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노경실 선생님의 즐거운 책과 책의 만남 1

- 연재를 시작하며
앞으로 일 년 동안 여러분과 ‘노경실의 즐거운 책과 책의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책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나는 작가이기에 앞서 수많은 책 앞에서 호기심 많은 독자며, 좋은 책을 사려는 소비자지요. 그러기에 이 연재는 내가 ‘무엇을’ 알려주고, 찾아내주려는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커피나 허브차 한 잔 마시는 동안에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마주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네들이 전해주고 보여주려는 메시지와 사인에 눈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마음입니다.
어렸을 적 사회과부도를 펼쳐놓고 동생들과 편을 나누어 ‘찾아보기 놀이’를 즐겨 했다. 내가 먼저 지도를 살핀 다음 동생들이 찾아내기 어려울 것 같은 도시 이름을 골라낸다. 이왕이면 작은 글씨,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을 것 같은 도시 이름을 종이에 써서 보여주면 동생들은 참새들처럼 종알종알 도시 이름을 읽는다.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사회과부도 속 세계지도 안에 풍덩 빠질 듯 얼굴을 바짝 대고 마법의 주문을 외는 것처럼 생소한 도시 이름을 반복한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찾아낸 도시를 잊을까 싶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지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잠시 뒤, 첫째 동생이 “찾았다!” 하며 환호성을 지르고는 나머지 두 동생에게 손가락으로 짚어 알려준다. “여기가 노보시비르스크야!”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지도찾기 놀이를 할 때마다 나는 동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나중에 어른 되고 돈 많이 벌면 세계 여행 하자!”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둥근 지구본을 참 좋아한다. 손가락 하나로 살짝 돌리기만 해도 세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역사 속의 정복자들과 침략자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그러면서 어느 날부턴가 지리, 지도에 관한 책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초롱이와 함께 지도 만들기』(미래아이)의 미나처럼 말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귀여운 애완견 초롱이의 습성을 토대로 주인공 미나가 재미있게 만드는 지도 이야기다. 학교에서 지도 그리는 법을 배운 미나는 재미있는 법칙을 알게 된다. 지도에는 축척과 기호, 보기 그리고 이름 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나는 자기 방을 지도로 그려본 뒤 재미를 느껴 초롱이의 보물지도, 초롱이와 사귀는 강아지 봄봄이네 집으로 가는 지도, 초롱이가 좋아하는 장소 등을 하나하나 지도로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여러 지도를 만들어본 미나는 드디어 세계 여행을 꿈꾸며 세계 지도 만들기에 도전한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할 일들을 그려 넣으며 상상 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책을 덮고 나면 아이들도 자기 집 강아지를 한번쯤 쳐다보게 되지 않을까. ‘나도 우리 바둑이를 위해 지도를 만들어볼까?’ 싶어서. 그만큼 이 책은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힘주지 않으면서도 지도의 의미, 생활 속에서 실제적으로 사용하고 적용하기, 마침내는 어린이들의 미래에 대한 꿈을 실체가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32쪽밖에 안 되는 책이지만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의 치밀한 구성과 진정성을 갖고 어린이의 욕구를 파악한 밑거름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그림,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포근한 동물과 사람들의 부드러운 선, 극히 안정적인 색감은 어려울 것만 같은 지도와 너무 넓어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세계를 향한 모험의 발걸음을 내딛게 한다.
『따라 그려봐』(뜨인돌어린이) 시리즈는 우리나라와 세계 지도에 대한 책이다. 아이들이 ‘우리나라와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기 전에 이런 책을 안겨줘야 하나, 아니면 관심을 갖게 될 때 건네줘야 하나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건 정답이 없다고 말할 거다. 그보다는 부모의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학습 관련 책을 사주기에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데 지도에 대한 책이야 엄마나 아버지 수첩 뒤에 있는 것 보면 되고, 하다못해 인터넷 뒤지면 공짜로 줄줄 튀어나오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나… 하며 한숨 쉴 수도 있다.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이 한 권의 책이 혼잡한 교통과 바가지요금에 시달리는 여행과는 비할 수 없는, 귀중한 체험학습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믿는다.

지도 위에 행정구역을 나눠보고, 지명을 정확히 써보면서 우리나라의 모습을 확실하게 익힐 수 있다. 각 지역의 가볼 만한 곳, 전국 방방곡곡에 얽힌 이야기 등의 읽을거리와 한눈에 볼 수 있는 도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재를 읽을 수도 있다. 이는 세계 지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그뿐인가. 재미있는 만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리 지식을 배우고, 마지막엔 퀴즈로 다시 한 번 익히는 과정을 거친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읽기와 정확히 따라 그리기를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물론, 앞으로 가보고 싶은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앎과 애정을 갖게 된다.
『초롱이와 함께 지도 만들기』를 충분히 읽고 소화한 어린이라면 『따라 그려봐』 시리즈를 더욱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와 함께 ‘놀이’의 즐거움을 주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지도책의 매력이 아닐까. 교통안내지도 한 권 달랑 자동차 안에 놓고 바삐 다니는 아빠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아빠가 회사에서 집까지 오는 길을 지도로 만든다면, 분명 집안의 기운이 바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물론 우리 아이다!
노경실 선생님은 『상계동 아이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짝꿍 바꿔주세요!』 등의 작품을 발표한 동화작가입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발굴·기획하고 외국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도 힘쓰고 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아동분과위원장입니다.
/ 2009년 02월01일 05:00 <from 행복한 아침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