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 앞에 글을 꾸준히 쓰고 하는 것에 익숙치 않기도 하고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글을 남기며 활동한 일은 거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을 이런 곳에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막막한 나머지 글을 남깁니다.
저는 평범한 대학교 3학년, 예비 4학년입니다. 아니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보통은 2학년을 넘어가면서부터 스터디다 공모전이다 자격증이다 토익이다
미래를 준비하느라고 정신 없이 바쁜데요.
그런데 3학년을 다 보낸 지금, 저는 자격증 하나 토익 점수 하나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주 잘 하지는 않았지만 중상위권의 성적을 어렵지 않게 유지해오고
비록 고3때 서울권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했지만 4년제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원하던 학과에 합격하고
어려움 없이 평탄하게 걸어왔습니다. 적어도 공부나, 앞으로의 진학문제에 있어서는
큰 고민 없이요. 재수를 하면서도, 고3 수능 성적이 평소 점수보다 못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고 공부했구요.
그래서 공부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국문학과를 꿈꿔왔습니다.
소설책을 좋아했고,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고, 최소한 문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믿음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교내 글쓰기에서 상을 수여한 것 빼고는 성과를 인정받은 적도 없는데요.
단지 언어 성적이 잘 나와서? 책을 좋아하고, 책 속에서 남들은 모르는 의미들을 발견해낸다고 착각해서?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국문학과에 들어와서
문학을 공부하고, 소설 창작을 공부하고, 대학원에도 진학하여 계속 문학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오니까, 저는 정말 별 것 아닌 존재였습니다.
다들 저 정도의 소질이나 능력은 있는 친구들이더라구요.
저보다 빼어난 친구들도 있었구요.
그래도 처음에는 나에게는 나만의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학교 공부도 크게 어렵지 않았기에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학년부터 학과 공부가 갑자기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내용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있을 것이고,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생각하니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1학기 동안은 그래도 그럭저럭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과 제 글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나는 남들과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고.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몇번씩, 작품을 제대로 해석해내는데 실패하면서
좌절감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그 즈음부터 시 창작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도 실력이 쉽사리 늘지 않았구요.
쉽게 이루어지는 게 어디 있겠느냐마는
저보다 앞서있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는 너무 내세울 게 없는 존재로만 느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2학기 때부터 알바를 시작하면서
학교 공부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였고
한 번 흐름을 놓치고 나니까, 우르르 무너지더라구요, 리포트도, 시험도.
아직 성적은 안 나왔지만 이번 학기는 최악의 성적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제출기한이 지난 기말리포트를 붙잡고 씨름하지만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고 있구요.
아는 게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도, 이게 이런 의미니까 이런 식으로 글을 전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미디어를 분석하는 수업의 미뤄진 리포트도 두 개 있는데, 뭘 주제를 잡아야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구요.
말하자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지금 저는 매우 혼란스럽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도 있겠지만, 하다못해 편한 마음으로 써야하는 이런 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엉망진창인 게 눈에 보이네요.
난생 처음으로, 제 앞날에 대해서 구체적인 절망감이 듭니다.
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문학 공부가 순탄하지 않고, 아니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 막혀있고
(저는 대학원을 진학할만한 성적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절망감과 좌절감 때문에 계속 해야할까, 의욕도 나질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다들 성실한 사람들 뿐인데,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데도, 얘기한다고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아니구요.
리포트를 쓰려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하루종일 웹툰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몰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행동하고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이번 학기는 내내 후회만 듭니다.
차라리 휴학을 할 걸, 하구요. 이미 1학기와 방학 때 스트레스로 포화상태였는데
전액 장학금이 나와서(입학 장학생이라 일정수준만 넘으면 받습니다) 차마 부모님께 휴학하고 싶다고 할 수 없더군요.
자꾸 휴학할 걸, 아니면 알바를 하지 말걸, 그때 그 리포트를 포기하지 말걸
이런 비생산적인 후회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더 후회하기 전에 진로를 돌려서 영어나 자격증을 따고 취업준비를 하던가
언론고시 준비를 할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문학을 포기하고 난 다음의 평생의 후회나 열등감이 두렵기도 합니다.
일단 1년정도 휴학을 할까 생각도 했는데
그렇게 대범하게 쉴 만한 시간적 여유가 내게 진짜로 있는 건지,
재수까지 합치면 총 2년이 늦춰지는 건데, 혹시라도 취업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나이 마지노선에 걸려서 기회조차 박탈되지는 않을지,
하... 정말 한심하네요. 이런저런 고민만 많고, 결정은 못내리고, 무섭고 두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고등학교, 최소한 1년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전전긍긍하면서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한심한 모습일거라고 상상도 못했네요.
도저히 못하겠어, 하는 애들을 노력을 안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제 모습이 그 모습이 되어있네요.
쓰잘데기 없는 글로 게시판만 더럽힌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답답해서 토로해봤습니다.
알바하면서도, 단골 손님한테 유난히 우울하고 불행해 보인다는 얘기나 듣고...
누구나 하는 고민, 누구나 힘든 지점을 유난 떠는 자신이 더더욱 한심하기도 하고.
대학교 3학년은 원래 이런건가요, 아니면 자기가 잘난 줄 알던 우물안 개구리의 최후일까요
아니면 더이상 전문적인 공부를 할 능력은 모자란 루저의 심정일까요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한심한 변명을 늘어놓는 행동일까요
아니면 모든 얘기들이 다 맞는 것인지...
세상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