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은 ‘조용한 양자 외교’만으론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국측에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처리를 촉구했다. 또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9차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정식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자 문제의 ‘난민화·국제화·정치화’에 반대한다며, 국제인권규범에 입각한 해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오늘날 국격(國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인권 존중이다. 생존을 위해 탈출한 자를 자기 의사에 반해 고문과 박해의 위험이 높은 사지(死地)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그 자체 비인도적일 뿐더러 난민협약 제33조, 고문방지협약 제3조 등 국제인권규범에 정면 배치된다. 중국은 조·중 변경지역 관리의정서를 들어 강제북송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탈북자 문제의 ‘정치 종속화’이며, 주요 2개국(G2)의 일원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걸맞지 않은 ‘반인권적’인 처사다. 그러기에 국제인권기구 호소와 다자외교를 통한 해결 노력은 정당하다.
탈북자의 강제북송 방지를 위해선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국민인증제’ 도입 등 국내법적 조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당정 협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바 있어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판례(1996.11.12)와 헌법재판소 결정(2000.8.31)에 따르면,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따라 북한 지역은 대한민국의 일부이며,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으로 간주된다. 국가는 헌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해외체류 탈북자를 재외(在外)국민으로 보호할 의무를 지며, 또 헌법 제10조에 따라 이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점을 감안하면 탈북자 국민인증 제도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국민인증 방안으로는 탈북자가 한국인임을 전제로 ‘한국인증명서’(여권이나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신분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체류국에서의 출국을 쉽게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 방안의 실시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나,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입국비자와 출국비자를 별도로 운용하고 있고, 입국과정이 불투명하면 충분히 소명될 때까지 출국을 금지한다. 탈북자는 합법적인 중국 입국 기록이 없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가 발급한 한국인 증명서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처리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경우 오히려 증명서 발급이 탈북자의 노출만 초래함으로써 대북 강제송환을 돕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남북한 간에 속인적(屬人的) 관할권의 충돌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상황을 타개하려면 중국의 양해나 협조를 얻기 위한 양자 협의가 필수적이다. 결국 대중국 압박 일변도만으론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게 국제역학(國際力學)의 현실인 셈이다. 여기서 중국의 공식 입장과 분단국의 특수성을 헤아리면서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는 지혜가 요구된다. 예컨대, 국군포로·납북자 및 이들의 가족 또는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는 미성년 탈북아동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국민인증을 해 증명서를 발급하고, 추후 단계적으로 발급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이는 ‘국제법과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중국의 입장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사실 재외 탈북자에게 무조건 국민인증을 하는 데는 위험요소가 있다. 북한 당국이 공작원의 위장 탈북에 악용할 소지가 있고, 탈북자를 매개로 한국의 대선 및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민 인증의 혜택이 탈북한 반인륜적 인권침해사범에까지 돌아가게 해선 안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탈북자 인권 증진을 위한 법제 개선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제성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