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강령술이란 것을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 보았다.
워낙 방대한 양의 체험기가 있어서 다 읽지는 못하였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개중에 몇 점을 골라 탐독해본 결과,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강령술에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거였다(강령술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강령술에 성공했다는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준비물이 있는가 하면, 시행 시간이나 여타 부가적인 요소들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었다. 가령 한 네티즌은 손톱을 넣지 않고 머리카락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체험기에 기술한 바 있고, 어떤 이는 인형 안에 자신의 피를 넣어 성공하였다고 써 놓았다.
여기서 우리가 착안해야 할 점은, 진정 강령술을 시전하기 이전에 중시 여겨야 하는 것은 작금의 허황된 시전기가 아니라 실제 영적 존재가 매개물로 삼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찾았고, 내가 원하는 내용과 유사한 텍스트들을 몇 개 찾아내었다.
그것들을 간추려 보자면 이렇다.
준비물
1. 인형 : 손, 발이 있는 인형
귀신을 담아두기 위한(빙의)매개물, 애증이 있는 인형일 경우는 피하십시오.
2. 쌀 : 인형을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
인형 배 속에 채울 물질,제사때 조상님을 강령하기 위한 것처럼, 령을 위한 재물이다.
이걸 먹고 인형의 매개물로 들어온 귀신은 힘이 생긴다고 한다.
3. 붉은실 : 나중에 봉합할때 피를 상징
혼을 속박하는 결계 역할을 한다.
인형을 묶기 위한 용도로서, 혼 활동의 범위를 집안으로만 제한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4. 인체의 잔여물 : 자신의 정보가 들어있다.
다시 말해서, 손톱, 머리카락,피, 살점 정도가 그에 속한다.
타인의 것을 이용하면 저주가 된다.
물론 자신의 것을 사용해도 일종의 자해저주가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인체의 잔여물은 그 해당 개개인의 정보가 들어있는 최고의 강령물이다.
물론 이 내용도 어디까지나 와전에 와전을 거듭한 신빙성 없는 자료다. 허나, 개중에 가장 논리정연한(상대적으로) 자료라 생각하여 들고온 것이다. 이렇듯 강령술을 위해 사용하는 재료들에는 제각기 뜻이 부여되어 있으며 영적 존재의 빙의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들이다.
아 말 조카 기네
아무튼 강령술은 어제인 7월 15일 밤11시부터 시작하여 새벽 1시 반에 끝을 맺었다(사실 시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북동간이니 뭐니 해서 자정을 넘으면 귀신의 시간이 도래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새벽 3시는 되어야 귀신이 활발해진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누구의 말을 믿을까 하다가 그냥 빨리 하고 자야지 하는 생각에 자정쪽을 선택했다)






선물 받은 중국산 쓰레기 곰이라 그런지 안에 털도 얼마 들어 있지 않았다. 대충 빼고 남는 털은 머리 쪽으로 밀어붙여 놓았는데 그 때문인지 곰의 머리가 터져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고 빨리빨리 진행했다.
대충 소금물을 한 잔 준비하고 조사한 자료와 같이 인형을 화장실에 넣고 강령술을 시작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이 큰 곰 인형이 갑자기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면 얼마나 섬짓할까 하는 생각에 닭살이 돋았지만, 와고인들에게 남자다움을 보여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작업했다. 융통성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자료의 원문에서 말한 것처럼 세숫대야에 물을 반쯤 채우고 곰돌이의 엉덩이만 담가 놓은 상태다.
영적 매개물로써 물이 어떠한 작용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충분하리라는 심산에서였다.
아무튼 오글거렸지만 곰돌이에게 '미미'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차례로 순서를 밟았다.
중간에 인형을 칼로 찌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 또한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인형의 꿰맨 부위를 조금 절단하고 그쳤다.
손발이 퇴갤하는 듯한 절차들을 마친 뒤, 소금물을 머금고 필자의 옷장에 들어가 숨었다. 물로 전자기기는 모두 전원을 꺼 놓은 상태였으며 유일하게 TV는 적정 볼륨으로 유지해 두었다(이 또한 조사한 자료에 있던 내용)
체험기에서처럼 TV볼륨이 갑자기 올라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지만, 난 아까도 말했듯이 강한 남자라서 그냥 꾹 참았다.
그렇게 옷장 속에서 몇 분간 가만히 있었는데..
솔직히 그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아날로그 시계라도 들고 들어갈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냥 대강 하다가 나와야지 하고 버텼다.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TV소리도 잘 안 들리고 가만히 쭈그려 있으니 별의별 잡소리가 다 들렸다. 개중에 발소리 비슷한 것도 종종 났지만, 거대한 곰 인형이 움직이는데 꼴랑 개미 새끼 기어가는 듯한 발소리가 들리겠느냐 하는 마음에 모른 체 두었다.
시간이 갈수록 난 조급해졌다. 너무 쪼그려 앉아 있었더니 유년기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실제로 술래잡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오줌보가 근질근질하기 시작하였고, 땀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입에 소금물도 머금고 있는데 그냥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인간의 원초적 고립 본능에 따른)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본래 강령술은 2시간 이상 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에는 1시간도 못 버틸 거 같았다.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가고만 싶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찜통더위 속에서 쪼그려 앉아 있느니 차라리 '미미'와 한 판 붙는 게 더 승산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십여 분을 더 참다가 결국 옷장에서 뛰쳐 나왔다. 집에는 별 이상이 없었고 곰 인형은 화장실에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엉덩이만 흠씬 젖은 채로 말이다. 텔레비전은 그냥 잘 돌아갔다. 난 머금던 소금물을 뱉고 티비 채널을 돌리고 서럽게 뒷정리를 하며 울었다.
결론
강령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몇몇 추종자들은 무당이나 점술사들의 말을 인용하여 강령술이 진짜라도 되는 듯이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이다.
애초에 무당이나 점술사들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고, 개중에 태반이 사기꾼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당이나 점술사들이 그런 해괴한 거짓말을 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콩고물이 떨어지니까 그런 근거 없는 속설을 퍼트리는데 일조하는 게 아니겠는가?
강령술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영적 존재에 대한 현실성 없는 믿음을 전파하여 대중을
선동하고, 우롱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강령술' 따위에 속아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 마음이 언짢다.
인간 본연의 두려움을 이용한 하찮은 상술에 녹아들지 말자.
p.s
솔직히 강령술 준비물이나 방법같은 거 웃기지 않냐?
단지 쌀 몇 톨과 손톱, 자신의 머리카락과 붉은 실만으로 인형에 귀신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해외의 영적 프로그램들을 보면 막 폐가에서 귀신 찾아보겠다고 장비 동원하고 주파 분석하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한국 와서 인형가지고 알아보면 되겠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