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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2>

할로 |2011.07.24 01:23
조회 18,373 |추천 38

 

Occult of THE Sun

 

 












"어? 이게 뭐지?"

하서가 동굴 안쪽으로 막 들어서다가 우뚝 멈추어서며 말했다.

"뭔데?"

하서의 뒤를 따라오던 지현이 고개를 쑥 내밀고 앞쪽을 살피다가 이내 짧게 비명을 질렀다.

"엄마! 저게 뭐야!!"

지현의 비명에 뒷쪽에 있던 일행들이 움찔 놀라며 멈추어 섰다.
하서의 손에 들린 작은 라이터 불에 일렁거리며 벽 한쪽에 기대어진 것은
다름아닌 부식되어가는 누르튀튀한 뼈였다.

"뭘 저런걸로 놀라고 그래!"

강심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류민이 앞으로 스윽 나서며 뼈조각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동굴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까 지나온 통로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았다.
뼈조각은 넓고 둥그렇게 파여있는 동굴 맨 안쪽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다.
라이터를 들었던 하서가 류민의 옆으로 다가와 이리저리 라이터 불로 뼈조각을 비추어 보았다.

"사람일까?"

"글쎄, 오래되서 잘 모르지만 .. 동물이겠지!"

류민은 이런 동굴 속에 처박혀 있는 해골이라면 어쩌면 살해당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을 애써 삼켜버리고는 뒤를 돌아 아직도 통로쪽에 엉거주춤 서 있는 일행들을 불렀다.

"겁낼 것 없어, 동물의 뼈야! 안쪽으로 들어와"

그때 뒤쪽에서 앗뜨거! 하는 하서의 말소리가 들리고 주변이 조금 밝아졌다.
떨어진 하서의 라이터 불꽃은 뼈조각 하나에 옮겨붙었고,
오래 부식되어서 그런지 뼈조각은 타오르면서 밝은 불을 냈다.

"우와, 생각보다 잘 타네?"

"수분은 마르고 무기질 성분, 뭐 이를테면 탄소나 마그네슘 같은게 남아서 그런거 아닐까?"

화학과 출신인 이나가 신기한 듯 뼈조각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잘됐네. 불도 있겠다, 오늘은 여기서 자면 되겠다!"

준영이가 어깨에 매었던 배낭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팔을 주욱 뻗어 기지개를 켰다.

"으아! 이 무거운 걸 들고다니느라고 얼마나 고생 했는지 어휴~"

"그럼 여자인 이나와 내가 들라고?"

지현이 샐쭉거리며 준영에게 쏘아 붙였다.
덩치도 우리중에 제일 크면서 뭘그래_ 하는 눈빛에 준영은 머쓱한 듯 웃었다.

"길만 빨리 찾았어도 이런 일은 없잖아!"

그 말에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던 하서가 준영을 잠시 쏘아보았다.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
그냥 지도에 있는 대로 가기만 하면 나올줄 알았지!"

"아니_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뭘 화를 내고 그래."

준영은 말끝을 흐리며 지현과 이나를 도와 짐을 풀기 시작했다.
하서는 한국 샤머니즘 동아리 11기 장이었고 방학을 맞아 동기들과 함께
유적 답사를 위한 MT를 가기로 했다.
선배들이 추천해준 몇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은 찾지 못하고 날이 저물어 버렸다.
정말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버린 모양인지 핸드폰은 아예 수신도 되지 않았고
산장이 있을거란 선배들의 얘기에 텐트는 물론 취사도구도 제대로 가지고 오지 않았던
하서 일행은 난감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그때, 류민이 으슥한 숲 길 옆에 나있는 작은 동굴 입구를 발견했고
불행중 다행으로 그나마 오늘 밤을 묵을 수 있는 곳을 찾아냈던 것이다.
류민과 준영이 뼈조각들을 동굴 중앙으로 모아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불빛은 그리 밝지 않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짐 속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 나눠 먹으면서 5명은 불 옆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하서가 적막한 분위기를 깨려는지 가지고 왔던 카세트를 라디오 모드로 전환시켜 켜두었다.
너무 깊은 곳이라 수신이 잘 안되는지 하서가 한참이나 주파수를 맞추느라 끙끙댔다.
곧 라디오에서 음악소리가 잡음소리와 함께 작게 들리기 시작했다.

"캠프파이어 하는 기분이다, 그지?"

이나가 작게 웃음지으면서 말하자 류민이 응_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지현이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

"기집애야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캠프파이어는 무슨 캠프파이어야!"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순수하고 청순해보이는 이나는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와

투명한 마스크로 동아리 뿐만 아니라 과 남자아이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지현은 이나와는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류민과 이나가 교제를 시작하고부터
이나에 대한 라이벌 의식과 질투를 남몰래 키우기 시작했다.

"우선 오늘 목적지까지 데려가지 못한것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지도보고 출발할자."

하서가 11기 장답게 미안한 목소리로 내일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때, 하서의 맞은편에 앉았던 준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벌떡 일어섰다.
사체과인 준영의 큰 체구의 그림자가 하서의 얼굴위로 기다랗게 생겼다.
준영은 하서의 뒷쪽, 뼈조각들이 있던 곳의 벽을 한참이나 응시하더니 곧 그리로 다가가
벽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준영아, 뭐하는거야!"

"아까부터 뭐가 보이길래, .. 어? 수첩이네?"

벽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고, 그 벽 속에 거의 파묻혀 있다시피한 작은 수첩을
준영이 끄집어 내어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왔다.
짙은 갈색 표지의 손바닥만한 수첩이었다.

"준영이 녀석, 눈도 좋다니까!"

"왠 수첩이야? 안에 뭐라고 쓰여있어?"

준영은 흙이 묻은 수첩을 자신의 옷자락에 한번 스윽 문질러 닦더니 불빛 가까이로

수첩을 가져가 수첩을 뒤적거려 안에 씌여진 글씨를 읽기 시작했다.

"앞 부분은 달력에 스케쥴 표시해놓은건데 글씨가 작아서 잘 안보여, 그리구 음.."

준영은 뒷쪽으로 넘겨보더니 수첩을 눈앞에 바싹 가져갔다.

"오컬트의 마지막 마법사 존 디의 주술에 관한 연구를, 음 .. 존 디의 단자외에
밝혀지지 않은 그의 오컬트적 유물 속에서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그의 저서를 발견해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태양을 사라지게 하는 주술' 이라는 충격적인 주문을 알아냈고
직접 시도하기 위해 .. 에? 1950년? 50년도 더 된거네?"

"뭐?"

잠자고 얘기를 듣던 하서가 벙찐 얼굴로 벌떡 일어섰고, 류민도 뒷걸음질쳤다.

"그, 그럼 지금 이 뼈가 50년도 더 된 사람의 뼈란 말이야?"

이제까지 한낱 장작 대용으로 사용하던 뼈가 사람의 뼈라는 걸 알게 되자
지현과 이나도 비명을 지르며 뒷쪽으로 물러났다.

"뭐 지금에 와서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어쩌겠어,"

준영은 수첩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마디 툭 내뱉았다.

"우와!! 이것봐! 뒤쪽에 이상한 오컬트 주문이 나와있어!!"

"오컬트 주문?"

"이게 아까 존 디의 책에서 찾았다는 그 주문인가봐! '태양을 사라지게 하는 주문'!"

유난히 오컬트와 주술에 관심이 많던 준영이 눈을 반짝 빛내면서
눈으로 '태양을 사라지게 하는 주문'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샤머니즘 동아리니만큼 다들 오컬트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곧 준영의 주위로 호기심 가득한 동기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난 오컬트 주문이라고 해서 굉장히 어려울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네!"

수첩을 돌려가며 읽은 하서와 일행들은 주문에 관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이거 믿져봐야 본전인데 우리 한번 해보지 않을래?
이런 주문같은거 외운다고 정말 태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보는 거야!
MT의 추억도 되고, 얼마나 좋아!"

하서 역시 눈을 반짝 빛내면서 동기들에게 제의했다.
그들은 서로를 둘러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가에 웃음을 달았다.

"하긴, 우리가 이걸 한다고 정말 태양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텐데, 후후
재밌겠다. 한번 해보자!!"

지현도 하서의 제안에 맞장구를 치며
준영과 함께 오컬트 주문에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하서와 류민은 수첩을 보며 동굴 땅에 오컬트 도형들을 그렸다.
이나만이 혼자 파랗게 질린체 아직도 탁탁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사람의 뼈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현이 아직 타지 않은 뼈 조각을 오컬트 주문 도형 중앙에 놓고

칼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흘려내었다.

"주문은 누가 외울래?"

"내가 할게,"

수첩에는 룬 문자로 적힌 주술 밑에 한글로 조잡하게 발음이 쓰여 있었고
하서는 수첩을 들고 도형의 중앙에 서서 지현의 피가 묻은 뼈조각을 들어올리며
주문을 제법 그럴싸하게 외웠다.
지현과 류민, 준영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런 하서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나는 여전히 구석에 웅크린 채로 겁먹은 듯이 동기들을 보았다.
이미 그들에게 사람의 뼈를 장작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충격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새로 발견한 오컬트 주문쪽이 훨씬 흥미있었던 것이다.
하서는 주문을 외우고 라이터 불을 들어 뼈를 태우고 재를 도형의 곳곳에 뿌렸다.
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고 라디오에서 지지직거리며 작게 노랫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에이, 뭐야! 역시 거짓말이었어!"

지현이 피식거리고 웃으며 칼로 찌른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고
하서나 류민, 준영도 약간은 맥이 빠진 모양이었다.

"오컬트니 뭐니, 태양이 없어지는 주문이 어딨겠어.
하하하 오늘은 이만 잠이나 자자,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으음.."

옆에서 자던 지현이 뒤척이며 이나쪽으로 더욱 움츠러 들었다.
이나 역시 추워서 어쩔줄을 모르던 중이었다.

"이나야, 이나야"

잠이 깼는지 류민이 조용히 더듬거려 이나를 찾았다.

"응, 류민이구나. 왜 더 자지 않구?"

"추워서 잠이 안와, 안추워?"

몸을 일으키자 한기가 더욱 몸을 엄습해 왔고 이나는 추위를 버티려 애쓰며 이를 딱딱 부딪혔다.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아. 여름인데 왜 이렇게 추운거지?"

류민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보더니, 잠들었던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봐, 하서야 준영아!"

"우으음, ..왜 그래?"

잠이 덜깨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준영에게 류민이 심각하게 말했다.

"태양이, 사라졌어"

"...뭐?"

벙쪄있는 하서 앞으로 류민이 핸드폰을 바싹 가져다댔다.
6시 24분_
그리 깊지 않은 통로 끝에서도 희미한 빛조차 없었다.
게다가 8월 한여름에 이 알수 없는 추위라니.
말을 꺼냈던 류민이나 하서는 한참을 아무말이 없이 앉아 있었다.

"그, 그럼 어제 우리가 외운 존 디의 그 주문 때문에 태양이 사라졌다는 거야? 정말로?"

추위에 덜덜 떨며 지현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외쳤다.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잖아! 멀쩡하던 태양이 갑자기 왜 사라졌겠느냐고!"

"정말, 정말 태양이 사라진걸까? 아, 그래. 라디오를 켜보면_"

준영은 다 타고 남은 재 옆에 세워놓았던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췄다.
곧 작게 지지직거리며 잡음속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새벽 .. 태양이 사라지는 .. 지직 .. 미국 NASA 과학자들 지지익..
이런 현상은 지난 1950년 이후 .. 지지.. 지직.."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인지 라디오에서는 심한 잡음과 간간히 아나운서의
끊어진 말소리가 들려왔다.

"드, 들었어? 1950년이래."

"그럼 어제 수첩의 주인이던 사람도 태양을 사라지게 하는 주문을 외웠었단 말이야?"

형체도 잘 알아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그들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주술을 푸는 방법은 안 적혀 있었어? 어제 그 수첩 말이야!!"

"그래, 정말 우리가 태양을 없앤 거라면 이대로 가다간 지구는 멸망이야"

하서와 지현의 목소리가 흥분한 듯 커졌고, 이내 류민이 찰칵 하고 라이터를 켜서
라디오의 옆에 놓았다.
핸드폰, 라이터 등 빛이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한쪽으로 몰아놓자
그제야 겨우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환해졌다.
그들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하서가 창백해진 얼굴로 얼른 수첩을 뒤적거려 태양을 없애는 주문 뒤쪽에
희미하게 쓰여있는 '주문의 파괴하는 주술' 이라는 이상한 도형들을 발견했다.

"됐다!! 찾았어! 이대로만 하면 다시 태양을 되돌릴 수 있을거야!"

하서는 핸드폰을 수첩 가까이에 가져다 대고는 열심히 글을 읽더니
어제 그렸던 도형들을 지우고 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제대로 그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형 그리기를 끝마친 하서가
뒷장을 넘기며 다음 순서를 읽기 시작했다.

"하서야, 빠, 빨리 해. 추워서 죽을 것 같아"

지현이 입술을 덜덜 떨면서 다그치자 하서가 읽고 있던 수첩을 떨어뜨리면서
힘이 풀린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서야, 왜 그래!"

류민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하서에게 다가갔다.
하서의 손은 이미 얼어가고 있었고, 그가 힘없이 손에 들었던 수첩을 류민에게 내밀었다.
핸드폰 액정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존해가며 류민이 수첩의 글을 빠르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

"류민아! 왜 그래!"

이나가 더욱 창백하게 굳어가는 류민의 얼굴을 보고 물었고,
류민은 하서 옆에 허물어지듯 주저 앉았다.

"미쳤어, 우린 이제 끝이야! 주문을 깨려면 우리 중에 한 사람이 죽어야 해!"













분위기는 침울했고, 주변의 온도는 새벽보다 훨씬 낮아졌으며
라디오는 여전히 지직거렸고,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죽어야 한다니, 주술을 행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 죽어야만 주술이 풀린다니!
이 동굴속에서 아까 발견했던 수첩을 가지고 있던 부식되어가던 뼈 역시도
1950년에 태양을 없앴다가 자신의 죽음으로서 다시 태양을 되돌려 놓은 사람일 것이다.
자신들도 이 어두컴컴한 동굴속에서 부식된 체 해골이 된 모습으로

후세에 발견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이대로면 모두가 죽어,"

라디오의 잡음 속으로 결국 힘겹게 하서가 입을 열었다.
주변의 공기는 처절할 정도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었다.
공룡 사망설중 가장 대표적인 기온저하설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공룡이 아니라 이번에는 인류 전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 그래. 우리가 없앤 거니까, .. 우, 우리가 다시.."

지현이 입술을 덜덜 떨면서 굳어가는 혀를 놀려 말을 뱉으며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누가 죽을건데?"

류민이 애써 정확한 발음을 내어가며 말을 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이나와 잡고 있던 손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류민은 무심결에 하서를 바라봤다.
하서가 동아리 장이고, 오늘 제대로 길만 찾았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서는 고개를 숙이고 준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준영이 저 자식이 그 수첩만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됐는데_
준영은 딴짓을 하는 척 했지만 은근히 이나손을 잡고 있는 류민을 부러운 듯이 흘겨보았다.
이나와 사귄다고 너무 폼 잡는단 말이야! 저 자식이 오늘 동굴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지현 역시 이나와 손을 잡고 있는 류민을 바라보았다.
이나 기집애만 아니었으면 내가 류민이랑 사귀는 건데, 내숭이나 떨고! 죽어버려!
그때 창백한 기침을 뱉아내던 이나가 입을 열었다.

"아무도 죽고 싶지 않을 테니까, .. 그럼.. 제비 뽑기를, 콜록 하자."

"제비, 뽑기?"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지현이 곧 다섯개의 말라빠진 나뭇가지를 주워왔다.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들이었다.
지현은 그 중의 하나를 반으로 부러트렸다.

"부, 부러진 걸 잡는 사람이, .. 주,죽는거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잡음과 히스테릭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현은 다섯개의 길이를 모두 맞춰 손에 쥐었다.
처음으로 하서가 뽑았다.
그는 눈을 감은 듯 했다, 그리고는 체념한 듯 잽싸게 하나를 뽑았다.
그의 나뭇가지는 멀쩡했다.
두번째로는 류민이었다.
류민은 침착하게 한동안 나뭇가지를 응시하더니 곧 하나를 뽑아들었다.
지현은 그가 짧은 것을 뽑지 않길 바랬고, 류민은 긴 나뭇가지를 뽑았다.
준영은 한참이나 울먹거리다가 시간을 질질 끌더니 결국 뽑았다.
그의 것도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나와 자신뿐!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했다.
이나가 울면서 지현이 들고 있는 제비위로 손을 움직였다.

'아아, 이나야! 제발 죽어줘!'

지현은 무의식중에 짧은 제비를 위로 밀어올렸고, 마침 그것에 손가락이 닿은 이나는
짧은 제비를 집어들었다.
반으로 부러진 나뭇가지를 손에 쥔 이나가 새파랗게 질렸다.
볼위로 타고 흐르던 눈물까지도 이제는 얼어붙은 모양이었다.
지현의 뺨위로도 차가운 눈물이 얼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이나의 죽음에 대한 환희!
갑자기 이나가 미친듯이 지현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제비를 밀었잖아! 지현아! 그렇지? .. 우리 친구잖아, 친구잖아!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그 내성적이고 청순 가련하던 이나도 죽음앞에서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친구를 닦달했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지현이가 잘못한거야, 내가 왜 죽어야 해! 너희들이 주문을 외웠잖아!"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이나는 그들이 하는 주술에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으니까.

"류민아! 한류민!! 말 좀 해봐! 내가 아니라고 말 좀 해봐!"

류민이 흠짓 몸을 떨며 이나를 바라봤다.

"나 사랑한다며! 영원히 함께하자며!! 응? 그러면 나 대신 죽어줘, 나 대신 죽어줘!!"

이나가 미친듯이 악을 쓰며 류민에게 달려들었다.
류민은 뒷걸음질 치며 이나를 피하려고 애썼다.

".. 이나야, 미, 미안해. 하지만 제비뽑기를 하자던 사람은 너였고, ..
네가 죽어야 하니까, .. 이제 그만 끝내"

아무 말 못하는 류민 대신 하서가 옆에 놓였던 큰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하서야! 준영아! 우리 친구잖아, 응? 친구잖아, 준영아 너 나 좋아한다고 했잖아!
너랑 사귈게, 너랑 평생 함께 살게! 그러니까 나 죽이지마!! 응?"

그 말에 준영이 움찔 몸을 떨었지만 곧 고개를 떨구고 하서를 따라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하서가 돌멩이를 이나에게 던졌고 이나는 얼굴쪽에 돌멩이를 맞은 채 쓰러졌다.
울며 발악하는 그런 이나의 몸 위로 담요를 뒤집어 씌운 것은 지현이었다.
곧 준영이 이나의 머리 위로 다시 한번 돌을 던졌고, 지현은 쓰러진 이나의 몸에 발길질을 했다.
류민은 여전히 울면서 동굴 벽 한쪽에 기대어 있었다.

" 뭐, 뭐하는 거야! 류민! 너도 해!!"

하서가 버럭 화를 내며 류민을 잡아 끌었고, 류민은 피가 번지기 시작하는 담요를 바라보며
그제야 크게 오열을 터뜨렸다.

"빨리 해!"

하서는 류민의 손에 큰 돌을 쥐어주었고, 이나를 발길질하던 지현이 담요를 걷어주었다.
그때까지 의식이 남았던 이나의 피범벅이 된 얼굴이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류민이 나타나자 이나는 악을 쓰며 살인자들_ 을 외쳐댔다.
발악하며 욕을 하는 이나의 얼굴에 정통으로 돌을 내려찍은 것은 류민이었다.
















동굴 속 공기는 아직도 추웠지만 다들 한바탕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 터라
아까만큼 그렇게 추운 줄은 몰랐다.
얼굴이 으깨어진 이나의 시체는 동굴 벽 한쪽에 담요에 둘둘 만채로 눕혀놓았다.

"이걸로, .. 끝난걸까?"

류민이 손에 들었던 돌을 내려놓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찾아냈다.
그때였다.

"봐!! 저걸 좀 보라구!! 태양이야! 밝아지고 있어!!"

가장 통로 근처에 가깝게 앉았던 지현이 벌떡 일어나 흥분한 목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통로 끝에서는 정말로 희미한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피어오르는 따뜻한 온기, 부옇게 밝아지는 시야, 밖에서는 새소리까지!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살았다! 살았어, 우리가 해낸 거야!"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주문이 파괴된 것을 다시 한번 기뻐했다.
이나의 시체는 담요에 싼체로 동굴 벽 한쪽에 눕혀놓고, 짐을 챙겨든 그들은
동굴 속의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들은 이미 이나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잊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나를 죽여 세상을 구한 것이 당연하다는 뿌듯한 영웅적 자부심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밖에 나서자 거짓말처럼 해는 반짝거리며 떠 있었고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우리가 태양을 되돌려 놓은거야!"

하서가 뿌듯해 하며 태양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그때, 준영이 들었던 라디오가 지지직 거리며 주파수가 제대로 맞춰 졌는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950년 이후로 53년이 지난 오늘, 드디어 그 희귀 현상이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약 10시간정도 태양이 없어지는 이 희귀 현상은 몇 백년에 한번씩 불규칙 적으로 일어나는
행성 운동으로써, 50년만에 다시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과학자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쳇! 뭐라는 거야, 우리가 없앴다가 다시 돌려놓은거니까 당연한거지!"

준영이 아나운서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투덜거렸다.

"NASA과학자들에 따르면 일잠소(日潛消) 현상이라 불리워지는 이 현상에 대한 가장 근거있는 학설은
최근 새롭게 밝혀진 중성자별과 백색왜성의 찬드라 케사르 한계 이상의 질량이 늘어남에 따라
제 3세대인 태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130억대 행성들의 블랙홀 현상이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므로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잠소 현상이 종종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원과 광년을 뛰어넘는 우주의 신비로움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낸 NASA는
다음번 일잠소 현상이 가까워 지기전에
찬드라 케사르 한계를 낮출만한 특정 물질을 개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일, 일잠소 현상? 들어본 적 있어?"

준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일잠소 현상? 그런거 그냥 다 과학자들이 지어낸거지?
우리가 오컬트 주문으로 태양 없애고 다시 되돌려 놓은 거잖아!"

지현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가 그런거야! 우리가 태양을 없앴다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어서 그래."

하서가 울먹이기 시작하는 지현을 달래며 말했다.
그들의 눈은 모두 멍청한 후회의 빛이 담겨 있었다.
이나를 죽일때즈음 몸의 온기가 돌아온 것이, 단순히 흥분해서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속으로 한없이 책망하고 있었다.

"아니야, .. 우리가 우리가 없앤거야!!"

지현이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라디오를 부숴버린 준영이 곧 씩씩한 척하는 목소리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가 없앤거야! 그래, 맞아! 자 얼른 답사 장소 가자"

하서가 지현을 부축하며 준영을 따라갔고, 지현은 여전히 우리가 없앤거야를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남은 류민은 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래, 우리가 없앤거야, ..











.... 이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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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_赤月魅惑

 

 

추천수38
반대수7
베플신이나|2011.07.25 07:27
.......................................................... 그래도 여기선 남자친구가있었네................근데 날 죽였네 ------------------------------------------------------------------ 어머낫!!!제 생의 처음 베플이네요 감사합니다아 아는동생이 읽어보라고해서 읽었는데... 읽는내내 가슴이 아프네요...ㅋㅋㅋ 제 이름이 흔하지않은 이름인데.... 어떻게 제 이름이 저기들어가있는지......... 그리고 친구이름도 '지현'ㅋㅋㅋ(아는동생이름이 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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