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은 서울에서 사는 23살 대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마산 근처의 자그한 시골마을에서 살았는데요,
거기서 직접 목격한 기괴(?)한 생명체 에 관해 이야기해드리려 합니다.
물론 당시에 어렸었기 때문에 흔한 고양이, 개 등을 착각했을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봐도 몇가지 이해안가는 게 있어서
완전히 착각했다라고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가감없이 진실만을 말씀드리며, 그렇기에 재미를 보장드리진 못합니다.
-----------------------------------------------------------------
1. 제가 가장 그걸 먼저 목격한 것은 학교도 다니기 전, 한 7~8살 즈음이었습니다.
당시 저희집의 뒷간이 집이랑 약간 거리도 있고, 코너를 틀어야 해서
(당시 뒷간은 네다섯 이웃이 함께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희집에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극히 가기 싫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소변은 밤낮 상관없이 거의 무조건 요강을 이용하고, 대변은
최대한 꾹 참았다가 밝은 아침이나 낮 시간에 누곤 했습니다.
그런데 뭘 잘못 먹었는지 그날 저녁 이상하게 배가 심하게 아팠습니다.
하필이면 어른분들도 그날따라 전부 이불 펴고 일찍 주무셨기에
한참을 배를 싸매고 고민하다 결국엔 참지 못하고 뒷간으로 달려갔습니다.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있는데 순간
문앞에서
드르륵, 드르륵
하고 살짝 문을 못 같은 걸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나더군요.
순간 심장이 턱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절안한게 용하였네요.
처음에는 잘못 들었겠거니 해서 가만히 있으니까 소리가 안들리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무언가가 갑자기 좀더 빠르게 문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분명 무언가가 밖에서 문을 긁고 있는데, 발로 한방 살짝만 차도 부서질 것 같은
문이 꼼짝도 안하는 것을 보아 다른 칸의 문을 긁고 있는 듯 했습니다.
갈수록 점점 소리가 커지고 빨라졌습니다. 마치 긁다가 성질나서 더 막 긁는듯한...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눈물이 막 나더군요. 그러다 저도 모르게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뒤에 제대로 닦지도 않고 으앙! 막 이런 큰 소리를 내면서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면서 흘깃 헛간을 돌아봤는데 그 어느칸 앞에도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도둑고양이가 문이라도 긁다가 화들짝 놀라 도망갔나보다- 하면서
저도 모르게 울다가 웃으면서 코너를 도는 순간....
그르르릉
방금 지난 코너 뒤에서 낮은...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온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감히 코너를 돌아가 무엇인지 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그르렁 거리는 소리는 뭐랄까... 상당히 낮고 길었습니다.
딱 한번 들렸는데 저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가 있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그순간,
옆집에서 불이 켜지더니 이웃아주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주무시려고 하는데
아까 화장실앞에서 비명지른 것 때문에 옷 추스리고 나오셨다가
제가 꼼짝않고 서있는 것을 보신거죠.
저는 그분을 보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 잘 씻고(?) 며칠밤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잤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냥 도둑고양이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라고 하셨는데,
분명 그 소리는 고양이가 경계태세일 때 내는 소리랑 확연히 달랐습니다.
매우 길고, 날카롭지 않으나 섬뜩하며 매우 낮은 소리...
그리고.. 한가지 다시 돌이켜보건데... 이상하게 저희동네에 도둑고양이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가지 않아 모르겠지만 제가 올라오기
직전에도 집안에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봤어도,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개, 고양이들은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2. 저희집 앞에는 1층짜리 네모난 자그마한 저장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때에만 해도 다같이 열어두고 썼는데, 어느순간에서부턴가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물쇠로 잠궈두신 이후로 한번도 열린 것을 못봤습니다.
어쨋든 이 저장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있었습니다. 비록 1층이었지만
이 계단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면 주변광경이 어느정도 두루두루 보였습니다. ( 당시에는
대부분이 1층이었습니다. )
그 저장고 앞에 담장이 쳐저있고, 그 너머로 넓은 공터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골목을 이루며 있었구요.
집에서 마땅히 할것도 없었던 전 낮에는 동네애들이랑 놀고 저녁먹고 이 지붕에 올라가
주변을 아무생각없이 둘러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4학년 즈음 겨울방학 때 유난히 그날따라 일찍 깼습니다. 겨울이라 해는 늦게 떠서
당시 그때가 일곱시 즈음 되었는데도 주변이 어둑어둑 했었습니다.
저는 마땅히 집안에 있어도 할게 없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그 철제계단을 올라 지붕에서 주변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그 위에서 달달 떨다가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과 해가 점차
떠서 주변이 비교적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고 내려가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어...?
저장고 가까이 공터에 무언가 슬금슬금 배를 바닥에 붙인 채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색깔이나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거의 大 자로 뻗은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저게 뭘까... 라고 고민하던 저는 퍼뜩 고양이나 배를 바닥에 붙이고 기어가는 모습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이 고양이와 개는 발을 배에 붙인
채로 기어가는 데 저것은 발을 크게크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하늘다람쥐가 온몸을 쫙 펼친 채로 기어가는 모습..?
그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렇게 움직이는 동물은 도통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큰 거미가 기어가듯 그렇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전 무슨 생각인지 깨진 벽돌 조각을 던지며 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 그것이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다시 벽돌 조각을 던졌습니다. 비록 맞진 않았지만 그 주변에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보통 그러면 야생동물이든 뭐든 도망가지 않습니까?
그 것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한참을 돌을 던지던 저는 그 것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주변은 계속 밝아오면서 그 녀석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분명 털로 뒤덮여있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大 자로 땅에 붙어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것의 눈동자같은 두개의 원이 저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담장을 향해, 아니 저를 향해 기어왔습니다.
순식간에 녀석은 담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저는 혼비백산하여
그 차가운 철제계단을 막 뛰어내려와 집안으로 도망왔습니다.
담장에 가려 안보인다는 것은 담장 바로 아래 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이 녀석이 담장을 넘어 나에게 달려올지도 모르다는 것이죠.
날이 밝고 동네아이들을 데리고 그 담장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친 동물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친 동물이 그렇게 빨리
기어오는 건 말이 안되었습니다.
개,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지만 그 추운 날에 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갈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을 거구요.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약자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