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취업 문제로 남친과 다퉜는데,
남친 말대로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궁금해서 글 올려 봅니다.
의견 좀 주세요.
일단 저는 20대 중후반, 취업한 지 2년차입니다.
이름대면 알만한 게임회사에 취직했구요,
연봉이나 근무조건도 제 또래 여자치고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친은 저보다 연상이고 아직 학생이예요. 대학원생입니다.
학과가 취업하기 쉬운데다 연봉이 좀 쎈 편인지,
만날 때마다 입버릇이 친구가 S전자를 갔다, 어디 유명한 회사를 가서 연봉이 얼마다..
그럴 때마다 오빠가 목표로 하는 곳들이 그런 데구나.. 대단하다.. 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알콩달콩 잘 지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오빠가 평소엔 참 착하고 잘 이해해주는 성격이라 항상 고맙게 생각하구요.
근데 이제 곧 취업반이라 그런지, 취업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구요.
이미 취업해버린 제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위로가 될 것 같지는 않고,
솔직히 제가 제 실력보다 좀 쉽게? 운 좋게? 좋은 직장을 얻은 부분이 있어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게 오빠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어요.
그래서 취업 얘기 나올 때마다 늘 할 수 있는 말은,
잘 할 수 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 쉬어가면서 해라, 몸부터 챙겨라..
이렇게 별 도움이 안되는 격려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그게 미안했죠.
근데 그게 문제였나 봐요.
전화 통화를 하다 또 취업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구요.
영어 점수를 만들어야 되는데.. 하면서 초조해 하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말했더니 뭔가 기분이 안 좋은 투로 받더라구요.
그러더니 대뜸 "우리가 게임회사랑 같냐?"라고 말하더라구요.
음,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상했습니다.
게임회사가 뭐 어떻다는 거지.. 하고 말없이 그냥 듣고 있었네요.
그 뒤로 남친이 하는 말이,
남친이 목표로 하는 회사들은 점수들과 학벌을 1차에 아예 기준치를 정해서 돌린다고 하더군요.
게임회사랑은 입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제가 쉽게 들어간 거 맞습니다.
솔직히 점수나 스펙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면접 하나 우연히 잘 봐서 들어간 거 맞구요.
근데 저 말곤 모두 잘난 사람들 천지입니다.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요.
다들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 스펙 빵빵하게 채워온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동기들만 해도 학벌이나 스펙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서울 중상위권인 제가 거의 최하위였으니까요.)
제가 들어간 부서에서 면접이나 자소서를 더 열심히 봐주셨는지 감사하게도 입사할 수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치열한 경쟁 뚫고, 입사 후에도 1달간 테스트를 더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게임회사는 그냥 꽁으로 입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투가 기분이 상하더라구요.
일단 참았습니다. 아무 말 안하고, 알았으니까 피곤할 테니 얼른 자라.
하고 전화를 끊고.. 참아보려고 했는데 속이 점점 상하더라구요.
평소에 회사에 그리 큰 애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 응 좀 킹왕짱인 듯 생각한 저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 하나가 아니라 같이 입사한 동기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 모두가
쉽게 쉽게 회사 들어온 것처럼 여겨지는 게 점점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습니다.
우리 회사 그냥 들어오고 싶다고 들어올 수 있는 거 아니다.
내가 쉽게 들어온 건 맞는데 다른 사람들 다 잘난 사람들 가득하다.
오빠가 원한다고 우리 회사 쉽게 못 들어온다.
오빠가 가고자 하는 회사들이 유명하고 좋은 회사들인 건 아는데
아직 취직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이러면 취직하고나선 어떨 지 걱정이다.
이렇게 보냈습니다.
답장이 오더군요.
그냥 입장이 다르다고 한 것뿐인데 참 꼬아서 듣는다.
너 참 애사심 쩐다.
열폭하지 마라.
열폭이라...... 제가 도대체 열등감 폭발할 게 뭔가요?
열등감 가진 것도 없고, 앞으로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취업 제때 일찍 했고, 월 100만원씩 꾸준히 저축하고 있고, 연봉도 낮은 편 아니구요.
설령 나중에 오빠가 유명한 S기업 가서 한 번에 제 연봉을 훅 넘어가더라도,
그건 오빠에게 좋은 일이고 축하해 줄 일이지 제가 열등감을 가질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말하니 더 화가 나더군요.
오빠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듣는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 있다,
무의식 중에 기분 나쁘게 말했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하냐,
이렇게 말하면 그렇게 느꼈다니 미안하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되려 더 화가 나서 저를 쥐 잡듯 잡더군요.
취업 스트레스 받는데 그럼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냐,
잘할 거라는 식으로 왜 말을 하냐,
너는 내가 좋은 데 취직 못하면 당장 나를 찰 거다... 등등.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계속 말해도 서로 마음만 상할 것 같아서
일단 그만 얘기하자고 하고 싸움은 일단락 났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읽는데 지루하셨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잘못한 걸까요?
그렇다면 뭘 잘못한 걸까요?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데, 무작정 잘할 거라 위로한 시점에서 잘못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제가 열등감 폭발해서 남친에게 되도 않는 시비를 건 걸까요?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