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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가라앉습니다!

꽃님이 |2011.10.03 19:26
조회 13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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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로 용 달래기
 

가야진사(伽倻津祠) 안의 제상 위에 익히지 않은 제물과 삼용신(三龍神)을 의미하는 3개의 잔이 놓여 있다. 용신제를 올리는 중이다. 부정을 쫓고, 길을 다지고 칙사(勅使)를 모셔와 제례를 마친다. 강변에서 달집 같은 송막을 태우고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외친다.

“용소로 갑시다!”

뱃머리에 돼지를 태운 배가 낙동강의 가운데, 용소에 도착한다. 칙사가 두 번 절하고 고한다. 돼지가 강물에 던져진다.

“침하돈(沈下豚)! 침하돈! 침하돈!”
그렇게 세 번,‘돼지가 가라앉는다’는 소리가 끝나면 모든 사람들이 “비 온다”하며 소리치고 악사들이 신나게 풍물을 울린다.


                 " 살아있는 돼지를 제물로 풍덩.
        바로 이곳이 용소풀이가 행해지는 낙동강변이다.
          지금까지 몇 마리의 돼지가 이곳에 빠졌을까? "                                         ... 
                        

                                                            


땅의 기운이 모이는 가야진사의 터
 

가야진사는 낙동강 중류의 별칭인 황산강(黃山江) 상류 쪽에 자리 잡은 마을,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에 있다. 신라 눌지왕 때 신라가 강을 건너 가야를 정벌하기 위해 배를 대고 왕래하던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일명 옥지주(玉池州)라고도 불리었던 그곳에 터를 잡고 앉아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가야진사가 자리한 터는 뒤쪽의 천태산(天台山)과 강 건너의 용산(龍山)을 잇는 중간 지점으로, 소위 땅의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이곳은 지금의 한강과 금강, 포항의 곡천강 등과 함께 신라가 국가의 주요 강에 제사하였던 사독(四瀆)의 하나로,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나라에서 칙사(勅使)를 보내 국가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전한다. 그리고 그 전통이 고려를 거쳐 조선에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무려 1,300여 년 동안이나 국가적 제사를 받들어온 곳이다.

그렇게 구한말까지 꾸준히 이어오던 제사는 일제의 탄압으로 가야진사가 폐쇄되면서 그 전통이 금지되는 수난을 겪는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에도 원동 사람들은 근처 천태산(天台山) 속에 사당을 모시고 보리나 쌀을 거두어 한밤중에 몰래 제사를 지내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앞면 1칸, 옆면 1칸으로 ‘사람인(人)’자 모양과 비슷한 맞배지붕을 올린, 크지 않은 목조건축물인 가야진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때는 조선 태종 6년(1406)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제상과 그 위에 황룡 하나와 청룡 둘을 그려 놓은 그림이 걸려 있다.

가야진사 전설 따라 이야기 따라
 

이곳 가야진사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관직 이름으로 보아 조선시대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의 이야기는 신라가 가야를 정벌하기 위해 이 일대를 전초기지로 삼을 때부터 전해오는, 아주 오래된 전설로 알려져 있다.

 

옛날, 그러니까 양산 고을을 옥당이라 부를 때의 이야기다.

양산군수의 명을 받은 조 사령(使令)은 정해진 일시 내에 경상감사에게 문서를 전하려는 사명으로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어느덧 원동 용당리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나루터 주막거리에서 쉬어 갈 수 있겠지.’

조 사령은 조금은 지쳐 이마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더욱 발걸음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때였는데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조 사령은 천천히 걸음을 늦추었다. 그리고 몹시 피곤에 지친 척하면서 발을 멈추었다. 분명 누군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마에 땀을 닦는 척하면서 갑자기 휙 하고 뒤를 돌아본 조 사령의 눈에 푸른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보였다. 해가 저물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림새나 걸음걸이로 보아 멀리 자신의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사람은 여인네가 분명했다.

‘배가 고파서 괜한 기분이 든 거겠지. 설마, 저렇게 연약한 여인이 나를 해코지하겠나….’

게다가 용당리는 나루터가 있어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곳이 아니었던가. 조 사령은 잠시나마 괜한 걱정을 했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전설 속의 용과 조 사령의 넋을 달래기 위해 지금도 이곳 주민들은 가야진사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스산한 저녁, 주막에서 생긴 일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조 사령은 주막거리에 들어섰다. 그런데 조 사령의 생각과는 달리 거리가 썰렁했다. 이때쯤이면 나루터를 오가는 장사치들, 나루를 오가는 군졸들로 인해 시끌벅적해야 하는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들렀던 주막에 들어섰지만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었다.

‘참, 별일일세. 이 주막에 이렇게 오가는 사람 하나 없다니.’

조 사령은 잠시 의아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주모를 불렀다.

“어이, 주모!”

주모가 황급한 걸음으로 부엌에서 뛰어나왔다.

“아이고, 이거 조 사령님 아니시오?”

“오늘 하루 좀 묵어가세.”

“그런데….”

주모는 여느 때와는 달리 활기가 없어 보였다. 무슨 큰 근심이라도 있는 낯빛이었다. 조 사령은 혹시나 해서 주모에게 물었다.

“왜? 내가 묵을 방이 없는가?”

“아…. 아닙니다. 저쪽 방으로 드시지요. 제가 저녁상을 보아 올리겠습니다.”

조 사령이 방에 들어 간단한 여장을 풀고 나서 몸을 뉘고 있은 얼마 후, 주모가 저녁상을 들고 들어왔다. 여전히 근심에 찬 얼굴이었다.

“아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조 사령이 저녁상을 받으며 묻자, 주모는 일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그게…. 조 사령님이니까 말씀을 드리지요. 사실은….”

주모는 어렵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며칠 사이 이곳에서 묵어가는 남정네들이 무엇인가에 크게 놀라,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서 정신을 잃는가하면, 방 안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는 이야기였다.

“깨어난 남정네들이 커다란 이무기를 봤다고도 하고, 퍼런 용을 봤다고도 하고….”

하루에 한 명씩 남정네들이 혼비백산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였지만, 주모의 얼굴을 보아 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주막거리가 휑한 거였나?’


       " 정성 들여 용신제를 지낸 덕분일까?
           유난히 맑고 푸른빛이 인상적인
                가야진사의 하늘이다. "

     


흐느끼는 여인의 정체
 

조 사령이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자리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웬 여인의 소리가 들렸다. 이런 주막에 여인이 혼자 묵을 방을 찾는다는 것이 드문 일인지라 조 사령은 몸을 일으켜 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옆방으로 들어가는 여인은 다름 아닌 조금 전에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푸른 옷의 그 여인이 아닌가.

‘참으로 기이한 날이다.’

주모의 이야기도 그렇고, 옆방에 든 여인도 그랬다. 조 사령은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그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조 사령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흐느끼는 여인의 울음소리가 분명했다. 조 사령은 애써 외면하고 다시 눈을 감았지만 여인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처량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걸까?’

조 사령은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이 일었지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불이 꺼진 옆방에서는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터져 나왔다. 조 사령이 용기를 내어 여인을 불렀다.

“에흠! 저기, 실례하오만…. 무슨 일이시온지?”

잠시 후 방문이 삐이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런데 아뿔싸. 당연히 방 안에 있어야 할 여인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조 사령은 까무라칠 듯 놀라고 말았다. 몸이 벌벌 떨리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두 다리가 땅에 들러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아아… 이젠 죽었구나….’

 

이무기의 미션, 청룡을 제거하라
 

조 사령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눈을 질끈 감았을 때, 구렁이 형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통해 들리는 말이었으나, 머릿속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내 이야기 좀 들어주시게!”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데다 차마 무서워 눈을 뜰 수도 없는 조 사령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제야 이무기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간 사정을 조 사령에게 풀어놓았다.

자신은 황천강 용소에 사는 황룡의 아내로 이제 때가 되어 이무기의 태를 벗고 용이 되어 승천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여의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남편, 황룡에게는 첩(妾)인 청룡이 하나 있다. 그 첩의 꾐에 빠진 황룡이 자신에게 주어야 할 여의주를 첩에게 주고 둘이 함께 승천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내일 그 첩룡을 좀 죽여주시게.”

구슬프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이무기가 갑자기 조 사령에게 명령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에엣?”

조 사령은 너무 놀라서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어떻게 보잘것없는 인간이 용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권세도 없는 일개 사령이 무슨 힘으로 용을 제압한단 말인가. 조 사령은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용을 죽일 만한 힘이 없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무기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일 정오에 황룡과 첩룡이 용소 위로 솟구쳐 올라올 테니 그때 첩룡을 죽여라!”

그러면서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면 복이 따를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무서운 여운을 남긴 전설의 결말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조 사령이 한숨도 자지 못하는 사이 날이 밝아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다가 조 사령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일단 배를 저어 용소로 나갔다. 그러고는 강기슭에 배를 숨기고 칼을 빼든 채 몸을 숨겼다. 정오가 되자 이무기의 말처럼 갑자기 강물이 끓어오르면서 황룡과 청룡이 불쑥 솟아올라 서로 싸우듯이 엉키기 시작했다. 잔뜩 겁에 질린 조 사령은 어찌할 줄 모르고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이무기의 소리가 들려 왔다.

“뭘 하는 거냐? 어서 죽여라!”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조 사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앞뒤도 가릴 새 없이 칼을 들어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커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용 하나가 허공에서 떨어지더니 강물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

조 사령이 오뉴월 서리를 맞은 듯 덜덜 떨고만 있을 때, 어제 만난 이무기가 청룡이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놈! 네가 죽인 것은 첩룡이 아니라, 내 남편 황룡이다!”

이무기였다가 청룡이 된 본처 용이 원망의 말을 쏟아내고는 물 위로 한 번 솟구쳐 오르더니 조 사령을 끌고 물속 용궁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후, 어디에서도 용들과 조 사령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이 마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이 그치지 않았다. 용이 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용소가 보이는 곳에 가야진사를 짓고 용들과 조 사령의 넋을 달랬다. 용신제를 지냄으로써 마을의 재앙을 막아내고자 한 것이다. 그때부터 매년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희생(犧牲)을 용소에 바치며 제사를 지냈으니 그것이 바로 가야진용신제(伽倻津龍神祭)다.

지금은 비록 국가적 제의는 아니어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독특한 제례 양식으로 가야진용신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드문,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여 현재까지 맥을 잇고 있는 축제로 다시 살아나 우리 민속의 중요한 의의를 일깨우고 있다.

낙동강은 오늘도 유유히 흐른다.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가야진사 앞에 서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야진용신제의 길 닦기 소리, 그것은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다.

 

용당 마을 장정들아, 가야진사 역사 가세.

길을 닦자 길을 닦자, 가야진사 길을 닦자.

곡괭이로 땅을 파고, 나무 가래 땅 고르고

망깨로써 다져보세, 천년만년 다하도록….



<주변관광지>

* 가야진사 055-392-2114
* 청선산 055-392-2931
* 배내골 055-392-2114
* 임경대 055-392-2564
* 통도사 055-382-7182
* 홍룡사 055-375-4177
 

                                                                                                            * 글, 사진제공 : 「강,이야기를 품다_낙동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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