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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야기

정태종 |2011.08.18 23:16
조회 202 |추천 0

 

남자는 10대 중반에 들어서면 놀이터 또는 공터에서 생긴 땀냄새에 찌든 원래는 흰색이었는데 누렇게 된 지오다노 세장 만원짜리 흰티를 벗어 던져버리고 교복을 입는다 빠른놈들은 초딩이 되기전에 꼬치털이 나곤하지만 보통 남자는 교복을 입고부터 꼬치털이 나기 시작하지, 그 때 까지만해도

  "내가 설마 중학교 졸업을 하고 군대도 가고 그러겠어?" 

 꼬치털나고 사춘기오고 엄마한테 지랄하고 나름대로 자기만의 애틋한 순정도 마음속에 간직하고(대부분이 짝사랑으로 끝남 짝사랑이 아닌애들은 잘생긴새끼들 내가 그런새끼 아니라서 일단 제외) 몇 몇 정상적이지 못한 이상한(?) 방법으로 음주가무 자리를 몇 번 마련하고 어영부영 교실에서 디비자고 정신을 차려보면 여거 저기선 다른 젊은 친구들이 밀가루를 뿌리고있고 엄마가 사온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비지니스식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때 이 날이 바로 중학교 졸업식이란 것을 알게된다.

 이때정도되면 십대 초반에 "난 서울대 가겠지" 하던 목표는 "적어도 동건홍정도는 가겠지" 로 바뀌고 몇몇 포스넘치는 젊은이들은 신분증 위조 등 중학교때까지만해도 많지않았던 음주가무 횟수를 조낸늘리고 오도바이 땡기기등등 듣기만해도 무시무시한 행동들을 하는데 이때 포스가이를 동경하지만 아직은 포스가이의 서열에 오르지 못한 젊은이들은 착하게 반정도만 따라한다. 그 이외의 보통의 젊은이들은 만렙 혹은 카오스 본좌가 되기위해 등교-> 숙면-> 식사-> 숙면 -> 하교 -> 독서실에서 세시간동안 숙면 -> 그리고 독서실에서 나와 밤새 자신의 한계에 채찍질하며 게임에 매진한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만해도 게임을 하고 난 뒤에 "내가 이 게임을 해서 남는게 무엇일까..?" 하는 회의감같은것은 느끼지 못할때이니깐..

 육개월씩 지나갈수록 남자는 점점 자신을 알아간다. 동건홍이 국숭세단으로, 국숭세단이 광명상가로, 광명상가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권 까지 밀려나간.. 그래, 정확히 말하면 밀려나간게 아니라 걍 지금 자기수준을 알게됬을때.. 그 때는 이미 수능 세 달전이다. 중고등학교때 구석에서 찌질이같이 공부하고 문제집풀었던 삼식이가 갑자기 예순님부천님하는님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그 뒷자리에서 디비자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난 여태까지 뭘 해놓았던가? 라고 반성을 하기 시작하지만, 이 때 공부해봤자 뭐가되겠어 걍 다 때려치고 겜이나 하자! 라며 별수없이 자포자기를하고는 눈치보이니깐 독서실 다니는척하면서 열심히 만렙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수능을 보게된다.

 그래도 한국말이라 자신있다고 당당하게 소리쳤던 언어 일교시 비문학에서 개발리고 이교시 수리는 올삼찍고 디비자고 일어나서 엄마가 싸준 고깃국을 정말 맛있게 먹으며 "쒸팔.. 내가 이 밥값할만한 사람인가.." 라고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된다.. 죄책감이 똥꼬골짜기부터 스물스물올라오기 시작하고 나같은게 살 가치가 있을까? 썅 콱 뛰어내릴까! 라고 생각을 잠시 하지만 그것은 바보짓이라 생각하고 걍 접어둔다. 바로 삼교시 외국어, 듣기에서 조지고 걍 찍고 잔다. 사교시 사탐(나는 공고라 직탐을 봤다) 대충 직탐이나 사탐이나 아는거 찍고 자겠지..

 수능이 끝나면 점심시간에 느꼈던 자괴감과 죄책감따위는 언제 느꼈냐는듯 수능이라고 며칠간 눈치상 전화를 못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얘 수능도 끝났는데 한잔해야지(공부도 안한새끼가)" 라며 저녁에 모여 치킨에 맥주를 까며 아 이번 비문학 문제가 성기같았다느니 우리나라 교육이 이래서 문제라느니 자기도 어렸을땐 공부 잘했다느니 등등 자신이 십구년동안 준비한 수능시험에게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고는 술이 취해 잠이든다.

 학교에 안가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으니 학교에 가지않고 남자는 열심히 만렙을 까고 카오스를 하고 악동으로 스턴걸고 조낸조지고 포탈타고 안티사고 서든키고 줌하고 쏘고 줌하고쏘고 칼질하고 칼질하고 매부좋고 누이좋고 이지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열심히 적군들의 대가리를 조지고 있는데 학교에서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고 전화가왔다.

  "끄아캉카어마듀곰듀고ㅓ류아ㅗ퓸ㄷ고ㅑㅛㄷ모걈ㄱ"

 남자는 소리를 지른다 왜냐하면 이 성적으로 지잡대도 가기 힘들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남자가 전문대라도 나와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러다 농촌청년들처럼 베트남여자랑 결혼해서 평생 살아야하는거아냐..? 라는 평소에 생각치도 않았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뒤 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네이버 지식인으로 뚜들겨본다. 한 두시간 정도 뚜들기고 나면 이 성적으로는 이 전문대도 못갑니다! 답변에 대한 리플에 '나 여기 추합되서 걍감ㅡㅡ 젖밥임 아ㅡㅡ' 라는 리플과 추합때되면 애새끼들이 등록금 환불을하고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때문에 성적이 낮아도 걍 전문대는 들어갈수 있다고 하는 몇몇 답변들을 보고는 작은 안심을 한다. 그래. 지금은 유웨이가 네이버 검색 1위가 아니니깐 이때되서 생각하고 전문대 몇개 넣어야겠다라고 말하고 손톱 두번 물어뜯고는 다시 만렙에 전념한다.

 그렇게 유웨이가 검색어 1위가 되고 어영부영 네이버 지식인을 토대로 한 원서접수를 한다. 보통 전문대 여섯개정도 넣는다고들한다. 그리고 몇몇 젊은이들을 알바를 하거나 하지만 알바자리를 구하지못한 잉여젊은이들은 다시 만렙에 전념을 한다.

 발표날이 되었고 ARS로 물어본결과 여섯개의 원서 중 네 곳은 떨어졌다고 하고 한 곳은 대기번호 534번 한 곳은 372번이라고 나온다. 534번은 보통 네이버 지식인에서 400번까지는 빠진다고 했으니 포기고 372번은 작년에 380번대였던 학생도 붙었다하니 희망을 가지고 수시로 ARS를 확인하여 한번에 삼십번씩 빠지는 대기번호를 들으며 나도 대학을 갈 수 있어 라는 믿음을 가진다. 이 때도 만렙에 대한 열정은 놓지 않는다.

 어영부영 마감날짜전날 학교에 붙는다. 몇몇 친구들은 추합에 붙고 어영부영 등록금을 내고 전문대에 들어가게된다. 거의 입학하는 학생의 80%는 자신이 원하는 과는 아니고 어영부영 성적에 맞춰 넣거나 선착순으로 받는 과였기 때문에 거의 자신이 맘에들지않는 전공을 택하고 입학을 한다. 이 때까지만해도 군대이야기는 먼 곳 이야기이며 대학의 꽃인 음주가무에 매진한다.

 그렇게 지나다보면 한 달이 지나고 급우들과 학교 선배 여자애들과도 친해지고 그러다보면 소개소개소개소개 파워! 도 하고 여자친구도만들고 또 여친친구들이랑 술 또 죤내먹고 엠티도 아줌마가 알아볼만큼 죤내다니고 그렇게 꿈의 대학생활을 보낸다.

 시간은 "내가 설마 군대도 가고 중학교도 졸업하겠어?" 이소리 지껄일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반년이 지나있다. 자신에게 남은 것라고는 텅 빈 지갑과 고등학생때보다 훨씬 커진 간의 크기, 뱃살, 이제는 뽀뽀를 해도 그닥 설레는 맘이 사라진 여자친구. 그리고 신검을 받게되는데 묘한 기분이 든다. "정말 군대에 가게 되는 걸까? 난 불치병이 있어서 면제나오겠지," 병무청 입구를 들어갔다가 1급 통지서를 들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대방역으로 걸어갈 때 점점 현실을 가깝게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학기가 되고 술도 일학기때처럼 그렇게 먹지도 않고 걍 학교만 다니고 당구만 치고 다닌다. 어영부영 여자친구만나고 정말 그렇게 한 것도 없이 쫑파티를 하고 군대를 지원한다.

 그렇게 스물한살이된다. 날짜는 개념없이 빠르게 잡히고 군대까지는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기다려주겠지, 어느정도의 기대감을 갖지만 보통 십중팔구는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고들 하더라,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이 기대하지는 않아 정도로 생각하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한다. 군대 갔다와서 뭘 할 것 인가? 뭘 해서 먹고 살지? 일단 학교는 졸업할까? 학교 나와봤자 뭐해.. 적성에 맞는 것도 아니고.. 아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지, 그래 학교 나오면 뭐하지.. 지금 하는걸로 밥벌어먹고살것도 아닌데..

 카오스, 서든, 아이온온라인이 아닌 사회라는 생존경쟁의 게임에 살갖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겁이나기시작한다. 뭘 할까? 먹고 살아야할텐데, 순간 남자는 자신이 하고싶었던 것을 생각한다. 내가 뭘 하고 싶었지? 어렸을땐 하고싶은게 굉장히 많았었는데 말이야.. 또 이때쯤 되면 엄마가 한번쯤 자신에게 말한다. "넌 뭐하고싶니? .. 하고싶은거 해!" 라고..

 하고싶은게 뭐였지? 어렸을때 장래희망을 떠올린다. 경찰관, 대통령, 과학자.. 옘병 대통령 과학자는 말도 안되고.. 경찰.. 그래 제대하고 공무원시험이나볼까? 안정적이고 좋잖아.. 아니야.. 요즘은 순경도 경쟁률이 20~30 : 1 정도라고 들었어.. 떨어지면 어쩌지? 적성에 안맞으면 어떻게해? 난 그래도 내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 것 같았었단 말이야.. 그래 음악? 뭐 광고회사 취직할까? 예술? 그것을 하고싶었었나? 그래.. 그게 하고싶다.. 근데 그 하고싶은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갈고 닦아 놓았지..? 무엇을.. 갈고.. 닦아 놓았지..?

 자신은 그래도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 것 같았다. 라는 꿈이 처참하게 부서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고 남자는  꿈이라는 부서진 파편들을 주워담아 저편에 처박아두고 다른 생각에 몰두한다. 하지만 편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것같고 초봉이 연봉 2000정도 되는 직업은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을 하기위한 발돋움, 갈고 닦아 놓은 것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남자는 자괴감에 빠진다. 연필을 잡지 않고 마우스를 잡았던 자신이, 문제집을 보지않고 컴퓨터 모니터에만 집중해있던 자신이, 이십일년동안 해놓은게 하나도없었다. 그냥 생각없이 PC방에 처박혀있었고 학교에선 구석에 처박혀 잠만 자댔다. 점점 정신은 나태해져만갔고 뚜렷했었던 것 같았던 묙표들은 흐릿해져버려 보이지않게되었다. 그나마 보이는 목표, 즉 '꿈'들은 내가 만들어낸 나 라는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루기에 쉽지 않는, 즉 너무 높은 벽, 뛰어넘기엔 너무 힘든, 귀찮은, 노력을 해야하는 '꿈' 이였고 또한 그 뒤에 실패라는 사나운 눈을 가진 사내가 자신을 째려보고 있기 때문에 초면에 눈을 돌려버리고는 그 '꿈'을 깨부셔버렸다. 그리고 파편이 되어버린 '꿈' 이라는 조각들을 구석에 처박고는 다시 자신의 구미에 맞는 하고싶은 것 이라는 '꿈'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자신 머릿속에서 생각해내는 '꿈'들은 모두 자신이 뭔가 뛰어넘어야할 벽이 굉장히 높고 그 뒤에는 실패라는 남자가 자신을 계속 사납게 째려보는 '꿈' 들 뿐이었고 남자는 다시 그 '꿈'을 깨버리고는 파편을 구석으로 치워버린 뒤 다시 자신에 입맛에 좀더 맞는 '꿈' 을 찾는다. 그렇게 부시고 찾고 부시고 찾고, 계속 같은 자리만 계속 빙빙 돌게된다. 

 그렇게 생각만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입대날이다. 아까 위에있었던 생각들은 언제했었나 싶을정도로 지금 남자의 머릿속엔 자신에게 남은 1년 10개월간의 군생활로만 꽉 차있다. 여자친구는 자신에게 절대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겠다며 신신당부를 하지만 참인지 거짓인지 아리송하기만하다.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렸다. 부모님께 평소에 하지도 않는 인사가 낮설기만 하다. 빡빡밀은 까까머리를 긁적이고는 갈게요! 라고 말한다. 그렇게 남자는 입대를 한다.

 

 

 

 

ps. 군대가기전에 썼던 글이네요, 지금 전 상병입니다. 전에 누가 한번 여기에 올려보라길래 올려봅니다. 전역하고서 2편이 나올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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