사장놈이 형 무단결근 가지고 뭣같이 화를 내던데 뭔일이야?

 

 "야 간지야. 소식 들었냐?"

 "뭔소식?"

 "우리 큰형님 사기로 구속됐다더라."

 "뭐?"

 "채팅으로 성매매 알선 사기 했다고 하면서"

 

 판돈을 키우더니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군. 가만... 그럼 설마 나도 불은거는 아니겠지? 불안하네...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어머니 건강이 악회되어서 그만둬야 할거 같습니다."

 "얌마!!! 예고도 없이 그만둔다고 하면 다야? 안그래도 큰놈 그만두고 일손 달려서 죽겠는데 후임은 구하고 그만둬야 할거 아냐!!!"

 "죄송하지만 갑자기 어머니 건강이 악회되는 바람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단 후임 부터 구해봐. 니 친구든 구인광고를 내든 구해놓고 나가."

 

 아, 젠장. 무슨 후임타령이야. 너네 가게 일손 달린건 니 사정이지. 아... 불안해 죽겠네. 경찰들 이쪽으로 쳐들어 올까봐 불안해서 일 못하겠네. 그냥 무단결근 하면 이번달치 돈은 못 받겠지? 근데 그게 문제냐? 이거 잘못 꼬여서 교도소에서 부자 상봉이라도 하게 되면 끝장인데. 난 소년원인가? 암튼 이놈의 주유소는 오늘부로 인연 끝이다.

 

 그런데 이래저래 불안한데 그냥 서울로 가버릴까? 사람 많은데니까 일자린 널리고 널렸겠지. 그리고 우리형 공부 정말 잘하니까 서울쪽으로 대학가려 할거고 그럼 나하고 같이 살면 되겠네. 그나저나 더이상 내 사업을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그걸로 정말 돈 많이 벌었는데.

 

 

 "얌마 점호시간에 왜 밖에서 어슬렁 거려? 이새끼 전에도 나 당직때 개념없지 쳐 자고 있더니만 오늘은 점호시간에 밖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냐?"

 

 아... 오늘 당직사관 이인간이었어? 맙소사다. 이인간 이름은 정승광 중사라고 화생방 보직을 맡고 있어. 전입 첫날부터 이인간한테 찍혔는대 오늘도 피곤하겠구나.

 

 다음날.

 

 "정간지. 잠깐만 뒤뜰로 와봐."

 

 음... 반장이 맘의 결정을 내렸나? 이제야 내 군생활이 풀리려나 보다.

 

 "간지야 어제 의논해 봤는데 우리 천만원 일단 투자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냐?"

 "일단 제돈하고 합쳐서 운용해야 제가 관리하는데 힘이 덜 드니 저한테 송금하시면 됩니다.

 "그래? 난 내 계좌 따로 만들어서 해 줄줄 알았는데."

 "그건 컴퓨터를 쓰면 가능하지만 지금은 폰으로밖에 운용을 못하니 어쩔수 없습니다. 그리고 주식이란게 1초의 승부다 보니 계좌 여러개 운용하면 돈 벌 구간에서 돈 못버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반장님께서 좀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구나, 그래 그럼 계좌 적어주면 내일 입금할게"

 "알겠습니다."

 "아유, 내가 후임덕을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 허허"

 

 이인간 그동안 날 갈굴때는 언제고 돈 벌어다 준다니까 좋아 죽네. 이 속물근성아!

 

 그날 저녁 단잠에 곤히 빠져 있는데 누가 날 깨운다.

 

 "초저녁인데 벌써 자네? 피곤한가 보구나."

 

 그 보급반 한순진 하사네. 음? 손에는 치킨? 배고프던 차에 잘됐네.

 

 "난 그냥 후임 왔는데 아무도 너 안챙겨주는거 같아서 통닭 사들고 와봤지."

 

 하긴 장교들이야 다른세계놈들이니 예외로 치고 중사부터 원사까지는 세대차이땜에 그렇다 쳐도 선임하사란 놈들은 후임이 왔는데 관심이 없네.

 

 "하하. 감사합니다. 뭘 이렇게 다."

 "뭐 별것도 아닌데. ㅎㅎ"

 

 참 인간이 착하긴 하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물러 터져서 이동네 군바리들한테 좀 이용당하는 느낌이 있다.

 

 "요즘은 안바쁘십니까?"

 "뭐 그렇지. 보급반이 안바쁘길 바라는 것보다 지구가 망하길 비는게 빠를 거다."

 "근데 보급반은 뭣땜에 그렇게 바쁩니까?"

 "일단 기본 업무부터가 많아. 부식 수령, 식당관리, 기름수령 및 관리,총기관리, 탄약관리, 미사일 하고 수리부속도 우리가 관리하지. 그걸 간부 달랑 둘이서."

 

 뭐야? 솔직히 너무하긴 하는군. 나같으면 탈영한다.

 

 "그래도 그것만 그냥 하면 몰라. 보급반장, 심심하면 창고 옮기고, 규정에도 없는 재고목록표 다시 만들라고 갈구고, 심심하면 물건 전수조사를 하지 않나, 식당 시설물 보수하는것도 취미지. 전에는 50평 정도의 창고에서 앵글로 선반을 만든적이 있는데 그거 설 연휴 5일동안 달랑 3명이서 작업한적도 있었어."

 

 미친거 아냐? 50평이 애들 장난이냐? 그런건 보통 용역쓰지 않나? 하긴 우리나라 군대가 돈이 없긴 하지. 그리고 설 연휴에 일 시키는 인간이 어딨냐?

 

 "뭐 그냥 시간만 빨리 가주면 땡큐지. 나도 그놈의 안가는 국방부 시계 흔드는 낙으로 살고 있어."

 

 그래 순진아, 니가 고생이 많다.

 

 "넌 사회 있을때 전업 투자자였다고?"

 

 이제 소문 다 났구나.

 

 "예, 그랬습니다."

 "돈은 많이 모았겠네."

 "솔직히 버는대로 다 쓰는 바람에 얼마 모으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래도 돈 버는 기술이 있으니 걱정 없겠다. 무슨 연금술사 같네."

 

 연금술사? 그럴수도 있겠다. 나의 애널리스트 형님들과 펀드매니저 형님들과 평생을 함께라면. 하하.

 

 "언제부터 고수가 된 거야?"

 "딱히 정확한 때는 모르겠고 2005년부터 전문가 반열에 올라서 손해 안보고 계속 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겠다. 그동안 돈도 많이 날리고 그래야 하지 않나?"

 

 돈 많이 날려도 고수안돼. 내가 너무 연기를 잘 했구나.

 

 "뭐, 초반엔 1억 5천 정도 빚이 있었습니다."

 "그럼 그건 다 벌어서 깠다는 거야?"

 "그런 셈입니다."

 "와, 고수는 고수구나. 1억 5천이면 보통사람 같으면 절망에 허우적 거릴수도 있는데 그걸 극복하다니..."

 "사람이 위기에 닥치면 초능력이 나오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하."

 "나도 전에 말했듯이 우리 집이 어려워서 이런 주식같은거 배워서 돈 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주식 고수들 보면 부럽더라."

 

 그래그래 나도 피눈물 나게 부러워. 근대 이 인간 나한테 꽤나 감탄하고 있는거 같은데 좀 오버해 줘서 내 인생사에 대해서 한번 들려 줘야 겠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