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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김기덕이 묻고, 내 자신이 답하다

코파카바나 |2011.08.26 15:24
조회 8 |추천 0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드디어 국내에서 상영됐습니다.

지난 5회 CINDI 영화제 '서프라이즈' 부문에서 공개 돼 국내 관객들과 만났는데요,

단 2회 차 상영이 편성 돼있어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하지만 <아리랑>은 애초 국내 상영 및 개봉조차 불투명했던 작품이었던 탓에
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표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여도
상영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자리였습니다.

 

저도 어렵사리 표를 구해 영화를 봤는데요,
예상했던 대로 객석이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아리랑>을 극장에서 본다는 사실에 기대와 설렘 그리고

걱정 등의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더군요.

 

 

김기덕 감독은 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감독이었습니다.
해외 영화제에서 잇단 수상을 해도 국내에서는 혹평 일생의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영화 <아리랑>도 어김없이 그 궤를 따라왔죠.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자아의 아(我)와 이치의 리(理)의 의미가 담긴 제목입니다.
인생이라는 고개에서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듯이
인생을 관통하는 한 작가의 솔직한 고백을 담담히 담아낸 작품입니다.
더불어 현실에서 고통 받는 작가의 발악이기도 하죠.

 

 

 

이러한 <아리랑>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을 수상하며
김기덕 감독의 저력을 다시금 증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칸에서 공개될 당시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죠.


특히 당시 외신들은 경배에 가까운 극찬을 보내며 김기덕 감독을 다시 주목했는데요,
그 여파로 관객들은 새삼 김기덕의 <아리랑>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김기덕 감독은 또 다시 국내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가진 형식과 현실, 그리고 영화가 이야기 하려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혁명과도 같은 모습 때문이었는데요.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풀이’에 가까운 독백을 통해
한국 영화계를 ‘썩은 자본주의 도박판’으로 비유하며 쓴 소리를 했습니다.
지난 3년 간 자신이 왜 영화를 만들 수 없었는지에 대해 토로하며
자본주의로 얼룩진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인 패착을 비난했죠.


김기덕 감독은 언어적 메시지와 함께 행위로서 그 만의 극단적인 외침을 내뱉는데요.
이것이 사실인지 영화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관객들을 몰아 부치는 영화는
김기덕 감독 자신의 내면과도 같은 극단적인 행동들로 영화의 흐름을 파국으로 치닫게 합니다.

 

 

감독 스스로 제작, 연출, 배우, 촬영 등 1인 체재로 만든 <아리랑>은
캐논 5D Mark Ⅱ로 촬영 된 디지털 영화입니다.
셀프 카메라의 형식을 영화적 미학으로 끌어 올린 거장의 실험인 거죠.


김기덕 감독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접근까지 파격의 파격을 거듭하고 있는 <아리랑>은
지난 2008년 후 자취를 감춘 김기덕 감독의 최근 3년간의 삶을 훑습니다. 일각에서는 ‘폐인 설’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아리랑>을 세상에 내 놓고
‘나는 지금 무언가를 찍어야만 행복할 것 같다’며 그 같은 소문을 일축했습니다.


<아리랑>은 어느 한적한 오두막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오두막 안에 텐트를 치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에서 기거하고 있는 그의 삶은
속세로부터 벗어난, 자연 속의 일부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인간 김기덕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습니다.


사람들의 비난과 무성한 소문, 그의 영화에 대한 억측과 매도와는 달리
영화를 위해 ‘사는 것’뿐이었던 김기덕 감독의 모습은
현재 극장을 쥐락펴락 하는 영화 판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일깨우며 일침을 놓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아리랑>의 초점은 단순히 비판이 아닙니다.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 자신을 다그치고, 독촉하는 다큐멘터리이자,
김기덕의 독백 모노드라마인 셈이죠. 그래서 그는 영화의 시선을 한국 영화계가

아닌 자신에게 맞추고, 깊게 들여다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스스로 답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영화 인생을 술회합니다.


이를테면, “김기덕, 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는 식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거죠.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은 행위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도 날아와 꽂힙니다.
단순히 어떠한 대상을 비판하는 영화가 아닌, 관객들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 보도록 만드는 영화인 것이죠.

 


 
<악어>로 데뷔한 후 <비몽>까지 15 편의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해 온 그는 굴곡진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며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영화란 감독이 자신의 시선으로 본 삶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 정의 내리죠.


감독이 자신의 관점에 비친 세상의 이치를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김기덕 감독의 질문과 정의는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리랑>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끊임없는 의문들에 그의 논리를 대입해보며
정의를 찾아가는 경험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죠.

 

 

한편 그는 인생을 ‘외로움’으로 압축해서 표현합니다.
‘사람이 오면, 가는 거다. 누군가 나를 존경해서 오더라도, 경멸해서 갈 수도

있다’며 자신의 인생은 외로움으로 점철 돼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또 그의 영화 속에 반영된 극단적인 표현 기법에 대한 언급하는데요.
‘인생은 가학과 피학, 그리고 자학이다’는 그의 말은 그의 영화 세계뿐만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무엇이었는지 말해주죠.
그 역시도 관객처럼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 보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예술을 대할 때 그것을 가늠하는 정해진 기준과 틀을 찾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관객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든 우리는 예술을 대할 때마다 일종의 체험을 합니다.
작품의 행위나 모습 속에 자신의 내면을 대입시켜 보는 체험이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할 결과가 아닌, 작품을 통한 체험이라는 순간을

얻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예술이 바라는 고지이자 관객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에 대해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입니다.


<아리랑>은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예술이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정점의

순간을 체험시켜준다는 사실이죠. 그의 영화를 통해 작품으로 세상과 자신의 내면을 체험하는

순간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 순간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가는 개인이 판단해야 할 몫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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