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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장정훈 |2011.10.07 17:17
조회 3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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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놀 때,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던 시간이 꽤나 길었어.
그 때 도서관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괜히 이것저것 들쑤셔봤던 책들이
저널리스트들에 관한 책이었지.
기자가 되고 싶었거든.
또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어.

모든 일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있어.
그리고 그 책임을 온전히 느끼고, 짊어지고 있어야,
그 일을 완벽하게 프로같이 해낼 수 있어.
요즘에 드는 생각은 말야.
프로페셔널의 기본 조건이란,
실력이나 자신감보다,
책임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

그래 맞아. 그 때 난 책임감따윈 없었어.
그냥 가오있어 보였다구.
기자라는 직함이, 펜대를 굴리는 모습이.

근데 이 영화. 그 가오를 완벽하게 무너뜨려 주셨어. 
영화 개연성? 전혀 없어.
한국 최초의 음모론 영화? 그닥이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진부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이것도 그저 그래.
게다가 난 황정민의 찡얼찡얼대는 말투가 싫어.
좋을 때도 있지만 말야, 이런 영화에선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근데 말야. 이 영화는 말야.
이렇게 거지같이 만들어졌음에도,
뭔가를 느끼게 해주더라니까.
그건 바로, '기자'라는 일, 또는 직함, 또는 업무의
책임감이었어.
요즘에 기자라는 것, 언론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권력이라는 말과 같아.
하지만 말야, 언론이라는 건.
'진실'이어야 해.
사회가 무너지고 썩어가더라도,
그 사회를 지탱해줄 수 있는 '진실의 지표'가 되어야 한단 말야.
그리고 그 지표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대통령도 아니고 회장님도 아닌,
기자님들이야.
쉬운말로, 목숨 걸고 일해야된다는 거야.
목숨 걸고 기사 쓰고, 목숨 걸고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거지.
그게, 바로 기자라는 사람들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 영화, 아주 그 책임감을 육중하게 전해줘.
영화적 재미나, 스토리 개연성이나, 뭐 하나
다 빠지는 막되먹은 영화임에도,
느낌을 육중하게 전달해준단 말야.
그래서 기가 질리게 만들더라구.

그래 맞아.
난 글쓰는 일은 좋아하지만,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쓰고 싶진 않아.
영화속 주인공들은 음모를 밝혀내지만,
이 영화는 내 속마음을 밝혀내주더라구.
부끄럽지만, 그게 진실이더라구.

어쨌든 말야,
그 책임감이라는 것.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
뭘로 해먹고 살든 말야,
내가 하는 일에서 그 책임감을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어.
너무 생각없이 일을 다니는건,
아니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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