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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한나라당 "네거티브 전략에 제 발등 찍혔다"

대모달 |2011.10.27 13:05
조회 16 |추천 0

[매일경제신문 2011-10-27]

 

26일 저녁 한나라당 당사 분위기는 '싸늘함' 그 자체였다. 오후 8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9.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자 상황실에 와 있던 홍준표 대표, 남경필 최고위원,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홍 대표는 얼굴이 붉어지자 표정관리를 위해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개표 상황을 보려던 의원들이 오후 8시 7분께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상황실에는 패배의 무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홍 대표와 김 사무총장, 이범래 대표비서실장, 김기현 대변인 등이 6층 대표실에 남아 문을 닫고 대책을 논의했을 뿐 당사는 텅 비었다.

홍 대표는 남 최고위원의 제안에 따라 27일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소집했다. 당이 느끼는 부담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장 선거의 충격적 패배에 대해 당 지도부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서울을 제외하고 강원 충청 경북을 모두 회복했다.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유승민 최고위원도 "좀 더 생각해 보겠다. 일단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원 최고위원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삶이 팍팍해지고 억압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데,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만 반복하는 선거전략을 하니 이길 수가 있겠느냐. 거기에 막판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으니 한나라당은 아예 구태정치 정당, 상류층 귀족정당으로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대가 박원순 후보를 많이 찍었더라. 40대와 교감이 안되는 정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 '대세론'에 대해서도 "이제 대세론은 깨졌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를 35만표로 이겼다. 지금 10%포인트면 40만표 지는 거다. 10년 전보다 더 지고 있으면 내년 총선ㆍ대선은 뻔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홍 대표 외에 특별히 다른 대안이 없는 데다 오세훈 전 시장이 만들어낸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당 대표에게만 묻기는 어렵다는 것.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선거의 책임을 당 대표에게 묻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초선의원들 모임인 민본21의 간사 김세연 의원 역시 "현재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리더십마저 없애면 되겠느냐"면서 "차라리 현 지도부는 그대로 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위한 선대위를 조기 구성해 리더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긴장했다.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향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또한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레임덕 가속화다.

우선 내곡동 사저 논란에서 출발한 청와대발 악재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근거다.

당장은 청와대가 선거 패배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적 쇄신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ㆍ청 관계 악화도 염려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감안해 청와대와 거리를 최대한 벌리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을 더욱 약화시켜 악순환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한나라당 스스로 개혁의지가 퇴색하는 최악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매일경제신문 이진명·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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