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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뒤를 되돌아봤습니다.

고무고무곷 |2012.01.10 15:30
조회 820 |추천 14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있었던 일인데 그냥 보내기 아쉬워 이렇게 글로 쓰게 되네요~
양심은 크게 넉넉해지지 않았지만 자기반성은 크게 한 계기였습니다..
저는 ㅁㄴㅋ 이라는 국내잡화브랜드에서 일을하고 있답니다.
원래 퇴근시간은 오후 7시인데 그 일이 있던 날에 약간의 야근이 있었습니다.
8시정도에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고객상담 전화로 걸려온 터라 업무가 마감된 시간에 저 혼자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도 사람인지라..귀찮은 마음에 받지 않았습니다.
근데 두번이고 세번이고 너무 길게 울리길래 남은 업무처리 하는데 자꾸 방해되서
그냥 받았습니다.
다짜고짜 어떤 아저씨가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고 화를 내셨습니다;;
그래서 상담업무시간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오후7시까지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그럼 이왕 받은김에 한가지만 물어봐도 되냐고 하시더라구요.
내용은 우리 딸아이 선물할건데
직접 가면 거기 가방 싸게좀 살 수 있냐는 거였습니다.
저희는 특별히 행사가 아니고서야 할인은 안된다고 말을 드렸습니다.
아니시면 저희가 샘플세일이라고 약간의 하자가 있는 제품을
따로 저렴하게 팔고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그걸로 사시라고 전해 드렸습니다.
확실히 그게 많이 저렴하니까 그걸로 사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색깔은 제가 골라드렸습니다.
글은 짧게 썼지만 여기까지 대화를 하는 것만도 30분이 걸렸습니다ㅋㅋ
여튼 그 고객님이 대뜸 가지러갈테니 퇴근하지말고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당황해서 완전크게 "네?" 라고 했습니다ㅋㅋ
그랬더니 그 고객님께서 거기가 자기가 사는집 근처니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얼마나 걸리실 것 같냐고 물어보니 10분정도 걸린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이이 일을 포기하고 이미 퇴근준비를 끝마친 상태였습니다.ㅋㅋ
고객님께 그냥 그러면 택배로 받으시라고 했는데
그 분께서 걸어서 10분인데 뭐하러 택배비 낭비하냐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아 택배비는..' 까지 말하는데 말 뚝 끊으시더니
'아이고 그양반 말씨름하는 사이에 끊고 갔으면 반은 갔겠네..'
하시는 겁니다.
'택배비용은 원래 무료로 저희가 부담합니다'
라고 하고싶었는데 말이죠-_-.....
하.......그냥 사무실 문 잠그고 내가 가는게 빠를것 같아서
그럼 제가 지금 퇴근을 하니까 오시는거 기다리는 것 보다
그냥 들고 직접 간다고 주소 알려달라고 말을 드렸습니다.

휴대폰으로 길 찾아서 갔습니다....
기분 정말 완전 우울했습니다.................
진짜 그 전화를 받지 말아야했는데...^^;;
에헴. 전화상담하시는 분들! 다 이해하실겁니다!
퇴근시간 지나서 문의전화ㅠㅠ..
제가 나쁜놈이 아닙니다...^^;;
여튼 그렇게 터벅터벅 가방들고 도착했습니다.
1로 시작하는 호 수였는데 반지하 더라구요.
문을 열어주시는데 저는 또 최대한 웃으면서 친절하게 응대..
어두워서 잘 안보인다고 들어가서 본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까 궁금했던걸 물어봤습니다.
아니 근처에 있는거 어찌 아셨냐고 말이죠.
내가 눈이 어두워서 사물을 잘 못본다고
우편 갖다주는 사람(집배원)한테 근처 가까운곳에 있는거 물어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주위에 가방파는 곳이 있을텐데 아마도 저희가 본사라서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그런건 없습니다^^) 알려주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저희 발송택배 수거해가시는 기사분께 그 고객님에 대해 물어봤는데
우편하고 택배는 따로 관리해서 잘 모르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갑자기 뭔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렴풋이...그 분의 눈..
여쭙지 않았고 확실치도 않았지만 백내장 같아보였습니다..
저...
정말 생각도 안하고 바로 말했습니다.
저 이거 그냥 만원만 주세요~
(세일해도 9만원은 하는 놈입니다ㅠㅠ)
그 고객님 아마도 눈 때문이셨는지 제 쪽은 안쳐다보시고 고개만 드셔서
'아니.뭐 이렇게 또 싸졌어 뭐 문제있나?' 이러셨습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술술 나왔습니다ㅠㅠ
제품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고 원래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다고
(실은 생산비용도 안나옴..)
내가 이런 상품들 판매 담당자라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해선 절대 안되고 담당자도 아닙니다--;)
그러자 그 분께서 그래도 자기 딸 생일 선물인데 너무 싼거 선물해주면 미안하다고..
저 순간 욱했습니다ㅋㅋㅋ
이거 10만원도 넘는거라고 원래 만원에 산다고 해서 만원짜리는 아니라고 ㅠㅠ
정말 욱했습니다^^;;;;(남은 금액 제가 다 채워야합니다 고갱님..)
결국 이만원 더 챙겨주시길래 못이기는 척 하고 받았네요..
그 때 정면으로 그 분의 얼굴을 봤을 때 처음 웃고 계셨고 괜히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제 얼굴쪽만 바라보시는 것 같더라구요..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시더니
뭘 가지고 오셨습니다ㅋㅋㅋ
그 후응보노 20개들이 한박스....두둥...
그리고 수면양말 한켤레..
좋은거 해줬으니 자기도 좋은거 해주시겠다고..
그렇게 인사드리며 나왔고..
나오기 전에 껌 값으로 3만원.. 컴퓨터 책상에 있는 책 아래 덮어두고 나왔습니다.
혹시나 저를 의심하실까봐 그중에 만원은
5천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다섯장으로 껴뒀네요..

다음날 오전에 출근을 해서 그냥 껌 한박스 내놓으면서 얘기 다 털어놨습니다.ㅋㅋㅋ
수면양말은 제가 쓰고 있습니다ㅋㅋ
점심식사 할 때 이사님한테도 얘기가 들어갔고 결국 제가 매꿨던 금액 다시 돌려받았네요 ㅠㅠ
대신 양말 내놓으라고 이사님께 협박 당했습니다ㅋㅋㅋ

참 스스로 느낀게 많답니다.
실은 그 일이 있던 날 밤에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나도 넉넉치 않은데 괜히 그렇게 한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에 수치심도 느꼈습니다.
내 돈을 그렇게 썼다는 것에 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창피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게 '나도 사람이구나'라고 합리화를 한다는것에 참..
그리고 스스로에게 창피함과 수치심 실망감을 느꼈던 그 순간은 바로..
바로 제가 돈을 돌려받은 이후였습니다....
받지 못하였다면 아마 계속 생각을 했겠죠..
부끄러워 더 이상 말을 이어하질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것은
TV로만 봐왔던 세상이었습니다.
'이제 모두가 어느정도 살만해 졌구나' 라고..
이 일을 직접 겪은 후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 생각속에서만' 살만한 세상이었네요.
아직까진 말이죠..
그나저나 저는 언제 사람이 될까요?
제대로된 양심을 갖고 싶습니다~!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가 갑자기 그리워지네요..ㅋㅋ
재주 없이 주절주절 두서 없이 써내려간 글 사과드립니다~!
오늘도 뭐든 마음은 따라오질 못하고 생각만 앞섭니다~ㅎ

 

태어나 처음 뒤돌아보니 제 나이 곧 서른살이네요..

어찌보면 무료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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