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성추행 기억...언제쯤에나 잊혀지나요

DY |2011.10.12 18:43
조회 1,224 |추천 0

 

스물 두 살의 여대생입니다..

전 아주 어린 시절에 동급생이었던 남자애들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좀 나이에 비해서 어리숙했다고 해야하나 순진?

말하자면 맹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땐 뭐가 뭔지도 몰랐고...

제 몸을 만지는 데도 잘못된 거라는 것도 못 느끼고 화도 못내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진짜 바보같았네요...ㅋㅋ 크면서는 똑부러졌단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던건지 지금도 이해가 안됩니다. 왜 '하지마'라는 말 한 마디를 못해봤는지..

 

 

 

그 당시 어떻게 해서 엄마가 알게 되셨구, 그래서 그 애들 부모님과 대판 난리가 났어요

어릴 땐 좀 유복했던지라 사립 초등학교 다녔는데 그쪽 부모님들은 참 대단하셨더라구요...

학벌에 직업에 아무튼 소위 상류층?이었는데 어쩜그리 몰상식했는지

어린 애들 끼리 장난친 걸로 몰아가고, 자기 자식 감싸면서 뻔뻔하기 그지 없는데다

피해자, 가해자 모두 너무 어려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됬어요.

 

참 생각하니 그 새끼들도 그 어렸을 때 어떻게 그렇게 까졌었는지...

 

 

 

그 후에 저는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전학을 갔구요

그런데  그 시절에는 상처인줄도 몰랐던 일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떠오르더군요

 

아 그 때 내가 그런 일을 당했었지...하면서 너무너무 슬프고 억울하고 그 애들을 죽이고 싶어요

 

잘 잊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나면 그날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펑펑 울면서 잤구요

한창 예민했던 사춘기 때는 매일 그 짓을 당하는 악몽을 꾸고, 한밤중에 펑펑 울면서 깨고...

 

 

 

 

누구라도 그냥 이런 심정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데

어디 맘놓고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저희 부모님, 저 외동딸이라고 정말정말 사랑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이사한 뒤로 두분 다 그 얘기는 꺼내지도 않으셨고 차츰 잊으시는 듯 했어요

 

(사실 부모님은 성추행 정도에 대해 잘 모르세요. 외동딸 일이라 마구 흥분하며 화 내시긴 했지만

정말은 그냥 장난이 심했던 정도로만 알고 계셨어요.. 제가 제대로 말을 못한거죠

부모님은 저도 그냥 잊고 사는 줄 아실거에요. 한번도 그 얘기를 꺼낸 적이 없고,

겉보기엔 아무 문제없이 크는 걸로 보였을 테니까요)

 

저희 부모님, 저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분들인데

저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는 거 아시면 속상해하실 거 같구 얼굴보기 힘들어질거 같고..

 

 

친구들한테는 더더욱 못 말하겠어요

 

불쌍한 시선으로 보거나 불편해지면 어떡해요?...어렸을 때 저 당하는 거 보고

다른 여자애들이 쉬쉬하면서 피했던 기억이 있어서 말하기 두려워요...

 

내가 내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날 멀리할까 두렵고, 그냥 밝고 예쁜 애로만 봐줬으면 좋겠고..

 

 

 

 

 

 

근데 성장기 내내 정말 절 힘들게 했던 건 제가 겪었던 일을 알게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성추행, 또는 성폭행 당했던 여자는 수건같나요?

전 정말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요. 피해자는 전데 왜 제가 욕먹고 이상한 시선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중,고교를 진학하면서 어렸을 때 있었던 일들이 또래 남자애들에게 알려졌어요

그리 멀지 않은 지역으로 전학한 탓인지, 메신저를 통해서 전교 단위로 떠벌려졌던 거죠.

 

그런데 참 웃기게 그 후로 저는 항상 등뒤에서 수군거림을 들어야했어요

여자애들한테까지는 절대 오지 않는 남자애들의 뒷담화 아시죠?

 

그렇게 만날 씹히는 주제거리였는데 .그런 애길 여자애들과 함께 얘기하지는 않지만

당사자인 저는 당연히 알죠...ㅋ 지나가면 이상하게 보는거 빤히 느껴지는데..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애한테 수건라는 말을 들은 일이네요.

 

학기 초엔 내가 얌전하고 깨끗해 보여서 좋다고 하던 애가..

소문이 돌고나선 노골적으론 비웃고, 놀려먹더군요

 

복도에서 친구랑 얘기하다가 제가 지나가니까 그러더라구요. 들으라는 듯이.

너 쟤 좋아하지 않았어?

아 됐어. 수건같아.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어요.

 

뒤돌아서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다리만 떨떨 떨리고 도저히 입이 안 떨어졌어요

교실로 돌아와서 혼자 책상에 엎드려 울었는데 영문 모르는 친구들은 당황하고....

 

 

그런 과거 있는 여자는 더러운 가요? 수건같아요?

제가 몸을 막 굴린 것도 아니고, 정말 어려서, 너무 어려서 뭣도 모르고 괴롭힘을 당했을 뿐인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벌써 5년은 된 일인데도 아직도 그 목소리가 생생하고, 너무 끔찍합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니까 남자가 무서워지더라구요

전 아직도 또래 남자들이 많으면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22년 살아오면서 남자친구는 커녕 그냥 친구인 남자도 없어요.

대학가 주변 버스는 남학생들이 많아서 못타겠고, 완전 대인기피증같아요.

 

도저히 공학은 못다닐거 같아서 대학도 여대로 진학했습니다.

물론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라 대학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 흔한 미팅 한번도 못했어요. 소개팅도 다 거절하고

친구들한테는 그냥 누구 만날 생각이 없다고만 했고 진짜 사정은 다들 모릅니다..

 

 

 

 

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요

그깟 성추행 가지고 이러는 제가 이상한 여잔가요?

 

저도 좀 쿨하게 잊고 남자친구도 만나서 재밌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막상 또래 남자애들 앞에서는 얼굴도 굳고, 말도 못하고...

그러니까 다들 답답해하고...

 

속상한 마음에 이 얘기 저 얘기 다 해봤는데...언제 이렇게 길어졌는지...

나약한 맘 접어버리고 굳건해졌으면 좋겠네요 정말..

우울한 이야기 두서없이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