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1-08-22]
‘인어공주의 새벽(mermaid dawn).’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본거지인 트리폴리 공격의 작전명이다. 작전명은 트리폴리가 청록색의 바다와 하얀색 건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지중해의 인어’로 불려진 데서 따온 이름이다.
다국적군의 지원을 받은 이 작전은 20일 시작됐다. 트리폴리 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미스라타에서 출발한 반정부군 선발대는 새벽 해상을 통해 트리폴리로 진입했다. 서쪽 육로로도 반정부군의 진입이 이루어졌다.
진격 채비를 마친 반정부군은 오전 4시를 기해 나토군의 공습 지원을 받으며 트리폴리에 입성했다.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다피군이 트리폴리를 비운 뒤였다. 반정부군과 함께 이날 해질녘 트리폴리 외곽인 잔주르 지구에 도착한 AP 기자는 “어떤 저항도 받지 않은 채 트리폴리 서쪽 교외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무혈입성에 다름 아니었다.
42년간의 철권통치가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반정부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하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트리폴리는 민주화 성공의 축제장으로 변했다. 거리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반정부군의 차량행렬을 쫓아다니며 환영했다. 반정부군은 약 100대의 차량을 나눠타고 입성했으며 공중으로 총을 발사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카다피가 대중연설 장소로 애용하던 녹색광장은 반정부군과 시민이 뒤엉켜 환호하는 장소가 됐다. 리비아의 녹색 국기가 내걸렸던 이곳엔 반정부군측 삼색 깃발이 나부꼈다. 반정부군과 시민들은 녹색광장에서 한데 어울려 손뼉을 치며 기뻐했고 일부 시민은 카다피의 사진과 리비아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는 오늘부터 이곳을 녹색광장이 아닌 순교자의 광장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리폴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카다피 은신처가 있는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 이곳은 카다피가 이끄는 정부군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반정부군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트리폴리 진격 하루 만에 도시 대부분을 장악한 반정부군은 22일 카다피 관저를 집중 공격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는 이날 오전 강력한 폭발음이 나는 등 격렬한 교전이 잇따랐다. AP는 “새벽에 알 아지지야에서 탱크가 몇대 나와 진입을 시도하던 반정부군을 공격했다”고 목격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AFP도 이날 오전 4시쯤 관저 단지 방향에서 중화기와 자동소총 발사음이 들렸고 약 30분 뒤에는 서방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릭소스 호텔 인근에서도 소총 발사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알 아지지야 요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 3월19일 이후 공습을 계속 받아 건물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다.
카다피 정권 2인자이던 차남과 3남도 반정부군에게 붙잡히면서 정권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반정부군은 트리폴리 진격 과정에서 카다피의 아들들을 체포했고 카다피의 형이 투항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사이프가 체포됐다는 기밀정보를 전달받았다”며 “(재판을 받기 위해) 그가 곧 헤이그에 도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안두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