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이라는 정치인에게 후배분이 쓴글인데 이런 정치인도 있군요..
설훈 선배님!
당신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제 딸 지민이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 캐나다 국립발레단의 단원이 되어
... 한국을 빛낼 발레리나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공간을 빌어 다시금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주 오래 전,
러시아 바가노바 스쿨 교사가 한국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나를 꼭 만나보고 싶다던 그 교사를 만나고 난 뒤,
저는 절망감에 가득차서 당신에게 투덜거리듯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는 러시아 발레학교 교사가
우리 애를 자기네 학교로 데려가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그 이전에 한국에서도 무조건 최고의 발레교사에게 레슨을 받도록 해달라 한다.
대체 하늘은 왜? 하필이면...
그런 놈을 돈도 모르고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명분만 부여잡고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 보냈을까?
지금 당장 발레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데,
유학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하늘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이같은 천형이 따로 있을까?
자식에게 주어진 능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부모가 부모인가?
그 때 당신은 갑자기 조금도 주저함 없이 말했습니다.
러시아 학비라면 내가 어떻게 해볼께.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농담하지 마셔요."
선배님은 말하셨습니다.
"농담 아니야!"
"정말? 그게 말이 돼요?"
"왜 안돼! 내가 해본다니까?"
아무리 국회의원이라 해도
자기 자신도 어렵게 사는 사람이
후배의 딸아이, 그것도 적은 돈이 들지 않는 예술계 학비를 대겠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에
장난처럼 써주고 온 제 통장엔
그날 이후 매달 한 번씩 후원금이 자동이체 되어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국회의원 월급을 쪼개 후원한 그 세월이 3년!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주변의 선생님들과 캐나다에서 온 발레선생님이
제 딸아이가 캐나다 국립발레학교로 유학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나섰지요.
러시아냐, 캐나다냐?
기로에 선 제게는 어떤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러시아보단 캐나다가 여러모로 제 딸아이에게 더 맞겠다고 생각했지만
캐나다 국립발레학교 학비가 더 비쌌던 터라 제가 뭘 선택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때 당신은 말했지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캐나다 국립발레학교가 더 맞다면
그리로 보내라. 학비는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 보마...라고.
눈물이 났습니다.
죽을만큼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지민이가 떠날 때 당신은 말했지요..
"너는 그냥 홍지민이가 아니다. 너는 대한민국의 딸, 홍지민이다!"
라구요...
녀석은 아직도 당신이 그 아이에게 남겨준 그 한 마디를
가슴에 꼬옥 새기고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견디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세계 속에 한국을 빛낼 한국의 딸, 홍지민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지민이는 늘 말합니다.
자기가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되는 날,
가장 좋은 자리, VVVIP 석에 당신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거라고요...
당신이 열린 우리당이 양분화 되는 걸 반대하며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당신은 당신이 감당했던 그 후원의 자리를
대학 동기이자 동료 국회의원인 문학진 선배에게 부탁했습니다.
문학진 선배가 말했습니다.
"설훈이가 못다한 일, 문학진이 이어서 한다!"
97년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의 기획조정실장으로
당의 모든 살림살이를 맡아했으면서도
자기 개인을 위해서 털끝만큼도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던 당신!
국회의원 월급으로 후배 딸아이와 지역의 어려운 이들의 자녀들 학비로
주저함 없이 내어 놓았던 당신!
저는 압니다. 그런 당신이 국회의원이 아닌 시절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오셨는지...
그러나...그런 당신께
저는 아무 것도 해드린 것이 없습니다.
늘 받기만 했지 아무 것도 되돌려 드리지 못한 못난 후배를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게 정의로운 당신에게,
그렇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당신에게
하늘은 반드시 더 큰 일, 더 큰 소임을 주실 것이라고...
당신을 강건하게 만들어
당신을 통해 더 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참으로 소망스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선배님!
날씨가 춥습니다.
옷 따뜻하게 챙겨입으십시오!
아무 것도 돕지 못하는 못난 후배입니다만
오늘 제가 선배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선배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이 추위 속,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걸 저는 믿습니다.
선배님!
늘 고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못난 후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