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얘기하려면 벌써 4개월하고도 몇일을 더 거슬러 올라가네. 그 때 내가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면 우린 서로가 서로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지냈겠지. 그러고 보면 이것도 참 대단한 인연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연락을 계속 주고 받다가 어느새 둘이서만 만나는 날이 많아졌지. 첫만남으로부터 거의 한 달 정도 뒤에 고백을 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결심의 젤 큰 이유는 니 천사같은 마음씨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얼굴도 몸매도 착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진심임..ㅠㅠ.. 그 때 니가 그랬잖아. 학교 집부생활 하는데 니가 쫌만 더 고생하면 다들 안 싸우고 잘 지낼 수 있다고. 그 말 들으니까 진짜 니 등에 날개 있는 거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 알고 보니 날개는 없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태어나서 고백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 즈음에 니를 만날 때면 진짜 심장이 너무 뛰더라. 어느 순간에 어떤 고백을 해줘야지 하고 머리는 생각하고 있는데 심장이 어찌나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그렇게 아쉬운 기회(?)를 2번이나 놓치고 니가 집부사무실에 남아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날이었지. 커피우유 두 개를 사 들고 집부사무실을 찾아갔잖아. 그 때 룸메 친구들이 오늘은 제발 성공하라면서, 또 가는 길에 만난 친구도 오늘 고백하러 가냐면서 응원을 해줬지. 지금 생각해봐도 니한테 고백하던 그 순간은 진짜 내 생애 몇 안되는 명장면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우리 주변을 흐르던 분위기, 그 때 그 편지를 내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썼던지 아직도 내용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 날 우리는 소위 말하는 '1일'이 되었지.
이제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서 만나니 뭔가 색다르더라. 더 떨리고 더 챙겨주고 싶고 더 잘보이고 싶고....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싶더라. 밥을 먹어도, 영화를 봐도, 그냥 학교 안을 걸어다녀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순간들이었지. 떨리고, 말 하나하나 조심해서 하고, 혹시나 실수는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더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을까. 남자가 여자를 사귀기로 결심했으면 정말 맘고생 안시키고 진심껏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진짜 남자다운 거라고 생각해서 니한테 잘해주려고 노력 많이 한 거 같다. 아침에 우유들고 기다리고, 도시락도 싸주고, 시험치는 강의실에 쪽지도 붙여놓고, 그리고 큰 건 아니지만 진심을 담은 편지들 까지. 작은 거에도 고마워 해주는 니한테 고마워서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여자친구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힘든 거 같다. 그렇게 우리가 사귄지 오늘이 벌써 99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 막걸리 동산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니 친구들도 만나고, 내 친구들도 보여주고, 장미축제도 가고, 광안리도 가고... 등등등. 만날 때 마다 비가 왔던 우리 징크스처럼 내일 100일에도 비가 오네. 모태솔로들이 질투해서 그런걸거야................. 그래도 최고의 순간을 만들자. 니랑 함께라면 태풍도 맞을 수 있겠다. 아 태풍은 힘들려나....... 강풍정도로 해둘게 ^^.
니가 좋아하는 '커피하우스팥빙수, 카메오코코, 체리콕, 바람과함께사라지다'를 내가 좋아해주고 이해해 줄 수는 없지만, 니가 주말마다 가는 알바, 매주 하는 집부회의, 간호과의 바쁜 스케쥴 등은 나도 함께 좋아해주고 이해해줄게. 간호과 여자의 남친은 진짜 힘들다더라. 맨날 공부하고 뼈이름 외우고 근육이름 외우고 실습나가면 바빠서 만나주지도 못하고...... 그래도 내가 이왕 니 남친하기로 한거 그까짓거 다 이해 해줄께. 근데 동아리 오빠 만나는건안돼^^ 죽는다진짜^^. 자꾸 미팅나가고 싶다고 내랑 너무 빨리 사귄거 같다고 진심에도 없는 장난 치는데, 미팅나가다가 함 글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만 안 놔둔다.
그 때 학교 축제 때, 타로쟁이가 내한테 그랬잖아. 군대가는 일을 계속 신경쓰면 오히려 그게 사랑의 장애물이 될 수가 있다고. 그니까 우리 군대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자. 앞으로 몇십년이나 더 볼 사인데 그 2년쯤이야ㅎㅎㅎㅎㅎ!!!! 내가 말했제. 남들이 뭐라하든 우리 서로는 깊이 있는 사이, 신뢰하는 사이 하자고. 군대 가면 어쩐다더니 저쩐다더니 말 많은데 우리만큼은 서로 믿자.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게 진짜 잔인할 수 도 있지만 2년동안 니 할거 다 하고 만날 사람 다 만나라, 내 몰래^^. 난 내가 제대하는 그 순간부터만이라도 니가 내 곁에 있어주면 그게 내겐 너무 행복한 일일 거야.
이별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하잖아. 근데 내 생각에 이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엔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다가 나중엔 그 일들이 당연해지고 더 큰것을 기대하고 그러다 보면 이별이 오는 거라고 생각해. 우린 진짜 지금처럼, 서로의 존재 만으로도 감사한 사이하자 계속.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감사하고, 내 앞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것에 기뻐하고, 함께 보내는 순간순간들에 감격스러워 하자. 내가 남들처럼 무릎을 꿇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줄 수는 없겠지만, 곁에서 무조건적인 니편 해 줄게. 공포영화를 아무렇지 않게 보면서 니를 안심시켜 줄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든든한 남자친구 해 줄게. 니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겠다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해 줄 수는 없겠지만, 니 눈가에만큼은 눈물 한방울 안 맺히게 해 줄게. 허풍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허세처럼 듣지만은 않아줬음 좋겠다.
변하지 않고 잘할게. 오래도록 설레자.
내가 첫 편지에 했던 말이지 아마.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말할게.
변하지 않고 잘할게. 오래도록 설레자. 그리고, 사랑해.
2011년 8월 8일
내일 100일인
하나뿐인 남친이
하나뿐인 여봉봉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