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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피오니 |2011.12.22 20:35
조회 66 |추천 0
P {MARGIN-TOP:2px; MARGIN-BOTTOM:2px} 몬타나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플라이 낚시의 화려한 줄놀림, 그리고 청순한 브래드 피트의 모습이 어우러져 한 편의 그림같은 정경을 만들어낸 영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브래드 피트의 멋진 미소가 좋아서부터, 플라이 낚시에 대한 로망, 잔잔하게 스크린을 흐르는 경치와 꿈 속을 헤매이는 듯한 음악까지..

 

내 경우엔 일상의 무료함이 지나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목표가 흐릿해진채 한 자리에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있는 건 아닌지 느껴질 때, 가끔씩 이 영화를 꺼내어 본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생의 절반 쯤 살아온 내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도하고, 지금 한참 자라고 있는 나의 두 아들 이야기의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받는 건 나 뿐만은 아니지 싶다. 시대와 장소는 각기 달라도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대입해볼 것 같다. 이 영화는 누군가 그게 필요한 사람에겐 반드시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이며, 남자들의 이야기를 남자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인 노먼 맥클레인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00년대 초 미국 전원 속의 한 가정의 역사를 잔잔히 그려간다.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 리버런드 매클레인은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절대적 존재로사 엄격하게 가정의 분위기를 이끌어가지만, 그 원칙과 고집 뒤에는 문학적 감수성과 낚시에 대한 열정,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게 배어 있다. 큰 아들 노먼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가정의 분위기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아버지를 닮아가는 인물이지만, 작은 아들 폴은 어려서부터 특유의 고집을 보이며 아버지의 권위에 반항하고, 무모한 짓조차 서슴치않고 벌이는 말썽꾸러기. 그러나 그러한 폴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낚시에 대한 열정 만큼은 형을 훨씬 압도한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이들 부자의 플라이 낚시 모습에 할애한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정경을 영상에 담아내겠다는 욕심에 기인한 측면 만은 아니다. 흐르는 강물과, 그 안을 제멋대로 뛰노는 송어, 그리고 현란하게 춤을 추는 낚시대와 낚시줄은 하나하나가 주인공들과 삶을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인 노먼은 흐르는 강물과 같은 존재다. 그는 부모의 바램과 기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여건과 기회에 순종하며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 그의 삶은 줏대없고 지나치게 순종적인 듯 보여지지만, 그는 결국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거대한 바다에 스며들 듯, 스스로의 삶을 해방시키고, 평온한 자유를 얻는다. 반면, 작은 아들인 폴은 그 강물 속을 뛰노는 송어 같은 존재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려했던 그는 결국 몬타나를 떠나지 못한 채, 스스로가 추구하던 일탈의 나락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낚시바늘로부터 도망치려다 스스로의 몸 속 더 깊은 곳까지 바늘을 허락해버리는 송어처럼.

 

이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무감하게 넘기거나 막연하게만 느끼는, 사랑한다는 것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담담하게 말해준다. 그런 차이를 깨닫고, 아파하며, 홀로 삮이는 이들은 대개 집안의 아버지들이 아닐까 싶다. 예전 청년때나 아이들이 아직 어려 스스로 아버지라는 자각이 부족했던 시절에 접한 것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오늘 이 영화가 다가왔던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이 영화야말로 어떤 마초 영화보다도 더 남자다운 영화란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보여주고픈 남자의 모습이 아닌, 보여주기 싫지만 진실한 남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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