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톡에는 처음 글을 올려보네요.
저는 올해 고2되는 여학생입니다.
저에게는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 한 명이있습니다.
엄마아빠는 올해 결혼 18주년을 맞이하십니다.
아빠는 장남이시고, 집안을 이으실 종손이십니다.
엄마는 15년째 제사준비를 도맡아서 하십니다.
제게는 고모 세 분과 삼촌 한 분이 계십니다.
아빠 위로 고모 한분, 그리고 모두 동생분들입니다.
처음 엄마가 저를 가지셨을 때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명절 때, 제사 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준비를 도맡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산후조리도 다 하기 전에 나와서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제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동생은 남자입니다. 엄마는 지금도 제게 그때 동생이 만약 여자아이 였으면 어떤 대우를
받으셨을지 상상도 안되신다고 하십니다. (저희 집안은 남아선호사상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삼촌, 그러니까 작은아빠가 결혼했을 때 저는 기뻤습니다. 엄마가 이제 모든일을 하지 않아도 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엄마는 임신을 했단 이유로 제사때도, 명절때도 오지 않았습니다.
작은엄마가 둘째아이를 가졌을 때(둘째는 남자였습니다)는 온 친척들이 모두 걱정해주고 감싸주고
명절 때 오더라도 들어가서 쉬렴, 너는 우리집안의 천사란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동생과 저를 외갓집에 맡기고 일을 했습니다.
아빠는 재수종합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십니다. 재수종합학원의 특성상 11월, 수능 끝나기 전 까지만
수업이 있고 나머지는 집에서 쉬십니다.
엄마는 아빠가 9개월 동안 열심히 일하셔서 버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십니다.
저희집은 18년째 된, 엄마가 혼수로 들여온 가구를 모두 그대로 쓰고있습니다.
물론 수건, 베개, 이불 같은 생활용품도 모두 그대로 있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아빠는 원래 다니시던 학원을 그만두시고 새로 학원을 차리셨습니다.
그날은 개업식이었습니다.
고모들은 토요일날 시간이 된다고 하여 엄마와 저도 금요일날 대청소를 하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금요일날 고모들은 갑자기 찾아왔고, 청소가 덜 되어있는 우리집을 하나하나 꼬집었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가구를 전부 버리고 새로 사라고했습니다.
우리집 베개와 이불이 너무 낡았다면서, 다 갖다 버리라고 했습니다.
베개를 베고 잘 때 그위에 수건을 깔더군요. 물론 이해는 했습니다.
엄마아빠가 자는 침대 밑의 전기장판을 빼서 달라고 했습니다. 춥다면서.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남들보다 추위를 엄청 잘타십니다. 늘 손발이 차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살림살이들을 모두 갖다 버리고 새로운 것을 샀을 때 반응은 어떨까요.
오빠가 벌어다 준 돈으로 사치한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엄마는 직업이 없고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늘 죄인이십니다. 엄마는 아빠가 벌어오신 돈으로 쓰기만 하는 그런 사람이 됩니다.늘.
엄마가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서 보다못한 아빠가 골프라도 배워보는게 어떻냐, 해서 배우게 되신게 골프인데, 처음에는 저도 많이 반대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골프라는 것을 한다고 했을 때, 부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러나 엄마가 사회생활도 하게 되시고 친구도 사귀시고 행복해 보여서 저도 좋았습니다.
큰고모는 골프를 치시는데, 그래서 엄마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밑의 고모들은 이런 부르주아 같은 얘기는 듣기 싫다면서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고모들이 늘상하는 성형얘기와 명품핸드백 얘기는 부르주아가 아니고 대체 뭘까요.
엄마는 시댁에 갈 때 절대 브랜드의 옷은 입지 않습니다.
엄마는 늘 죄인이니까요.
오늘, 방금입니다.
할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집을 고치지 그랬냐, 3000만원만 있으면 고치지 않느냐, 라고 하셨습니다.
3000만원, 작은돈 아닙니다. 아빠가 지금까지 정말 하루에 3시간 주무시면서 버신돈 이었죠
그러나 작은아빠네 집사는데 2천만원 줬습니다. 엄마 모르게. 그리고 할머니댁 동네에 회관 짓는데 또 대출받아서 내셨습니다.
엄마가 우셨습니다.
한번도 우신적 없는데, 오늘 우셨습니다.
우리엄마라고 좋은집에서 살고 싶지 않겠냐고, 좋은 가구 사고 싶지 않겠냐고,
제 고등학교에 내는돈과 동생 과외비만으로도 빠듯해 하시는 엄마.
정말 울고싶었습니다.
엄마는 며느리이기 전에 제 엄마십니다. 하나밖에 없습니다.
엄마가 이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실까봐 정말 겁납니다.
정말 두서없고 말투도 이상하고 그런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사실이고, 물론 제 입장에서 쓴 글이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있는 모든 며느리분들! 엄마를 이해해 주세요.
물론 가끔 톡에 올라오는 싸가지 없는 시동생, 혼수 요구하는 시댁 이런 것 보다는 약하고,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지실 수 있지만, 저에게는 정말 심각합니다. 엄마는 명절 일주일 전부터 몸살을 앓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