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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로베르토 바죠에 대한 나의 회상

원조안빠 |2011.12.06 19:35
조회 291 |추천 0

 

내 영웅들의 사진이다
안정환 그리고 Roberto Baggio
이 두 선수는 비슷한 경험들을 했다
98년 월드컵 로베르토 바죠는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서
당시 이탈리아의 최고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와 실축을 했고 
그 결과 이탈리아는 우승을 놓쳤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바죠의 초상화를 태우고
그를 역적으로 몰았다
바죠는 수려한 외모를 지녔고 
꽁지머리라는 헤어스타일도 그를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실력에 비해 저평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그의 실력이 묻히는 셈이 된거다
바죠는 2002년 월드컵에 다시 출전하여
승부차기의 아픔을 씻어내는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다
그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바죠 스스로에겐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된 대회였다
내가 축구에 미쳐있던 시절
난 바죠의 플레이를 자주 보며 따라하곤 했다
그는 파워풀하진 않았지만 우아하고 화려했다
수염과 꽁지머리같은 멋진 스타일의 세련된 플레이를 펼쳤다
내 나름대로 개인기의 종류에 대해 정리해보면
각도의 개인기와 타이밍의 개인기가 있다
물론 선수들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지만
전통적으로 남미축구는 타이밍과 눈속임의 개인기로 구분되고
유럽축구는 각도와 스피드의 개인기로 구분된다
이영표의 헛다리 짚기를 예로 들어보면
발로 공을 건드리는 척 하면서 수비수의 눈을 속인다
그 다음 수비수가 잠시 멈칫 하는 타이밍으로 노려 
빈공간으로 치고 나간다
이것이 바로 남미 스타일의 개인기이다
단지 내 생각일 뿐이다
어쨌든 바죠는 각도의 개인기의 대가였다
그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의 판타지스타임에도
화려한 마지막을 보내지 못했다
그는 이미 은퇴했다
그렇게 조용히 쓸쓸히 떠났다
안정환
98년 부산대우에 입단한 꽃미남 신인이었다
98년 프로축구 나이키 올스타전에서 한골을 기록하며
내 눈에 처음 띄게 됐다
안정환의 플레이를 유심히 봤다
바죠와 흡사했다
내가 그에게서 한가지 찾아냈던 장점은
반박자 빠른 슈팅이었다
공을 차기위해 발을 뒤로 올렸다가 차야 하는데
안정환은 공을 찰 때 발을 뒤로 많이 빼지 않았고
그래서 타이밍도 더 빨랐다
발을 뒤로 많이 빼지 않았다고 해서
킥의 세기가 약하지도 않았다 
그 나이키 올스타전 캐논슛 대회에서 
129km/h로 3위를 차지했었다
참고로 이동국도 출전했는데 119km/h를 기록했다
안정환의 프로축구 경기를 유심히 보게됐다
생각보다 훨씬 기술이 뛰어나고 빨랐다
한마디로 정말 잘했다
그런데 안정환의 플레이를 자세히 보지 않는 사람들이
얼굴로 축구하는 선수로 오해를 했다
사실 안정환은 자신의 외모가 좀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얼굴로 축구한다는 그런 오해 때문에    축구를 더 열심히 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어쨌든 그는 잘생긴 외모 탓에 저평가되고 있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안정환의 나이 23
그는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했다
그 대신 이동국이라는 20살의 신예가 뽑혔다
이동국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5분 정도 출전했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강력한 슛 한방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99년 한일전
그때까지만 해도 안정환은 그냥 잘생긴 거품선수로 통했다
그 한일전에서 안정환은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단지 기록뿐 아니라 
경기 내내 안정환만 보일정도로
안정환의 경기로 만들어버렸다
그가 뛸 때 다리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패스마다 예리한 송곳 같았다
사람들이 인기 스타 안정환이 아닌
축구선수 안정환을 보게 된 날이었다
난 그의 실력을 이미 알고 있었고
98월드컵에 안정환이 가길 바랬었다
그 한일전으로라도 안정환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되어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론 더 아쉬웠다
1년전에만 알아줬더라도...
안정환의 월드컵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 후 안정환은 프로축구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2002년 월드컵 전엔 이탈리아 리그도 진출했다
저 위의 사진이 바로 그 시절 이탈리아 세리에A 에서
안정환과 바죠가 볼경합을 펼치는 사진이다
나에겐 너무나 신기하고 멋지고 귀하게 느껴지는 사진
그렇게 안정환이라는 축구선수는 알려지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 그의 나이 27
첫 월드컵치곤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그는 페널티킥도 실축하고 골든골도 넣으면서
외모처럼 잘생긴 영화배우마냥
그렇게 혼자서 감동적인 영화를 찍었고 국민들을 울렸다
어디선가 들은바로는 
이탈리아 국민들은 굉장히 다혈질이고
결과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었던 경기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그 골로 인해 축구강국 이탈리아는
비교적 약체라 생각했던 아시아 국가에게 16강 탈락을 당하고 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안정환
안정환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영웅이 됐지만
월드컵이 끝나고 자신의 이탈리아 프로팀으로 돌아갔을 때
팬들로부터 수모를 겪게 된다
이탈리아 국민 정서 때문에 안정환은 방출된다
안정환은 실력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여러 리그를 돌아다녔다
2006년 월드컵에서 
안정환은 서른하나의 나이로 또 다시 월드컵에 출전했다
첫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고
역시 안정환이라는 국민들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너무 늙어버렸다
내가 그의 플레이를 자세히 봤을 때
이전의 몸놀림과 유연성보다 많이 떨어졌었다
안정환이라는 이름과 노련함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안정환은 그 월드컵에서 한골을 넣으며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 안정환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어쩌면 2002년 이래로 계속 내리막이었는지도 모른다
2002년 당시 27세 였으니말이다
공격수는 원래 수명이 짧다
내가 정말 안타까운건 
안정환같은,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선수를
왜 2002년 한 번 밖에 제대로 써먹지 못했냐 하는 것이다
98년에 그는 굉장히 젊고 빨랐지만 외면 당했다
2006년 그는 이미 늙었지만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이건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께
생전에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후회하는 것과 같았다
2010년 안정환은 또다시 월드컵 명단에 오른다
그의 나이 35
노장 중에서도 노장이다
그는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왜 안정환을 내보내지 않느냐고 감독을 원망했지만
원조 안정환 빠돌이 일명 안빠인 나도 안정환의 실력을 의심했다
그는 더이상 2002년의 안정환이 아니다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듯이
정자세로 휴대폰 문자를 천천히 보내는 아저씨 안정환이 되었다
난 안정환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기 때문에
그의 성격 인품 등을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그의 행적들로 봐서
그는 아주 순수한 사람이다
안정환의 성씨인 안 은 어머니의 성이다
안정환은 아버지가 없다
돌아가신게 아니다 원래 없었다
어머니 안혜령 여사의 성이다
그의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안정환은 그런 환경에서도 운동을 열심히 했고 
삐뚤어지지도 않았다
잘생긴 외모와 엄청난 인기에도 스캔들이 없었으며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예쁜 가정의 아버지이다

어린 시절 바죠의 플레이에 감탄했고
바죠의 플레이를 닮은 안정환에게 관심을 갖게 됐으며
안정환이란 축구선수를 인간적으로 너무 좋아하게 된
그런 이야기를 적어봤다
엄청 길게 썼지만 할 말이 더 많은데 줄여썼다
안정환이란 선수를, 그리고 그에 대한 지금의 내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긴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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