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리뷰] 대한민국 최초 법정 스릴러 ‘의뢰인’
최초를 무색케 만드는 진부함
의뢰인■ 의뢰인 (감독: 손영성/ 주연: 하정우, 박희순, 장혁)
- “변호사님, 저 믿어요?”
결혼기념 3주년이 되는 날, 한철민(장혁)은 출장을 하루 앞당겨 끝내고 새벽에 집으로 향한다. 차에서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 내리지만, 아파트 주변에는 경찰들과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경찰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가 흥건한 안방의 침대가 시야로 들어온 순간 경찰들이 그를 에워싸고 수갑을 손에 채운다. 아내가 살해되고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 “잘못하면 검찰 전체가 우스워질 수 있어. 내 말 뜻 알았지?”
시체가 사라진 아내, 유력한 용의자 남편. 물적 증거는 전혀 없고 정황 증거만 남은 사건을 강성희(하정우) 변호사가 맡게 된다. 그도 남편인 한철민을 용의자로 생각하고 우발적 범행과 자백을 통한 정상참작으로 형량을 줄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뛰어들지만, 검찰 측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담당 검사는 강성희 변호사의 동기 안민호(박희순).
- “이런 사건을 누가 맡아? 국선이 딱이야.”
헐리웃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법정 스릴러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그래서 최초를 표방하고 나섰으나 발단 이외에는 참신함을 찾아볼 수 없다. 접근은 좋았지만 포맷의 진부함에 눌려 피어오르질 못한다. 더욱이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얼마 전에 같은 포맷을 가지고 있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한발 앞서 개봉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더 일찍 개봉을 했다 하더라도 진부함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 “그냥 이 사건 하지마라.”
물론 최초라고 하기에도 어색하다. ‘인디안 썸머’가 있었고, 더 이전에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가 있었다. 단지 앞선 영화들은 좀 더 드라마 쪽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오직 스릴러를 위한 법정 안에서 펼쳐지는 피고인, 변호사, 검사의 심리싸움은 ‘의뢰인’이 최초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헐리웃 법정 스릴러물을 서너 번쯤 보아왔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로 인해 쉽게 감정이 휘둘릴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프라이멀 피어’를 접해본 관객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 “내가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그런데 당신은 나를 믿지 않고 있잖아.”
‘프라이멀 피어’는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무명 배우를 단박에 스타로 만들었다. 애초에 에드워드 노튼이 맡을 역할을 최고의 스타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캐스팅 시도를 했으나 거절을 당했고, 주연 배우인 리차드 기어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급작스런 오디션으로 에드워드 노튼을 발굴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영화를 보고난 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 역을 맡아서 더 잘해냈으리란 확신을 할 수 없다. 에드워드 노튼이 보여준 연기에 강한 아우라가 심어져있음을 누구나 인정했기 때문이다.
- “강변호사 변호인 자격으로 찾아왔네.”
‘의뢰인’이 최초의 법정 스릴러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강력한 아우라가 필요했다. 하지만, 심리대결, 반전, 결말, 연기 어느 하나 아우라를 가지지 못하고 밋밋하게 흘러들어간다. 충격을 주려면 몰래 뒤통수를 후려쳐야 하는데, 뻔히 뒤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선을 끈 뒤 뒤통수를 건드리는 것에 그친다. 그래서 도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충격은 뜀틀 위에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엉성해진 훈훈한 마무리는 제대로 가하지도 못한 충격에 에어백을 제공해주는 친절함까지 선보인다.
- “뭐라구요? 쉽게 말해주십시오.”
그래도 중간 중간 잠소(潛笑)할 수 있는 장면들로 오락성을 유지하며, 이곳저곳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다. 진부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법정 스릴러물 초보 관람객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듯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별점]
작품 - ★★★ (6/10)
배우 - ★★★☆ (7/10)
오락 - ★★★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