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르지만 이 만화 같은 경우를 어제 당했네. ㅡㅡ
사당역에서 2호선을 갈아 탔어.
2정거장 뒤인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는 상황이었고.
사당역 다음인 낙성대역은 오른쪽 문이 열리고, 서울대입구역은 왼쪽 문이 열리는 터라 나는 내릴 문 앞에 바짝 붙어 서 있었어.
그런데 낙성대역을 지나서 서울대입구역으로 지하철이 한참 달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팔꿈치로 나를 팍 밀치면서 출입문 앞에 서더라고.
나는 하도 심하게 밀침을 당해서 순간 휘청거리다가 그만 벌러덩 나자빠졌고. ㅜㅜ
그 남자는 여전히 중얼거리면서 나를 밀쳐낸 뒤 내가 서 있던 출입문 앞에 서더라고.
짜증이 나서 "아, 뭐야!"라고 소리쳤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입문에 붙어서서는 계속 중얼거리는데, 그 순간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싶더라.
더러운 차림새에 바지 위로 팬티가 다 드러나 있고, 성인 남자 절반 정도 길이의 대나무 막대기와 잠자리채를 들고 뭐라 짧게 깎은 머리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풍기더군.
근데 웃긴 건 출입문에 나 말고도 옆에 다른 젊은 남자도 서 있었는데, 그 정신이 나간 남자는 날 타겟으로 삼고 팔꿈치로 찍고 밀쳤다는 거야.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도 여자인 내가 만만해 보여 날 밀쳐냈다는 생각밖엔 안 들더라.
미친놈도 누울 자리를 보고 눕고, 시비 걸 대상을 보고 시비거는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 ㅡㅡ
여태껏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무개념 노인네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밀린 적도 많았고...
처 음엔 그 때문에 너무 상처도 받았지만 나중엔 하도 당하다보니 오기도 생겨서 어차피 같이 내리거나 타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꼭 팔꿈치로 밀고 치고 하는 노인네들에게 이젠 양보는 커녕 그들이 아무리 밀쳐도 꿈쩍도 안하는 내공이 생겼는데...
이렇게 종이인형처럼 밀쳐져서 바닥에 엎어지기까지 한 건 정말 이번이 처음인 거였지.
정상인이어도 여자라면 뭐랄까 항의하기 어렵잖아.
게다가 미친 놈은 힘도 쎄다는데, 항의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 털고 일어나서 그 놈 뒷통수만 노려보는데...
지하철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당한 봉변인지라 부끄럽고 쪽팔린 것도 쪽팔린 거지만...
결과적으로 미친 인간한테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는 내 자신이 되게 한심하고... 분하고... 비겁하고... 자괴감도 느껴지고... 비참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나쁜 선입견까지 생겼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