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수화물 과다섭취,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 사람들의 첫 번째 사망원인은 심장병이다. 동맥경화로 인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심장병의 원인으로 기름진 음식을 꼽았다. 7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사람들은 평균 섭취에너지의 50% 이상을 지방에서 얻었다.
1977년 맥거번(McGovern) 미국 상원의원은 ‘영양문제 특별위원회 보고’를 통해 가공식품과 육류를 주로 먹는 미국인들의 식생활이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지방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심장학회는 정부와 함께 저지방 식단 캠페인을 벌였다. 식품가공업계도 발빠르게 ‘저지방’ 식품들을 쏟아냈다. 30여년 동안 미국사람들의 지방섭취는 총 섭취에너지의 35%로 크게 줄었다. 그런데 그동안 비만인구는 2배 이상 늘어났다. 왜 그랬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방을 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소하면서 입에 착 달라붙는 지방질 많은 음식에 이미 익숙해진 입맛은 그 대용식으로 쉽게 찾아먹을 수 있으면서 단 맛이 나는 단순당(설탕, 액상과당)과 정제탄수화물(흰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면종류), 전분류 탄수화물(감자 등)을 더 찾게 되었다. 특히 설탕과 액상과당이 듬뿍 들어간 단 음식은 현대인들을 빠르게 ‘설탕 중독’으로 몰아갔다.
시리얼은 값싸면서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상품이었다. 저지방에 곡류 식품이니 캠페인에 딱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설탕이 추가되어도 육류보다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은 포만감이 빨리 찾아온다. 따라서 많이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고탄수화물 음식은 고지방음식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면 섭취 칼로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뷔페에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불리 식사를 했을 때를 기억해보자. LA갈비나 새우요리는 도저히 입에 더 넣을 수 없지만 티라미슈 케익에는 손이 가지 않는가.
☞ 쾌감 중추를 자극하는 설탕
식품 공급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발빠르게 대처한다. 물론 이윤도 많이 남겨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식품을 공급한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고 따라서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없다.
하지만 음식을 가공해서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낸다면, 게다가 경쟁할만한 동일한 식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식품 가공업체 회사는 큰 이윤을 남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 원가가 몇 백원 밖에 들지 않는 밀가루와 액상과당을 가지고 2000천원 짜리 시리얼을 만드는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공 식품이 인기를 끌면 금방 비슷한 제품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식품을 정제 가공하는 이유는 보관과 유통기간을 가급적 길게 늘리기 위함이다. 여기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점점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고 식품 공급업체들은 단 맛으로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설탕이나 입 안에 들어오는 순간 체온에 의해 사르르 녹는 트랜스지방 함량을 조금씩 올려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해왔다. 이제 소비자들은 달지 않으면 찾지 않는다.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는 두유도 단 맛을 추가하지 않은 ‘플레인’ 두유는 슈퍼나 편의점에서 찾기 힘들다. 설탕이나 액상과당을 추가하여 단 맛을 내야 두유든, 요거트든 과일맛 우유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 정제탄수화물에 중독되어있는 현대인
소비자들의 관심은 맛에 있다. 설탕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식품첨가물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소비자들의 이런 속성을 간파한 식품가공업계는 조금씩 조금씩 단 맛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해왔다.
나는 현대인이 비만해진 원인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정제탄수화물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제탄수화물이란 정제가공기술로 탄수화물의 섬유질, 필수지방산 등을 깎아내고 칼로리만 내는 식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정제탄수화물이 설탕이고 설탕과 사촌지간인 액상과당도 여기에 해당한다. 정제가공한 흰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면도 여기에 속한다. 생각없이 마시는 음료에도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들어있다. 이미 탄수화물, 특히 설탕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겨냥해 식품가공업계에서는 포장만 그럴싸하게 바꿨을 뿐 단 맛을 포기하지 않았다. 요거트에도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첨가되어있고 요즘 웰빙식품으로 각광받는 두유에도 단 맛을 더 내기 위해 설탕이 추가되어 있다. 내가 즐겨 마시는 B제품에는 1회분량에 탄수화물 6g, 단백질 6g이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어느 때 부턴가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다른 두유 제품들을 보면 탄수화물 함량이 적게는 8g에서 많게는 20g 까지 함유되어 있다. 순수 두유제품이 아닌 것이다. 아이들이 즐겨 마시는 과일맛 우유에도 과일향을 내는 식품 첨가물에 설탕이 추가되어 있다. 콜라나 사이다만 피한다고 단순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이 생각없이 마시는 자판기 커피나 커피믹스에도 설탕이 들어있다.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하고 카페인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설탕을 먹는 거고 이미 설탕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설탕 커피를 찾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설탕범벅의 크리스피 도넛을 먹어 보았는가. 나이 든 사람들은 너무 달아 입에 대지 못하지만 이미 어렸을 때부터 이런 단 맛에 익숙해져온 젊은이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입으로 가져간다. 오늘부터 1주일동안 만이라도 설탕과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이 들어있는 식품을 먹지 말아보자. 1주일 동안 과자, 청량음료, 케익, 도넛, 아이스크림, 초컬릿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설탕 중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신 떡, 떡볶기, 라면, 스파게티, 자장면,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거나 밥량이 평소보다 늘었다면 탄수화물 중독일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