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한국 서정시를 개척한 정지용의 '향수'.
'향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정지용 시인은 자신이 태어났던 농가마을을 생각하며 향수를 썼다고 한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정지용 시인이 시에서 표현했던 그리운 마을, 충북 옥천을 기차로 다녀왔다. 날씨가 흐리고 추워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정지용문학관
정 시인의 생가 옆에 있는 정지용문학관에서는 그의 문학세계를 살펴 볼 수 있다.
정지용문학관 내 벽화
멋진신세계
'멋진신세계(장계 관광지)’는 옥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1호로,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조명한 곳이다.
내가 옥천에 반한 이유는 이 곳 멋진신세계 때문이다. 대청댐을 만드니라 마을이 수몰된 곳에는 사람 발길을 안 탄 듯한 고즈넉한 호수와 산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지용 시인의 시 '카페 프란스'를 재현해 놓은 카페 프란스와 갤러리, 문화체험관 등이 조성돼 있고 멋진 조형물이나 시비, 벽화도 눈길을 끌었다.
비가 내리는 저녁,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은 멋진신세계 호수
<옥천 ‘향수100리길’> 동아일보 국민일보 보도
옥천 ‘향수100리길’은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서 출발해 육영수 여사 생가∼장계관광지(멋진 신세계)∼안남면∼청성면 합금리 금강변∼금강휴게소∼안터선사공원∼정지용 생가로 되돌아오는 50.6km로 구성돼 있다. 걷기뿐 아니라 드라이브, 자전거 타기가 모두 가능하다. 자전거로만 다닐 경우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정 시인의 정감 어린 시 구절을 담고 있는 옥천 구읍의 ‘향수길’ 거리의 간판> 문화일보 보도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님실거리나니…’(구읍 우편취급국), ‘곡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위)로 !’(문정 정미소), ‘불 피어오르듯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정지뜰 식당).
경향신문 보도
정지용 시인, 육영수 여사가 졸업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옥천 죽향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육영수여사 휘호탑, 정지용 시비, 죽향리사지삼층석탑이 있다.
시 <향수>에서처럼 실개천이 흐르는 마을에 복원된 정지용 생가
1902년 음렬 5월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면(현 옥천읍) 하계리에서 태어난 시인 정지용은 옥천보통공립학교와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휘문고보 시절부터 습작활동을 시작해 120여 편의 시를 남겼다. 고향을 배경으로 한 시 ‘향수’에서처럼 정지용 생가터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1956년 4월에 지어진 옥천성당은 근대문화유산
이 밖에도 옥천구읍에서는 육여사 생가, 옥천향교, 옥천사마소를 볼 수 있다.
* 옥천 가는 방법: 서울역에서 경부선 타면 2시간 10분 정도 소요. 요금 1,1000원
동서울터미널에서 옥천까지 버스로 2시간가량 걸린다.
2011.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