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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멍하네요.

주변에 얘기하면 전부 그냥 욕만 할 뿐이라... 여기에라도 넋두리를 좀 하고 싶어서 써봐요.

처음엔 저희도 알콩달콩했어요. 남자친구가 사람들 많은데선 애정표현을 잘 못 해줘서

둘이 있을땐 꼭 안아주기도 하고 사랑한다 그러고 참 좋았는데.

 

언제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집에서 쫓겨났으니 자기 좀 도와달라고.

제가 지금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동거는 신중한 선택이 아닌 것 같아 여관 달방을 얻어줬어요.

그 사람이 원래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던 사람이라, 쫓겨난 지금은 일할 곳이 없어진 상황이니

일단 제가 머물 곳은 구해줬으니까 간단한 알바나 다른 직장을 구해보라고 했어요.

 

근데 그 사람... 여관 달방에 인터넷 연결해달라고 주인분께 부탁하고

이틀만에 인터넷 연결한 뒤로 농담 안 하고 한 달 내내 게임만 했습니다.

그 동안 식비도 제가 내줬어요. 편의점에서 사 줄 때도 있었고 식당 가서 먹을 때도 있었고.

저는 평일엔 학원에 다니고 공부 하다가 주말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어서

흔히 말하는 폐기중에 그나마 말짱한거 집어와서 주기도 하고...

 

일자리 구해보라고 얘기 했었어요.

당장 정직원으로 들어갈만한 곳이 없으면 지금은 간단한 편의점, PC방 알바라도 해보는게 어떠냐고.

여기 근처 XX에서 알바 구하던데 같이 가보자, 주변 좀 돌아보면 일자리 있을거다. 하면서요.

하지만 매번 춥다고, 자기 안 씻어서 나가기 싫다고, 빨래 덜 말라서 안 나간다고 핑계대고...

 

제가 여관방 찾아가서 거기서 저녁 먹고 자고 온 적도 있는데

제가 잠들 때 마지막으로 보는 모습은 노트북으로 게임 하는 모습.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는 모습도 게임 하는 모습이었어요.

중간중간에 시끄러워서 눈을 떠 보면 새벽 3시나 4시 이런 시간이었는데

남자친구가 게임하다가 욕하는 소리에 깨는일도 있었어요.

낮에는 남자친구랑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저는 멍하니 앉아서 티비를 보는게 다였죠.

 

믿어보자 믿어보자 하고 혼자 꾹꾹 참고 살살 재촉하고 그랬는데.

여관 방 나갈 때 다 되어가니까 그제야 일자리 구하러 다니더라구요.

근처 나X키에서 나오라고 했는데, 막상 합격 하고 나니깐 거기는 또 생각해보니 조건이 싫다고 안가고.

술 한 잔 하며 진지하게 얘기해보려 했지만, 그 때 마다 제게 하는 소리는

그럼 말 통하는 남자 쳐 만날것이지 나 같은 놈이랑 왜 만나냐고, 그런 막말 뿐이었습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한 달 동안 쓴 돈이 100만원 정도 되었기 때문에...

"다는 됐으니까 여관 방값만 갚아." 라고 말했어요. 45만원 냈거든요.

그랬더니 왜 나한테 빚을 만드냐고 펄쩍 뛰면서 일자리를 숙식제공으로 구하겠다고 합니다.

 

다른 곳 몇 군데 면접 더 넣었다가 퇴짜 맞고 성질 난다고

여기 있으면 답이 안 나온다고 다른 곳으로 일 하러 간다고 짐 다 들고 내려간다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 말했어요. 내려가면 나랑 연락 잘 안 될거고 좋은 사람 만나라고.

 

돈 갚기 싫어서 도망가는거구나, 나를 이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는거였구나.

이제 더 이상 속지 말자. 내가 밑빠진 독에 물을 퍼붓는 등신 같은 짓을 했구나, 싶었어요.

마지막 정으로 김밥 두 줄 사서 쥐어주고 보냈습니다.

 

며칠간 연락 안 하고 자신에게 열심히 투자하며 지냈더니 카톡이 오더라구요.

자기 힘들다고. 모든게 힘들고, 돈도 못 내서 핸드폰 곧 끊길거라고.

돈 갚기 싫어서 회피용으로 말하는건지, 진실인진 알 수 없지만 그냥 카톡 차단해버렸습니다.

 

후련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

그렇게 끊고 나서 눈물이 너무 많아져서 며칠간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살다가;;

정신과에 상담 받으러 갔더니 우울증에 싸이클? 싸이클론? 기분장애...라고 하더라구요.

 

아빠는 우울증에 좋다는걸 구해오셔서 먹으라고 주셨어요.

몇 년간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는 나름대로 기운 북돋아준답시고

"야! 내가 복수해줄까~" 하며 장난을 쳐도 저는 그저 쓴웃음밖에 지을 수가 없네요.

 

당분간 남자는 겁나서 만나지 못할 것 같아요.

평생 함께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인데...

역시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죠?

내 곁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싶어요.

아직은 자신에게 투자하며 사는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음...

정신없이 쓴 글이라 두서 없고 빠진 이야기가 참 많아 죄송합니다.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짝 만나 평생 행복하게 사셨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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