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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 갈매기, 그리운 해운대

김형석 |2012.03.17 21:13
조회 17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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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 갈매기, 그리운 해운대

백사장...최치원의 꿈이 억겁으로 파도 치는 해운대를 걷다

 

 

 

 

한 잔의 해운대.

바다축제, 달맞이 언덕의 추억,

그리고 겨울바다 괭이갈매기떼...

 

 

 

 

 1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여

기다릴 수도 없는 자여

그때 나는 당신의 울음 속에서

쇠잔해져 눈을 감는 지친 어둠이 되리

커지는 흑점이 되어 아가리를 채우리

 

그때 나는

고요를 다스리며

또다시 속겠지

또다시 먼지의 무게에

전율하겠지

 

비애를 소등하라

 

 

 

   2

나의 육체로 이 땅과 이 거리를 배우고

생활을 습득할 수 있을까

육체 속에 생활이 스며들까 말이다 육체는

생활이 되어 행복해지는 것일까 자장면이 불고

바나나가 갈변 진행 중이고 먹고 씻고 입고

나가야 한다 폭풍같이 걸어가자 거리의 울음

속에서 나는 상그러워지지

당신과 조우하는 거리

즐거운 지옥에서

 

   3

Durchhalten*

완벽한 수동성만이 아름답다

 

끝까지 견디자

견디기 위해 나를 소거한다

 

   4

기다리는 자의 지극(至極)의 밤

나는 치욕을 끌어안고서도 울지 않는다

울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성기의 힘을 믿고 성기의 믿음을 믿기 때문이다

 

검은 태양을 기다리며 멸망의 시작을 목도하며

나는 울지 않는다 액체를 증오한다

땀의 주인과 피의 노예를 부인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이 세계는 왜 여기에서 파쇄될까

 

 

 

   5

증오의 힘으로 할복하라

 

   6

시작된 후의 당신은 사라져야 한다

 

돌출한 내 몸을 회수한다 다른 힘이 나를 지배한다 나는 발본된다

바다가 파도를 전송한다 대양이 땅을 뱉어낸다

내 몸이 바깥의 피를 빨아들인다 식물 속에서 인간을 적출한다 어둠 속에 비명을 밀봉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를 집어넣는다, 흉강에, 열린 문 너머의 햇빛 속에, 벌레를 내장한 나무 속에

입을 벌리고, 삼킨 후, 따스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위를 통과하여, 믹서의 날에 찢긴, 육체의 열기

 

깨진 전구처럼, 깜박이다 스러지는 나비처럼

 

 

 

  7

나는 기적을 믿지 않네 그리고

나는 기록할 수 없는 사랑을 기적적으로 견뎌왔네

견뎌내야지 견뎌내야지 얼룩진 채로 얼룩진 채로

 

소멸에 대하여 내 몸속의 다른 목소리들에 대하여

쾌락과 중독과 운명과 패배에 대하여 투쟁과 신념의 괴멸에 대하여

그리고

나를 고통에 물들게 했던 아름다우나 아름답지 않은 피폭 당한 사랑의 최후에 대하여

혼자 듣는 죽음의 음률에 대하여 돌아온 영혼들의 뭉개져 사라진 육신에 대하여 나는

 

기록한다 배꼽 위의 대패를 호두 옆의 망치를 구멍 난 두개골을 나는

 

나 자신도 모른 채 어제의 노을을 잊기 위하여

사랑 이후의 빈(貧)과 탐(貪)을 위하여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위하여 나를 모멸하기 위하여

쓸쓸한 절벽처럼 단단해진다 쉼 없는 고통이 나를 잠들게 하지만 이것도 기록한다

 

한 방울 눈물 같은 여자를 다시 사랑하기 위하여

다시 울게 하지 않기 위하여

동결된 눈으로 응시한다

나의 조용한 패배

 

내가 사라지자 세계가 변하였다

싸움이 끝났다(Durchhalten!)

 

눈을 떠라

이제는 포기할 때가 되었다

 

 

* Durchhalten: 파울 클레 ⇒ 마종기 

 

그러나 그 이후의 고통에 대하여/장석원

  —시집 '역진화의 시작'

 

 

혁명을 가르치는 바다.

빌어먹을 방파제,

주책없는 그리움,

녹록치 않은 등대의 인고.

사상누각 기.다.림.

갈매기의 변절...

 

 

 

 

 

재즈 6 / 유하


해운대 백사장을 걸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노을

오늘도 하루의 세상이 용서받는다


노을 같은 마음으로 살리라


내가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나를 낳았다는 생각,


욕망이 또 하루분의 나를 낳을 때,

파도의 운명을 생각했다

끊임없이 몰려오고 또 몰려오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삶의 모래사장 위에 글씨쓰기

지우개처럼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고작, 글씨체가 불만스러웠다


노을이 마지막 손길을 저어 물었다

네 상처의 색깔도 나와 같니?

난 아직 멀었고 했다


인생이라는 뻔한 내러티브의 드라마

나는 한치 앞만을 내다보며, 웃는다

 

 

 

 

바다는 통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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