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teau Margaux 1983
First Classed Growth
Margaux Bordeaux
“겹겹이 접힌 슬픔으로 샤토 마고의 향기는 존재한다. 향기는 눈앞에 있으면서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유리창 속의 꽃들 같은 것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단편집 <와인 한 잔의 진실>에서 샤토 마고의 향기를 ‘슬픔’으로 표현했다.
페르귄트 조곡은 그리그의 작품으로 극음악이다.
페르귄트 제1조곡은 워낙 유명하고 다 알려져있고 제 2조곡중에서도 솔베이지의 노래는 유명하다
'오제의 죽음'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날에도 흘러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유명한 페르귄트 조곡중에서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을 아는 사람은 드물듯하다.
이 곡을 처음접하게된건 그라모폰에서 제공한 CD를 통해서였다..
밤길에 운전을 하며 들었던 이곡에 알수없는 비통함에 눈물을 글썽였다...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내 자신의 자화상을 음악으로 듣는듯한 느낌이었다... 그 음색은 참으로 비장하고도 슬펐다.
나중에 알게된 이곡의 스토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페르귄트는 부자집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고 세상을 떠나고, 페르귄트는 어머니 오제와 함께 생활하지만 그 역시 철없고, 방탕하고 공상만으로 미래를 꿈꾸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러한 그를 심하게 질책하지 못하고 안타까워만 한다.
페르귄트는 순수한 여인 솔베이지를 사랑했으나, 그 사랑의 중요함과 진실됨을 몰랐으며 그는 유혹에 쉽게 빠지고 갈망하고 욕망에 들끓었다. 그의 욕망은 아무리 채우려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의 욕망은 결국 남의 신부를 탐하게 되었고 결혼식에서 신부 잉그리드를 약탈하여 산으로 도망가게된다.
하지만 페르귄트의 마음은 또 쉽게 권태를 느끼고, 잉그리드를 내쫓는다.
그리고 그는 숲속 마왕의 딸과 거래를 하게된다.
그는 부자가 되었지만 그의 욕망과 탐욕은 끊이질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바라기만 했다.
그러나 어머니 오제도 숨지고, 결국 모든 재산을 잃게 된 그는 진실된 마음에대해 깨닫게되고, 그가 진심으로 순수하게 사랑했던 솔베이지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것이 이 페르귄트 조곡의 스토리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채울 수 없는 목마름의 갈증을 채우려.. 정말 피눈물나게 미치도록 절규하고 고뇌하고, 경쟁하고 싸우고 있는 슬픈 사람들이다.
그 무언가를 손에 얻기위해 안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손에 잡히는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충만함인가 아님 싫증인가...허무함과 새로운 욕망인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서 조제를 버리고 도망치는 츠네오 처럼...지쳐버렸는가... 아니면 금새 싫증이 난 것인가...
우리는 싫증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무상함과 허무함, 공허함...
채워지는 것은 무엇일까...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것... 우리는 갈망하지만 얻을 수 없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 더 큰 슬픔이 찾아온다..
사랑을 잃었을때...
우리의 순수함이 퇴색되어 갈때...
우리의 진정성이 사라져갈때...
화려함뒤에 남겨지는 그 허무함들....
우리에겐 솔베이지와 같은 사람이 남아있는가?
다시 돌아갈 순수함이.... 헌신적 사랑이 남아있는가?
뒤늦은 후회는 무엇하랴마는...
그 소중함을 깨달았을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샤토 마고는 그 여성적 화려함에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마력으로 상징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슬픔도 있다. 그래서인지 샤토 마고는 자살과도 연관이 많다.
샤토 마고 1983은 너무나도 화려하지만 그 한모금을 마시고 난뒤 느껴지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과 공허함이 그 끝 모를 슬픔으로 남겨진다... 물론 내가 느끼는 '샤토 마고'는 페르귄트의 조곡과 특히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과 100% 느낌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마고의 느낌이 여성적 관능미,화려함, 채워지지않는 욕망과 몰락이라면 페르귄트 조곡은 좀더 남성적인 슬픔과 욕정, 자기 자신과의 내면적 싸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와인중 샤토 마고 1983은 이 페르귄트 조곡의 느낌과 가장 닮아있다.
그 언젠가 다른 와인을 통해 가장 일치하는 와인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까지 이 와인과 나에게 있어선 페르귄트 조곡과 닮아있는 와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가 나의 고민의 답을 주는 것 같다.
아름다움이란 깨지기 쉬운 법,
세월이 흐르면 미모는 사라지고 말리니.
제비꽃과 백합은 영원히 피어 있지 않고,
장미가 지고 나면 남는 것은 딱딱한 가시뿐.
이와 마찬가지로, 그대가 지금은 잘생긴 청년이라 하더라도
곧 주름살이 그대의 몸에 고랑을 만들리니.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
그렇다면 영원히 존속하는 마음을 갈고 닦아,
그대의 아름다움에 보태야 하리.
마음만은 마지막 불꽃이 그대를 태워 없앨 때까지 영원히 지속될 터.
-오비디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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