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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실화) 고등학교 2학년, 내 첫여친을 추억함

키크자 |2011.08.07 14:55
조회 553 |추천 0


*과장은했으나 허위사실은 1%도 없음*

 

*글이 쓸데없이 길지만 읽어주길바람*

 

 

 

 

블록버스터, 호러, 스릴러, 느와르, 코미디, 멜로...

 

모든 장르가 공존하는 고등학교2학년 시절 내 첫 여친에대한 이야기다.

 

여느때와 같이 건강을 위해 수업도 마다하고 숙면을 취하던 나는

친구라는 이름의 꼴통 두명과 점심시간에 깼다.

원래 점심시간엔 4교시라는 긴 시간동안 주둥아리를 함구하고 있던

깝돌이들의 깝침이 폭발하기때문에 늦게 나가야 정신적으로 느긋하게 식사를 할수 있다.

"야 밥먹으러 가자"
"ㅇㅇ"

체육복을 너무 줄여 내 육덕진 종아리가 괴로워하는 6.5통 교복바지로 갈아입고 교실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포스트잇이 들려있는 손이 나를향해 있었다.

시력 0.1의 형식적인 눈알을 위로 굴려 손의 주인을 보았더니 왠 여자애가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만화에나 나오는 그 부끄러운 포즈로 말이다.

그러면서 "이거 받아!" 라고 하고 그 종이를

손에 쥐어주고 옆반인 자기네 반으로 뛰쳐들어갔다.

그 반에서 "줬어, 줬어?" "뭐래???" 라는

소리가 들렸던거 같다. 그리고 멍때리던 난 교실로 들어와서 아직 밍기적 거리는 느려터진

꼴통들한테 그 종이를 보여주었다. 애들은 말을 잃었다. 어떤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종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눈알을 굴릴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종이엔 " 친구하고싶어염 번호알려줘! >_<" 뭐 대충 이따구로 적혀있었던거 같다.

당장에 종이에 내 폰번을 적은후에

"어쩌지 이거 가져다 주면되는건가???;;;;"

라고 고민하던 그 당시의 나는 지금생각해보면 꽤 귀여웠다. 얼굴말고 행동말이다.

종이를 들고 4반 (당시 난 3반이었다)에 들어가자 여자애들이 환호를 했고 그 여자애로 보이는

가장 부끄러워 하던 아이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게왠걸,

진짜 매우 이뻤다.

모..몸매도 좋았다.

그리고 일단 졸라 이뻤다.

지금 생각해도 그애한테 번호따인게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울정도로 이뻤다.

화제의 주인공이 된 나는 22살인 지금까지도 그때가 인생에서 제일 설레였었고 리즈였다.

왜냐면 걔가 졸라이뻤으니깐

하지만 당시 쑥맥이던 나는 걔 얼굴을 한번 보고 다른 여자애한테 종이를 준다음 반을 서둘러 나왔다.

실망섞인 "아~"를 들으며 나왔지만 그날 먹은 점심이 쾌변으로 나올정도로 난 들떠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쉬는시간엔 그 아이와 복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설렘이 믹싱된 목소리로 떠드는게 일상이 되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레슬링장난을 함께 하던 친구들이 한심해 보였고,

일상과 철없는 청소년들에게 지쳐 삶의 목적, 선생이란 직업을 택한 과거의 자신에게 던지는 후회가

몸 컨디션에 영향을 미쳐 얼굴에 드러나는 선생님들이 불쌍해보였다.

난 이렇게 행복한데 저들은 왜이리 지쳐있나...이런 심리였던거 같다.

그러나 나에겐 아직도 그 아이에 대한 한가지 의문이 안닦은 똥처럼 남아있는데,

그것은 그리도 아리따운 여자애가 왜 하필 나를 좋아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참고로 내 아바타는 키 170에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face역시 나무에 달린 수많은 나뭇잎처럼

눈에띄지 않는다. (이 개같은 법칙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그녀는 날 좋아하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는데, 생각없던 고2의 나도

어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당시 난 특별활동으로 미술부에 있었는데(전공이 미술) 그아이도 같은 반이었던것이다.

난 미술학원도 다니던 때라

그저 특별활동 시간이 싫기만 했다. 그리고 거기서 선생님이 하는일이라곤 "저거 그려라"라고 하곤

지겹고 답답한 50분이 어서 지나길 바라는 표정으로 눈뜨고 자는게 다였다.

무슨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의 정든 아그립파를 스케치북에 현란하게 끄적대는 그 모습에

그 아이는 반했다고 했다.

처음엔 날 가지고 노는줄 알았다. 그정도로 내가 들은 말중에 가장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약간 4차원인 그 아이는 정말 진심 같았고 나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번호따인지 4일쯤 지났을까.. 난 결국 결심을 했다.

그녀에게 사귀자고 말하기로 말이다.

여느때처럼 점심시간이 왔고 난 일어날수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밥 먹었어?" 라고 운을 띄었다.

"아니 너랑 먹을라구"

"아 그러자 ㅋㅋ 근데 나 할말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시원하고 남자답게 "사귀자!!" 라고할걸 괜히 후회도 되지만

쭈뼛쭈뼛 거리는게 풋풋함의 묘미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 최초의 '사귀자'라는 필살기를

시끄럽고 미천한 빌어먹을 깝돌이들이 떠들어대는 복도에서 꺼낼 발상조차 할수 없었다.

그녀도 직감했는지 "..뭔데..?"하고 시침을 떼고 , 난 마치 귀여니 소설에나 나올법한 행동을 한다.

조용한곳을 찾기위해 그녀의 가녀린 팔을잡고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깝돌이들, 레즈비언, 빵셔틀, 일진.. 다양한 학우들이 마치 파도처럼 모여있는 복도가

내가 지나가자 모세가 갈라버린 그것처럼 기적이 일어났고

"헐" "쟤네사겨?" "뭐야뭐야???"등등 다양한 반응도 따라왔다.

그날만큼은 학교짱도 나의 질주를 피해갔다.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이 나곤하는데, 그럴때마다 부끄러워 이불속에 숨고싶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어렸고, 그녀도 어렸으며, 학우들또한 어렸다.

그건 당시엔 멋진 행동이었다. 그래, 그당시의 난 멋있었다.

이 글처럼 생각처럼 길어서 지루하던 복도가 끝이나고, 심화반 교실이 눈에 띄었다.

그시간엔 심화반은 비어있다. '저기다'라고 생각한 나는 공부로는 3년동안 들어가 보지도 못한

심화반에 입실,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찾아온 압박감 넘치는 극도의 어색함, 지금 회상할 뿐인데도 섬뜩하다.

당당히 복도를 가로지른 야성미넘치는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쑥맥인 나로 돌아왔다.

"......"
"......"

 

"......"
"......"

 

"야,,내가.. 생각 많이해봤는데..."
"....웅..."


"......"
"......"


"...우리 사귀자"
"....!!"

 

'사귀자'란 말을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이 말을 내뱉고나면 머리가 온통 하얘지고

식은땀이 생성된다. 난 딱 그표정으로 귀까지 빨개져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그녀는 "갺"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쫄래쫄래 커튼뒤로 숨었다. 참 만화같은 아이였다.

..얼마나 적막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커튼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말했다.

"...그래"

야호!!!!!!!!!!!!!야!!!드디어 나에게도 여친이 생긴것이다!

인생 최초의 여친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하는 여친이!!!

하늘은 핑크빗, 공기는 에메랄드빛, 부는 바람은 상쾌,청량함, 그녀의 교실엔 호기심,

여친없는 급우들은 미천함, 기타등등 여러 버프효과를 내게 선사한 여친!

그날부터 아침엔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그녀의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가 오면

심화반교실에 가서 애정담긴 말과 풋풋한 뽀뽀도하고, 야자가 끝나면

그녀네 집까지 걸어서 데려다 주고, 시험기간엔 같이 독서실도 가고..

그러나 이런 다이내믹하고 영화같은 이야기가 무색하게 그녀와 난 딱 한달만에 헤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차인거고, 차인 이유도 허무했고, 그후로 7개월동안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는 나지만

마음아파서 디테일하겐 설명하지 않는다. 어차피 1년후엔 같은반에서 친한 친구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풋풋한 나의 천 여친과 얽힌 기억들이다.

지금의 난 그때보다 200배정도 썪은거같다.

누구나 사회에 찌들면 썪어가지만

난 발효될줄 알았는데 그냥 썪었다. 그래서 지금 15개월동안 여친이 없나보다.

혹시 이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그애에게 한마디 하려한다.


뭐하고지내냐 난 아직도 우리가 왜 쌩깠는지 모르겠다 연락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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