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방영된 한 편의 ‘슬로비디오’가 경찰서장 폭행 사건 피의자 김모(54)씨의 구속을 결정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폭행 여부를 놓고 양측의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법원은 이미 한 차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상태였다.
이날 법정에서도 역시 김씨는 “서장의 모자를 뺏으려 했을 뿐, 폭행의 의도는 없었다”며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경찰 측은 법정에서 한 편의 동영상을 틀어 보였다.
동영상의 내용은 앞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던 영장심사에서 제출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을 담은 영상이었다. 다른 점은 ‘재생 속도’였다.
경찰은 앞선 심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동영상을 제출했었지만, 수많은 군중 속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폭행 상황을, 판사 등 ‘시청자들’이 한 번에 파악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반면 김씨 측은 폭행 직전 김씨가 서장의 모자를 향해 손을 뻗는 ‘스틸 사진’을 앞세워 폭행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했고, 당시 재판부는 결국 김씨 측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줬다.
그러나 이번 심사에서는 경찰이 똑같은 영상을 10분의 1의 속도로 재생해 다시 녹화한 영상을 준비해 방영했다. 그러자 김씨의 손이 서장의 모자에 닿는 순간, 그 충격으로 서장의 ‘머리’뿐만이 아니라 ‘상체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김씨는 이런 행동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영상이 나오는 동안 김씨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영상이 끝나자, 이전까지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하던 김씨와 그의 변호를 맡았던 민변 소속 변호사는 “(폭행의)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으므로, 영장을 발부하지 말아달라”고 논리를 바꿨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경찰 측의 손을 들어줬고, 김씨는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