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군대를 늦게 다녀왔던 늦깍이 복학생 25살 과대표님.
첫번째 시험이 눈앞에 있었다.
맨날 수업시간에 졸지말아라. 딴짓하지말아라. 잔소리나 놓던 나이많은 과대가
시험을 죽을 쑨다면 그 또한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었다.
25년 인생에 최고로 열심히 공부라는걸 해봤다.
처음 해보는 만큼 요령없이 적고 외우고를 수백번. 피곤이 몰려와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외우고 공부한 흔적들을 보니 뿌듯함과 피로가 함께 몰려왔다.
"나 집가서 눈 좀 붙이고 올게"
쿨하게 한마디 던지고는 후배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같이 원룸을 얻어 생활하는 친구는 윗층에서 동기들과 공부를 좀 더 하다온다기에
열쇠를 받아들고 피곤한 발걸음을 옮겼다.
이불을 제외하고 주위는 어지럽게 널려있는 내 원룸으로 들어왔다.
너무 피곤했지만 의무감에 컴퓨터를 켜고 네이트온으로 친구와 몇마디 나누다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온수가 안 나오는덕에 찬물로 샤워를 했고 열쇠없는 친구가 못들어올까봐
걱정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몸을 뉘였다.
'아 편하다 역시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다 채우지못하고 잠이 들었나보다.
인기척에 스르륵 눈을 떴다.
당연하게도 불을 다 꺼놔서 어두컴컴한 상태였는데
어디선가 소곤소곤 말소리가 들렸다.
그 당시 좁은 방 왼편에 ㅁ모양의 행거가 있었는데 윗줄에는 옷걸이로 외투나 상의를 걸고
아래받침에는 바지등을 개어서 접어보관하게하는 용도의 행거였다.
말소리는 행거쪽에서 들렸고 행거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그쳤다.
어둑어둑하게 옷들이 걸려있는게 보였다.
다시 잠들려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부스럭" 이게 무슨소린가 싶었다. 집에 뭐가 들어와있는건가.
순식간에 내 시선은 행거로 향했고 그 쪽에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있었다.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노려봐도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다시 말소리가 들리기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사람의 대화와 상당히 닮아있는 음색이었다.
짤막하게 두 물체의 한마디 가량의 대화가 오가는 즈음
장난기 많은 두 친구의 장난으로 여긴 난 "병국이냐?"라며 질문을 했다.
말이 안 나왔다.
놀란맘에 '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가위인가'싶었고
저 검은색 덩어리 형상을 한 물체들을 내쫒겠다는 심산으로 오른쪽손을 움직여 아무거나 집어들었다.
그러자 물체중 위쪽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그것이 "깼다. 깼다"라며 또렷이 이야기했다.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른 후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잠에서 깨어보니 친구집이었다.
'아 맞다. 집에 가던길에 귀찮아서 도서관에 가까운 성준이네 집에서 잤었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했네.."라며 성준이가 컴퓨터를 하고 있는 방으로 갔다.
침대에 컴퓨터를 하는 성준이를 바라보면서 시시콜콜한 내 꿈이야기를 해줬다.
"너무 무리하면 기가 허해져서 그런꿈 많이 꾼다더라"라며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먹자는
성준이말에 동의를 하고 라면 봉지를 뜯고 물을 올렸다.
"띠리링"핸드폰이 울렸다. 병국이였다. 공부가 다 끝났으니 함께 집에가자는 전화겠거니하며
전화를 받았다. 저 넘어에서 병국이의 괴성소리가 들렸다.
"야 너 어디야? 주스병은 왜 쳐집어던져서 다 깨놓고 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어디갔어 시발놈아!"
정리하러 집에 가려고 신발장을 아무리 뒤져도 내 신발은 없었고
'혹시 맨발로 왔나?'싶어 내 발바닥을 살펴봐도 이상하리만치 깨끗했다.
결국 친구운동화를 신고 집에 도착해보니 친구는 깨진 유리를 치우며 투털대고 있었고
난 미안하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친구가 "몸이 허해서 그런가보다. 내일 뭐라도 사먹으러가자"라고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행거에는 걸려있던 옷가지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