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
사랑이 깨어지는 방식은 이래. 남자와 여자가 첫눈에 반한다.
대개는 남자가 먼저지. 그러다가 여자가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
사랑이 익숙해질수록 여자는 사랑을 조금씩 더 많이 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남자는 슬슬 여자가 지겨워지고 새로운 사람에 흥미를 느낀다.
여자는 더 집착하고 그럴수록 남자는 더 떠나고 싶어하고, 그럴수록 여자는 더 집착한다.
그리고 끝.
속편은 이거야. 여자는 친구를 붙들고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지.
마지막은 긴 눈물과 중무장한 분노, 그리고 냉소지.
하지만 어느 날인가 또다시 여자를 흥미 있게 생각하는 남자의 구애를 받게 되고 이렇게 끝도 없이 다시 시작되는 거야.
#
교토 대나무숲을 산책하다가 그가 내게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다.
눈을 떴을때 진초록 대나무숲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때문에 나는 잠깐 아찔했었다. 그때도 준고는 물었었다.
괜찮아?
안괜찮아. 그렇게 오래 하는 법이 어딨어? 입술이 좀 아파.
내가 타박을 주자 준고는 미안, 하더니 어디 입술 다쳤나 보자, 하며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오래오래 내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 우리가 칠 년 후 이렇게 어이없이 이렇게 슬픈 눈빛으로 서로를 찾아와서,
다시는 떨어지지 않고 싶어하던 그 입술로 서로를 상처 입히고 상처 입으며 이렇게 마주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것도 내색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추억이 날뛰는 날,
마음은 여기저기 피를 흘리는 것만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