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2011-11-16]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한다면 선수들의 탓일까, 아니면 감독과 코치진의 탓일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5차전에서 홈팀 레바논(FIFA랭킹 146위)에 1-2로 패배했다.
전반 5분 만에 알리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 끝에 전반 31분 압바스 아트위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줬다. 역대 레바논과의 8차례 A매치에서 첫 패배라는 수모를 당한 한국은 3승1무1패(승점10)로 제자리걸음했다. 내년 2월 홈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전에서 승점을 추가하면 그제서야 최종예선 티켓을 잡을 수 있다. 조기 확정은커녕 최종예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홈에서의 6-0 대승을 떠올리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다. 레바논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아니, 어쩌면 한국이 전혀 다른 팀이 됐는지도 모른다.
어느 한 가지를 꼭 집어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꺼번에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원정만 가면 약해지는 징크스와 베스트11에 따라 기복이 심한 플레이가 조광래호 발목을 또 잡았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선수 변화가 컸던 탓인지 조직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이번 원정을 앞두고 새롭게 감독이 선임된 팀 같았다.
먼저 선수 탓을 해보자.
한국은 개인 능력에서 레바논을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의 개인기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패스는 부정확한 데다 끊기기 일쑤였고 일대일 돌파는 한 명을 제치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볼 트래핑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문전에서 찬스를 잡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그랬다. 후반에 지동원, 남태희, 윤빛가람을 차례대로 투입했지만 이들 역시 기존의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욕만 앞설 뿐 답답한 흐름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됐다.
이는 곧 대표팀에 변화를 줄만한 선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레바논 현지의 잔디 상태를 고려했다면, 장신 공격수를 데려와야 했던 것은 아닐까. 감독을 탓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점이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원정에서도 기존 유럽파와 소수의 새얼굴을 발탁,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특히, 아쉬운 점은 중동에서 맞불을 팀을 고려한 선수 선발이 아닌 기존의 데이터와 자신의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들만을 또 다시 택했다는 점이다. 애당초 레바논서 패싱 축구를 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조광래 감독이 레바논 현지 사정을 미리 파악했다면 한 번쯤은 투박하지만 직선적인 롱볼 축구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선수단에 큰 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전북의 정성훈과 같이 공중볼에 능한 장신 공격수 한 명 정도만 추가됐어도 얼마든지 가능한 전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이근호의 선택은 옳았다.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한 곳에서는 이근호처럼 다소 투박하지만 직선적인 플레이가 더 효율적이다. 비록 마무리까지 투박한 모습을 보이며 공격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지만, 어쨌든 구자철의 페널티 골을 만들어낸 것도 이근호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다.
승점 1점이면 충분할 것 같았던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이제는 불확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마지막 쿠웨이트전에 홈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자주 같은 핑계를 댄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이라면 이가 없이 잇몸으로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
〈데일리안 스포츠 안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