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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여왕’ 연수영 」8여자 영웅의 비극적인 죽음 ⑷

개마기사단 |2011.10.15 22:34
조회 117 |추천 0

● 연수영에 대한 소환 명령

 

그런데 일이란 참으로 묘하게도 엉뚱한 데서 터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연정토 암살미수(暗殺未遂)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653년 8월 10일의 일이었다.

 

연정토가 워낙 음흉한 인물인지라 평소에 자신의 신변 경호에는 대비가 철저했다. 정토는 극소수의 심복과 동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이 많으니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어디를 가든 혼자 다니지 않았다. 1천명의 친위병을 거느린 대막리지 연개소문에 못지않게 수백명의 사병(使兵)을 거느리고 신변 경호를 철저히 했다. 연정토는 천성이 인색하고 비루한 인물이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재물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무술이 뛰어난 무사와 용력이 빼어난 장사들을 높은 보수를 주고 불러 모았고, 출타할 때마다 이들 사병 수십명의 경호를 받았다.

 

연정토는 그날 이른 아침에 입궁하려고 금수산 중턱 저택의 대문을 나서서 수레에 오르는 순간 살수(殺手)들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난데없이 화살 서너 대가 번개처럼 날아와 그 중 한 대가 연정토의 얼굴에 박혔던 것이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연정토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화살이 묘하게도 그의 왼쪽 뺨을 둟고 입안으로 들어갔다가 오른쪽 뺨을 뚫고 나왔던 것이다.

 

살수들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연정토의 경호가 삼엄한 것을 알고 멀리서 강궁(强弓)으로 공격했던 것이다.

 

경호대의 수장인 옥우겸(玉于鉗)이 칼을 빼어 휘두르며 소리쳤다.

 

“잡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경호원들이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서 범인을 수색했다. 옥우겸이 달려가며 다시 소리쳤다.

 

“산 채로 잡아라!”

 

살수들은 모두 네 명이었다. 연정토가 얼굴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자 성공한 줄 알고 미리 보아둔 도주로를 따라 패수 강변으로 황급히 달아났지만 결국은 경호원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 했다. 살수들도 수백 수천 명의 무사 가운데서 고르고 골라 뽑은 자들인 만큼 무술 실력이 비범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네 명이 스무 명을 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세 명은 연정토의 경호원들에게 현장에서 참살당하고 한 명만 중상을 입은 채 사로잡혔다. 그가 활을 쏜 살수들의 우두머리였다.

 

그 자를 생포해 집으로 끌고 간 연정토는 온갖 악형을 가한 끝에 그가 요동 선단 소속의 현역 수군이란 사실을 자백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보통 사졸이 아니라 군사 5백명을 인솔하는 하급 지휘관인 당주(幢主)였다. 이름은 모동만(牟洞滿)이라고 했다.

 

물론 이들을 밀파한 사람은 연수영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연수영을 음해하고 모함하는 원흉이 연정토란 사실을 잘 아는 연수영의 막료 고성운이 독단으로 살수들을 평양으로 보낸 것이었다.

 

어쨌든 이런 자백을 받은 연정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서 연수영에게 반란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군대에서 내쫓고 싶은 판에 이게 웬 호재냐 싶었다. 연정토는 살수 모동만을 끌고 대막리지부로 달려갔다. 두 뺨을 화살에 궤뚫려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필담으로 연개소문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고했다.

 

연개소문은 연수영이 시킨 짓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정토도 명색이 대신인데, 대신을 암살하려고 한 중대 사건을 모르는 척 그냥 덮어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태왕에게 정식으로 상주하고, 술탈에게 이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연정토는 또 온 얼굴을 헝겊으로 칭칭 휘감은 채 왕궁에 들어가 태왕을 알현했다. 이미 전후 사정을 들어서 알고 있는 선도해와 계진이 배후를 분명히 가려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태왕에게 주청했다. 술탈의 보고를 받은 태왕은 연수영의 체포 여부를 연개소문에게 물었다. 연개소문이 안 된다고 할 입장이 아니었기에 동의했고, 태왕은 연수영의 소환을 명령했다.

 

왕성으로 올라온 연수영은 성문을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체포되어 내사부의 감옥에 갇혔다.

 

태왕의 소환령을 받자 연수영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했다. 소환장을 가지고 온 사자에게 물었으나 그가 알 턱이 없었고, 또 알았다 해도 가르쳐줄 리가 없었다.

 

연수영은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좋은 징조가 아니라 나쁨 조짐이었다. 그렇다면 그 배후에는 반드시 연정토와 선도해 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수영은 그때까지 연정토 암살미수사건이 벌어진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연수영은 황성으로 떠나기 전에 장수들을 비사성의 원수부 회의실로 소집했다.

 

“모두 들으시오! 급히 황궁으로 들라는 태왕 폐하의 밀지(密旨)를 받았소이다. 무슨 일로 부르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람이 없는 동안 제장은 각자의 소임을 다하기 바라오.”

 

그렇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길 떠날 채비를 차리는데 말객 고성운이 독대를 요청했다.

 

고성운은 예정 시일이 지나도 자신이 보낸 살수 중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자 일이 그릇된 것을 알았던 것이다. 따라서 연수영을 급히 소환한 이유도 틀림없이 그 일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솔직히 털어놓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원수님, 소장을 죽여주고 가소서!”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요, 고 장군?”

 

“원수님께서 이번에 왕성에 가시면 반드시 죽습니다!”

 

“무슨 까닭에?”

 

고성운은 연정토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 중에서 믿을 만한 자들을 살수(殺手)로 선발해서 평양으로 밀파한 자초지종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연수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럴 수가! 이렇게 황당무계한 일이 있나! 그대가 참으로 경솔한 짓을 했구려. 무모하기 그지없소이다! 그만큼 나와 생사고락을 같이 했으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 줄 몰랐단 말이오? 설사 연정토를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내가 무사할 줄 알았단 말이오? 그리고 조정이 하루아침에 바뀔 줄 알았단 말이오? 참으로 어리석고도 어리석구려. 아아…, 이제 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되었구나!”

 

“할 말이 없소이다! 소장이 어리석어 돌이킬 수 없는 죽을죄를 저지르긴 했사오나, 기왕지사(旣往之事) 일이 이렇게 된 것 원수께서 왕성으로 가시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소! 성지를 거약하면 그대로 역모를 자인하고 역적이 되는 거요! 역적으로 낙인찍히고 어느 하늘 아래서 마음 놓고 숨을 쉬겠소?”

 

“우리 수군 병력이 10만입니다! 그 누가 감히 무시하리까?”

 

“그만하오!”

 

연수영이 참지 못하고 역정을 냈다.

 

“이제 그만 허황한 꿈을 깨시오! 나 연수영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도 부끄러운 바가 없소이다. 죽게 되면 죽는 거지 결코 비겁하게 피하지는 않겠소! ……그만 나가보오!”

 

연수영은 해란봉을 불러 딸 양희를 부탁했다. 이번 평양행이 살아서는 마지막 길이 되리라는 사실을 절감했던 것이다. 그래서 양희를 데리고 바로 길을 떠나 건안성으로 가서 생부인 고원부에게 맡기라고 했다. 건안성에 양희를 맡기고 다시 연락할 때까지 그곳에서 아이를 돌보며 머물러 있도록 시켰다.

 

그렇게 조치하고 나서 연수영은 부두로 내려가 배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수행한 부하들은 이 세상 끝까지 연수영을 뒤따를 맹세로 뭉친 낭자군들이었다. 그때 12낭자군 가운데서 금화를 비롯하여 고광미·문정옥·연미여·양희봉·장혜경 등 여섯 명은 이미 죽고, 해란봉을 비롯하여 부경화·원신영·전혜원·고정림·연미경 등 여섯 명만 남아 있었다.

 

요동 수군의 장수들이 모두 부두에 나와 연수영과 작별했다. 그들도 연수영의 이번 길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 직감하고 있었기에 헤어지는 분위기는 더없이 무겁고 침통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고성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고성운은 칼을 거꾸로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의 실책에 대해 나름대로 책임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연수영이 그토록 사랑했던 요동의 바다, 온몸을 던져 목숨을 걸고 지키던 바다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길을 떠난 것은 그 해 8월 20일. 운명의 그 해에 연수영의 나이 서른일곱 살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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