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르르,..
[네, 한신카센터입니다.]
들려오는 낯설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목소리에 조금 위축은 되었지만 지훈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저기... 문정준 씨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정준이요?]
그렇게 되묻고는 옆사람한테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수화기를 통해 전해들려왔다.
[야 정준이 금마 짐 머하노, 퍼뜩 전화받으라 케라 야야 글고 니는 그거 저쪽으로 치우리니깐 내말 개소리로 쳐듣나!!]
약간은 함학한 말이 서로 오고 가서야 대답했다.
[쪼매만 기다리이소]
꽤나 바쁜듯 전화기를 통해 시끄러운 소음들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 제가 문정준인데요]
“정준아 나 지훈이야”
[오오!! 김지훈!! 너 나왔구나 드디어 안그래도 내가 너 올지도 모른다고 얘기는 해놨었어 야 딱히 생각한거 없으면 당장이라도 와서 같이 일하자 너 정도면 고급 인력이야!!]
예나 지금이나 큰 덩치 만큼이나 호탕하고 성격이 꽤 급한 녀석이었다.
“야아 숨넘어간다 전화 걸자마자 일얘기냐 너란놈은 참..”
[어쨌든 오늘 당장 오는거다 나 그렇게 말 해놓는다. 길 알려줄테니깐 낮에 꼭 와야돼 와 서 얘기좀 나누자]
그렇게 말하고는 약도를 대충 불러주고 일이 급했는지 전화를 먼저 끊었다.
“아휴 정말...대책없는 놈...”
이제 바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훈은 정준이 알려준 약도로 카센터를 향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방향 감각이 조금(?)둔하긴 하지만 집에서 워낙 잘보이는 전철역이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향할 수 이었다. 이른 아침보단 사람들이 많이 적었고 군데군데 빈자리들도 보였다.
또 잘못탔을까 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세심히 한정거장 한정거장 역을 확인하고 가던중
어제 잘못타고 왔던 방향과 일치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감긴 붕대를 바라보았다.
‘혹시...다시 볼수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다시보고 싶다고...
역에 도착하여 전철에서 내리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지훈은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6번 출구에서 505번 버스를 타고 3정거장만 가면된다 이거지”
혼자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제 그 역이었다.
건녀편으로 건너가는 곳에 매표구로 막혀있었고 소매치기가 도망가던 방향으로 쫓아가던 어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지훈은 손등이 다시 욱신거렸다.
‘아냐아냐.. 빨리 가자 다른생각하지말자..’
6번출구로 올라온 지훈은 505버스를 기다리기로 하고 담배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방금 버스가 지나 갔는지 엉뚱한 버스들만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건너편엔 두 대나 지나갔는데.... 이쪽방향은 아직 오지 않자 지훈은 혼자 투덜거렸다.
“아씨..왜케 안오는거야 저쪽은 잘만 오....느.은..”
그때 저쪽 건너편에 낯익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였다....
지훈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8차선이나 되는 차도를 단숨에 건너 갔다. 중간중간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으나 지훈은 아랑곳 하지 않고서는 결국은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어....내가 왜 온거지...어떻하지....아는척을 해야하나...’
어찌할바를 모르고있을때 살며시 바람이 그녀의 머릿결을 스치고 지훈의 코속으로 들어와 어제 느꼈던 그 향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너무 향기롭다...
나보다 훨씬 큰녀석과 싸울때도 이렇게 가슴 졸이고 두근거리고 긴장한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지훈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지훈은 순간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쩔줄 몰라 시선을 다른곳으로 황급히 돌렸다.
“어라! 저..어제 저 도와주신분 맞으시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훈은 자신에게 말을 건낸것을 알고는 허둥대며 입을 열었다.
“네..제가 그..어제...도와드렸던...”
그녀는 말이 끝나가기 무섭게 너무 반갑게 말을 이었다.
“아~! 어제 너무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인사를 하고 갔어야 하는데 급한일이 생겨버려서...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의사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시길래 먼저 갈수밖에 없었어요 죄송해요...”
“아..아뇨.. 너무 고마워 하실필요는... ..”
“근데 손은 괜찮으세요?”
순간 지훈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지훈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기라도 할까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적극적이었단걸 알고서는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놀라셨으면 사과드릴께요..”
지훈은 뭐라도 하나라도 물어보고싶은 마음에 입을 열었다.
“저...성함이..”
갑작스러운 지훈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정소영이에요..”
정소영....정소영...잊지말자....잊지 않을거야 이 이름..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음 말을 건내려는 순간..,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어랏! 드디어 버스가 왔네 그럼...”
소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총총 걸음응로 버스위로 올라탔다. 지훈은 손을 내밀어 더 무엇인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이미 버스 문은 닫히고 출발한 뒤었다 떠나는 버스 안의 그녀의 모습이 비췄다. 지훈은 아무런 생각없이 말을 내뱉었다.
“저...정소영...”
그렇게 지훈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향기의 여운을 느끼려 했지만 더 이상 그곳은 그녀의 채취가 남아있지 않았다.
잠시 잊었던 지훈의 손등의 통증이 다시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