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탈북자 강제北送 막을 필수 전략
자유를 찾아 사선(死線)을 넘은 31명의 북한 주민이 지난 8일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北送)될 위기에 처해 있다. 김정일 사망 100일 애도기간에 탈북해 강제 북송될 경우 ‘3대 멸족’이란 극형을 면치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제사면위원회(AI)가 중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고 국내 인권단체와 탈북자 단체들이 중국의 인도적 처리를 요구하는 등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국내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건 직후 체포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송 저지 노력을 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중국은 오랫동안 탈북자들을 선량한 ‘난민’이 아닌 법을 어긴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고 중국 내 탈북자 수를 통제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우리의 바람대로 정책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19일 김정일 사망 발표 직후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일제히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어서 인민해방군이 2000여명의 병력을 국경지대에 추가 배치하고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한·일·러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냉정한 접근’을 주문한 것은 북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혼란에 빠질 경우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유동성이 커지고 탈북자들이 동북 3성 쪽으로 몰려들어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중국 내 탈북자 문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 연결된 사안이다. 북한 체제가 존속하는 한 탈북자 북송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 한국은 전략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중관계의 발전을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유도해야 한다. 한중 교역 규모(2000억달러)는 머지않아 중일 교역 규모(3000억달러)를 능가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경제가 가까워지면 정치적 파급효과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곧 협상이 시작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묘안(황금평과 나선특구 포함)을 짜야 한다.
둘째,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의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3년여 동안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이번 제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처지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인권 개선을 위해 다차원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이 북한 인권에 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 중국 내 탈북자를 대하는 중국의 입장도 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셋째, 탈북자 문제를 중국이 인도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한 ‘조용한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은 1982년 ‘유엔난민협약’(1951)과 ‘난민의정서’(1967)에 가입했다. 물론 탈북자들에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할 지 여부는 주권국가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에게 ‘영토적 비호권’을 행사해 인도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는 것을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은 최소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지는 말아야 하며, ‘유엔난민협약’에서 규정한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에 따라 중국 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들이 제3국에 정착하기 위해 중국을 합법적으로 떠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인도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중국에 강조하되 언론에 이러한 내용이 보도돼 중국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북송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조용한 외교를 해야 한다.
김성한/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